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보아도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의례식의 첫번째를 차지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에 대해 요식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정말 몇 명이나 이런 맹세의 충실한 삶을 살아갈지 의문이다. 나 보다 10년 20년 앞에 대학 생활을 했던 분들은 분명 이렇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투쟁했었다. 내 시대는 그 분들의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는 시기였다. 그래서 역사의 무게는 덜었지만, 몸과 마음은 인간적인 무언가를 잃고 자라왔던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의 흐름이 격류 같았던 급변하던 시대의 이야기다. 누구던 역사의 무게를 피해갈 수 없었던 그 시대. 60년대의 중국. 문화대혁명, 4인방, 조반, 우파 투쟁 등으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시대에 상처받은 11명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시련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잠언서이다.
사랑.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는 없다. 이 책의 주된 테마도 사랑이다. 쑨위에와 허징후의 사랑 (구판에서는 손유예, 호젠후로 나온다. 이번에 새 책으로 구입했는데 인물들의 이름이 중국 발음에 가깝게 바뀐것 말고는 별 다른점은 찾지 못했다.) 이 두사람의 사랑은 20년이 흘러서야 그 결실을 맺게된다. 사랑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부분보다 다른 많은 부분의 동의가 필요하다.
"의 출판 문제로 인해서 나와 징후는 극히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접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을 홀로 폭풍우와 싸우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의 둑은 점차 무너져 갔습니다. 나는 항상 빚진 듯한 심정으로 한한을 바라보며 그 아이의 양해를 얻을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바로 어제의 일이지요. 젠호안. 한한이 내게 이런 메모를 보내왔습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한한의 메모를 징후에게 보여 주었지요...."
난 항상 책의 마지막 부분에 쑨위에가 자오젼후안에게 보낸 이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는다. 요즘의 시대처럼 사랑이 가볍게 느껴지는 세상에 20년이란 세월이 일궈낸 사랑의 결실은 단순한 기간의 흐름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철저한 자기 반성과 끝임없는 의문 끝에 정제된 결정이기에 위대한 것이다.
쑨위에와 허징후의 사랑에 비해 다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좀 적어지기는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한 다른 인물의 독백에서도 인간에 대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씨리우와 씨왕의 관계 속에서는 부자간의 반목과 갈등 속에서도 어쩔수 없는 가족이라점, 리이닝의 이야기는 생활과 이성의 분리, 슈허엉종의 삶을 달관한 듯한 패배주의, 젼후안의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용기. 책의 모든 부분이 가슴 절절히 파고 드는 명언들 뿐이다.
가끔 삶 속에서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인간으로써의 가치를 상실한 많은 부류의 신종을 만난다.(내가 그들을 그리 판단한다면 나 또한 그들 눈에는 그리 판단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많은 짊을 준다면 그 상처 속에 인간성이 파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역사의 짊이 너무나 가벼우면 우리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삶에 있어서 인간이란 이유말고 더 큰 이유가 있는가? 휴머니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