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빛 안과 원장님께서 문화 일보에 정기적으로
연재하시는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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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 수술에 대한 안과의사의 생각 한 토막.
얼마 전 발표된 신문기사를 보니 친부모조차도 자기 아이들 중에 외모가 뛰어난 쪽을 훨씬 더 많이 안아준다고 한다. 타인이 아닌, 친부모도 외모가 예쁜 자녀에게 30% 정도 더 신체적으로 접촉한다고 하니 외모를 중요시 하는 습관은 우리의 무의식 저편에 새겨져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도 이와 같은 외모 지상주의의 열풍으로 많은 수혜를 보고 있는 과들이 있다.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이 대표적인데 내가 몸 담고 있는 안과의 라식수술 역시 안경이 외모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
물론 군입대 때문에 안경이 불편하다던가, 스튜어디스나 소방관처럼 직업 때문에 안경을 낄수 없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환자들이 좀 더 나은 외모를 위해 수술결정을 하게 된다.
안경을 벗으면서 외모도 한층 좋아지지만 렌즈의 불편함에서 해방될 수 있고, 빠른시간에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라식 수술은 여러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편리한 이점 때문에 라식수술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수술을 결정하고 있지만, 안과의사 입장에서 보면 라식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수술이다.
라식수술은 수술 자체는 그다지 어렵거나 위험한 수술은 아니다. 안과의 다른 수술들, 즉 섬세한 테크닉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각막이식술,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나지만 감염이 될 경우 치명적인 백내장은 수술시 무균실을 꼭 갖춰야 하는
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라식수술은 수술 시간도 짧고 기계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수술실에서의 스트레스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라식수술에서 의사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수술실 안에서 보다 수술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부분이다.
이 환자가 수술을 받아도 괜찮을까, 수술 후에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것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의사의 몫이다. 수술을 받아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환자들은 그다지 눈이 나쁘지 않은 쪽이다.
안경을 꼈을 때 본래 얼굴 모습과 차이가 심하지 않은 환자, 안경 없이도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환자들은 수술을 받아도 결과가 잘 나온다.
반면 인상 전체를 바꾸어 버릴 만큼 두꺼운 안경을 끼는 초고도 근시 환자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옛날에 태어났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했을 사람들이다.
안경이 없으면 30cm 앞도 정확하게 보기 어려운 시력을 가진 환자들인데 이런 환자들이 라식 수술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라식 수술의 부작용은 이런 초고도 근시환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여기서 안과의사의 딜레마가 생긴다. 초고도 근시환자들이 와서 상담할 때 눈이 너무 나빠서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면 큰 실망을 한다. 두꺼운 안경을 낀 환자들이야말로 라식 수술이 누구보다 간절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냥 수술받겠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 배짱 좋은 환자들의 근거는 의학의 발달 수준이 얼마나 빠른데 몇 년안에 그 부작용 하나 해결 못하겠느냐는 것이다.
안경을 쓰는 것에 지쳤으니 일단 수술 받고 부작용이 생겨도 감수하겠다는 용감한 환자들도 정말 아주 가끔씩은 나타난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라식수술의 부작용 중에는 현대의 의료수준으로는 아직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과의사의 어려운 고민은 이런 초고도 근시환자가 아니라 그 중간쯤의 애매한 환자의 수술을 결정할 때 생긴다. 초고도 근시환자야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수술을 하지 않으면 되지만 애매한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환자는 친구와 함께 수술을 받고자 왔는데 친구는 별 문제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이 환자는 아무래도 수술의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였다. 수술이 가능하긴 하지만 동공도 큰 편에 속하고 근시도 상당히 심한데다가 난시 역시 만만치 않은 환자였다.
잠깐 고민하다가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수술을 못하게 돼 속이 상한 환자가 직장동료들과 술 한잔을 했는데 그 동료들이 수술도 못 받을 만큼 눈이 나쁘냐고 동태 눈깔이라고 놀렸다는 것이다.
환자가 몹시 속상해 하면서 하루를 출근도 안하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환자의 친구에게 전해듣고 잠깐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수술을 해주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었다.
환자의 눈이 **눈깔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었고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 결정한 것인데 그렇게까지 속상해 했다니 뜻밖이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수술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 속상했겠지만 의사는 그 결정을 내릴 때가 많은 고뇌에 휩싸인다.
사실 라식 수술이라는 것은 1부터 10까지는 수술해도 되고 11부터는 수술을 하면 안 되는 그런 가이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강의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수술을 해도 괜찮을까?
안하는 것이 나을까 ? 하는 애매한 중간범위의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과감한 의사들은 수술을 결정하고 나처럼 보수적인 (어떻게 보면 소심한) 의사들은 수술을 말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은 하나이다. 이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수술을 해주겠냐는 것이다. 내 가족이라면 만에 하나라도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면 수술을 하
게는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부작용만 없다면 평생 불편한 안경을 안 끼고 살 수 있
다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미용이나 편리함을 위해 받은 라식수술 때문에 계속 부작용에 시달려야 한다면 그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서양 의학이 들어온 지 100여년. 의학 기술의 역사에서도 라식 수술은 정말 획기적인 수술이었다. 그러나 안과의로써 작은 소망이 있다면 안과수술의 발전이 더욱 빨리 이루어져 이런 애매한 환자들, 또 수술이 불가능할 만큼 나쁜 환자들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더 좋은 수술방법이 개발되는 것이다.
소중한 빛 안과
각막 전문의 이재림 원장 (www.valuey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