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둘은 전혀 라이벌이 아니다. 애초부터 비교의 대상으로 두기에 적절치 않다. 그런데 요즘 새로 나온 그들의 뮤비는 여러모로 눈에 띈다. 이들의 네임 벨류나 인기와 무관하게 꽤 수준있는 뮤비가 나온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뭔가 말하고 싶어졌다. 먼저 나는 이들의 팬이 아님을 밝힌다. 특히 비에 대해서는 확실히 비호나 불호에 가깝다. 전혀 호감도 없고, 그가 나오는 어떤 작품도 흥미롭게 본 적이 없다. 이에 반해 장우혁은 조금의 호감이 있다. 그리고 그의 행동이나 모습에 호의를 가진 적도 있다. 그런 내 감정이 이들의 퍼포밍과 노래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하고 이 글을 읽어줬으면 한다.
먼저 보다 먼저 촐시된 비의 [I'm Comming]
이 작품은 꽤나 세련된 오프닝을 선보인다. 커다란 날개, 밀리터리룩의 고뇌에 찬 비의 모습, 그리고 포연이 가득한 전장. 수송용 헬기와 비의 동료인 백업 댄서들까지 비장한 모습들이다. 그리고 뭔가 얘깃거리를 쏟아낼 것만 같은 분위기다. 게다가 한국의 뮤비 시장은 확실히 드라마 형식의 것이 대세다. 그러나 비는 아니 비의 소속사는 이런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보여줄 것만 착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팬들이 진짜 원하는 것만 원없이 보여준다. 질리게 비만, 그의 퍼포밍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근육, 그의 힘,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 사실 외모에서 그의 얼굴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은 선글라스를 끼워 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덕분에 나처럼 비호감으로 무장한 사람도 소리를 죽인다면 끝까지 볼 수 있다. 물론 비쥬얼만으로도 충분히 느끼하고 과도하긴 하지만, 새롭다는 점 때문에 확실히 눈길을 끌 수 있다. 덕분에 그들이 원했던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그것도 확실히.
오랜만의 컴백, 이전과 별 다를 바 없는 노래, 독창적이지 않은 댄스. 그렇지만 세계 무대에 얼굴을 비출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덕분에 돋보인다. 그 자신감만큼은 진정 가상하다. 그리고 그들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같은 사람이 눈을 떼지 않고 5분 이상 그의 뮤비를 주목했다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다. 그리고 그의 팬들 역시 상당히 감탄했을 것이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을 테니까. 그러니 비와 비의 소속사 그리고 비의 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완벽해 보인다. 그런 것들이 오늘의 비를 있게 했을 테지만 말이다.
이와는 달리, 장우혁의 새로운 뮤비 [폭풍 속으로]는 철저하게 장우혁을 숨긴다. 아니 단 한번의 등장 없이 그의 뮤비는 엔딩을 보인다. 사실 그의 보컬이 인상적인 편도 아니기 때문에 팬이 아니라면 장우혁의 것이라고 믿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그런데 왜 이런 모험을 했을까. 게다가 촬영의 기법도 상당히 실험적이다. 핸드 헬드에 원씬 원컷을 의도한 듯한 초반 도입부 등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할렘스럽다. 게다가 내용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정서는 아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거칠고 노골적이고, DJ DOC의 것이나 UPTOWN의 것도 아닌데 좀 마구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이 역시 의도된 건 분명할텐데, 대체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사실 장우혁은 우리나라 댄스의 일인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솜씨를 지녔다. 한창 때의 HOT 멤버로서가 아니라도 이미 소싯적에 동네를 주름 잡던 재주를 지녔던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비트가 분명한 자신의 신곡을 자신의 춤 없이 뮤비를 만들었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말이다. 나 역시 처음엔 신기한 뮤비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신인의 뮤비인 모양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런데 크레딧에 뜨는 장우혁의 이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노린 것이 이것이란 말인가? 의외성? 혹은 신비주의? 사실 장우혁의 보컬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가 댄서가 아니고 가수인 이상 어느 정도의 실력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 물론 한국의 가요계가 그런 것을 요구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그나 일반 대중 모두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를 바라고 싶은 게 관객의 입장 아닌가? 어쨌든 그런 그가 이제 자신의 보컬에 자신이 생겼다는 것일까? 라이브를 확인한 적이 없어서 그에 대한 해답은 얻지 못 했지만 그 역시 비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얼굴을 보이지 않고도 팬들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니면 무대에서 자신의 퍼포밍을 확인하라는 일종의 유혹. 오늘 인기가요에서 확인한 그의 퍼포밍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은 분명했다.특히 문워크라고 해야 하나, 마이클 잭슨을 오마쥬한 동작은 정말 놀라운 절도였다. 그게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고 인간의 동작인 줄은 미처 몰랐으니 말이다. 어쨌든 장우혁은 돌아왔고 그의 활동에 약간의 기대는 생겼다. 그리고 그의 재능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됐다. 동방신기의 유노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장우혁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춤에 뛰어난 두 엔터네이너의 활동, 그리고 그에 수반된 상반된 전략. 어찌 됐건 자신에 대한 놀라운 자신감만큼은 인정해야겠다. 그리고 그들 팬에 대한 확신도 대단히 부러운 부분 중에 하나이다. 이제 연말, 멋진 남자들의 멋진 퍼포밍을 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