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의 진정한 목적
: 영화 '엠퍼러스 클럽' (The Emperor's Club) '교사의 임무는 인격을 형성하는 일' 원칙주의자 스승과 위선의 제자 갈등 변하지 않는 정직에 대한 가르침 감동

A great teacher has little external history to record. His life goes over into other lives.
위대한 스승은 겉으로 드러나는 역사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그의 삶은 타인의 삶 속으로
전해질 뿐이다.
누구나 사회적,경제적 성공에 몰두하는 세태에 교육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새삼 거론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인격 형성'이나 '도덕성 함양'을 교육의 목표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이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영화 '엠퍼러스 클럽'(2002)은 진정한 가르침이란 무엇이며,아이들이 정녕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성찰하도록 만든다.
윌리엄 헌더트(케빈 클라인)는 명문 대학예비학교인 세인트 베네딕트 아카데미의 역사 교사이다. 특히 그가 공들여 가르치는 부분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역사이다.
학생들에게 어쩌면 케케묵은 고대사를 가르치는 목적은,역사에서 옳은 길을 선택한 사례를 배워 장차 사회의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있다. "기여하지 않는 야심과 정복은 무의미하다"(Great ambition and conquest without contribution is without significance.)며 그는 서구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한 위인들의 업적을 학생들의 머릿속에 새겨 넣는다.
그러나 헌더트의 교육자로서의 긍지와 도덕성은 세즈윅 벨이라는 학생에게 도전을 받는다.
연방 상원의원의 아들로,공부에 관심이 없는 세즈윅은 진지한 수업 분위기를 흐려놓기 일쑤이다. 참다못해 그는 세즈윅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교사로서 저의 임무는 아드님의 인격을 형성하는 일입니다"(It's is my job to mold your son's character)라는 그의 말에 세즈윅의 아버지는 대뜸 이렇게 대꾸한다. "선생은 지구가 둥근 이유나 누가 누구를 어디서 왜 죽였는지나 가르치세요. 인격 형성은 내가 시킬 테니"라고.
세즈윅의 문제가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발견한 헌더트는 그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
헌더트의 과목에서 놀라운 발전을 보인 그는 마침내 '엠퍼러스 클럽'이라는 퀴즈 대회에 나갈 최종 후보자 명단에 들어갈 정도가 된다.
헌더트가 최종점수가 1점 모자라는 세즈윅을 고심 끝에 세 명의 후보자 속에 넣은 이유는 그가 지금껏 보여준 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즈윅은 우승자에게 '미스터 줄리어스 시저'라는 명예가 주어지는 최종 퀴즈 대회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러 헌더트의 신뢰를 배신한다.
헌더트는 최종점수가 1점 더 높은 모범생 블라이스를 4위로 끌어내리는, 평생 그의 양심을 찌르는 잘못을 저지르면서까지 세즈윅에게 용기를 심어주려 했던 어리석음을 자책한다.
이 사건 뒤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세즈윅은 간신히 졸업을 하고, 아버지의 후광으로 예일대학에 입학해 훗날 대기업의 회장이 된다.
훌륭한 역사 선생보다는 많은 발전기금을 모을 유능한 행정가를 원하는 학교가 그를 교장 최종 후보에서 탈락시키자, 헌더트는 30년 넘는 교사 생활을 접는다.
조용히 책을 보며 소일하던 그에게 난데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세즈윅이 모교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조건으로,동창들을 불러 모아 퀴즈 대회를 다시 열겠다며 헌더트를 초청한 것이다. 졸업한 지 25년이 지나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제자들을 만나려 그는 기꺼이 초청에 응한다.
그러나 세즈윅은 이 대회에서 또 한 차례 교묘한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러,"배움을 통해 아이의 인격이 변하고 결국 한 인간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은 언제나 선생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It is a teacher's burden always to hope,that with learning, a boy's character might be changed,and so,the destiny of a man.)라는 헌더트의 신념에 도전한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라는 헌더트에게 세즈윅은 "이제 당신의 케케묵은 원칙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이기는 것만이 전부일 뿐이라고요"라고 쏘아붙인다. 동창들 앞에 선 세즈윅은 자라나는 세대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한다.
그러나 정직성과 원칙을 강조하는 구세대 선생과 야심과 위선으로 가득 찬 신세대 제자의 대결이 어떻게 판가름 날지 지켜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도덕적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한 제자의 인격을 빚으려다 실패한 헌더트가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정직에 대한 가르침은 한번의 실패로 포기할 수 없으며, 여전히 그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희수교수와 함께하는 영어.영화.논술]
글쓴이 윤희수 ; 부경대학교 영문과 교수·
yoonhs@p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