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MS 변혁의 상징
창사 31년 만에 최대의 격변기를 맞은 MS의 차세대 지도자 중 제이 알라드 부사장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2월4일자) 커버스토리를 통해 MS의 야심작 ‘준’의 출시를 진두지휘한 알라드 부사장을 ‘MS 변혁 정신의 대표주자(The Soul of a new Microsoft)’라고 소개했다.
그 누구도 2008년 은퇴를 앞둔 MS 창업자 윌리엄 H 게이츠 3세, 즉 빌 게이츠의 빈 자리를 홀로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로이터통신 등은 알라드와 함께 스티븐 시노프스키 수석부사장, 밥 무글리아 수석부사장, 에릭 러더 수석부사장, 레이 오지 소프트웨어개발담당 등이 MS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군(群)이라고 보도했다.
왜 100명이 넘는 MS 부사장 중 유독 알라드가 차세대 MS 정신(soul)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을까? 소프트웨어 영역을 뛰어넘어 미래의 영토를 개척하려는 MS의 성장 엔진을 점화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저가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위협받고 있다. 성장률은 11%로 주춤하고 있으며, 1990년대를 거치며 9560% 오른 주가는 2000년 63% 하락한 이후 예전만큼 회복하지 못했다. MS의 미래는 알라드가 이끌고 있는 사업 부문이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X박스는 내년 6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46억달러(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내다본다. 2009 회계연도에는 67% 상승한 76억달러가 될 전망이며, 준의 매출은 같은 기간 2억5000만달러에서 5억75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X박스와 준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영업이익은 12억달러(1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알라드는 2001년 윈도 운영시스템과 워드 프로세스 관리를 핵심 전략으로 여기던 MS의 기존 틀을 과감하게 부수고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인 ‘X박스’가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6년 전 찾아왔다. X박스 개발 회의 도중, 알라드는 “윈도 시스템이 게임기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는 “윈도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에 알라드를 몹시 꾸짖었다. 그러나 알라드는 “윈도는 비디오게임기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격론 끝에 결국 빌 게이츠가 물러섰다. 알라드의 주장은 X박스가 성공한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속도가 모든 것이다
알라드 부사장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MS 직원과 판이하게 다르다. 옷차림? MS의 유니폼으로까지 여겨졌던 격자무늬 셔츠와 카키색 바지는 입지 않는다. 그가 걸친 재킷은 패션잡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최신 디자인이다. 음악? MP3플레이어 아이팟 9개와 준에 가득 들어있는 음악 파일은 일렉트로 펑크 곡들이다. 취미? 산악자전거 마니아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여러 번 당했는데도 여전히 빠져있다. 본명은 제임스. 그러나 그는 자신을 ‘J’라고 밝힌다. “제임스(James)는 너무 흔하다. ‘ames’는 빼고 ‘J’만 남겼다.”
하지만 그를 두드러지게 하는 점은 단순히 젊고 발랄한 성격이 아니라 그의 일 처리 방식이다. 그는 빠르다. 속도는 그의 모든 것이다. 준이 대표적인 예다. 알라드 팀은 출시 작업에 착수한 지 불과 8개월 만인 11월14일 준을 세상에 내놓았다. MS의 차세대 윈도 운영시스템인 ‘비스타(Vista)’ 개발에는 1만여 직원이 5년간 매달렸다. 그는 스포츠카 페라리 360과 포르세 911을 몬다. 이메일도 소문자로만 쓴다. “시프트(shift)키를 쓰면 느리다.”
알라드는 12살 때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보스턴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성적은 평균 B+. 후에 아내가 된 학교 친구 레바카 놀랜더와 함께 MIT 교정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참가했다. 그를 면접한 MS 직원이 “회사로 인터뷰하러 오라”며 시애틀행 항공티켓을 줬다. 알라드는 정식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는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묘비에 무엇이라고 새기겠습니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성공하거나 짐 싸거나. (Go big or go home)”
■“나는 항상 변화를 주장한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 거침이 없는 알라드는 1991년 MS에 입사한 후 3년간 윈도NT 서버 소프트웨어팀에서 일했다. 당시 MS는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자각이 거의 없었다. MS의 도메인인 ‘microsoft.com’도 알라드가 입사하기 불과 몇 달 전 등록했을 정도다. 썬마이크로시스템스사가 자신들의 도메인을 선점한 것은 그보다 5년 전이었다. 답답했던 알라드는 인터넷의 중요성을 깨우치려 모두에게 남기는 메모를 썼다. “MS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윈도는 미래의 인터넷 도구가 될 것이다!”
알라드의 메모는 게이츠에게 전해졌다. 이제는 MS의 교본 중 하나가 된 이 메모는 게이츠가 웹의 잠재력과 위협에 눈을 뜨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알라드는 사내 스타가 됐다. 이후 MS는 서버를 통해 소비자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데 집중했으며, 끝내 웹브라우저의 선구자였던 넷스케이프를 눌렀다. 알라드는 말한다. “저는 남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 점이 앞으로 MS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신(soul)이다.
아이팟을 무너뜨리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알라드의 적(敵)은 분명하다. 알라드의 책상 뒤에는 MS 엔터테인먼트 분야 사장 로버트 J 바흐가 입사 15년 선물로 준 사진틀이 놓여 있다. 사진틀 한가운데 얼굴. 바로 스티브 잡스다. 알라드는 애플사의 G5 컴퓨터로 작업한다. “이유? 경쟁자에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