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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제 군대 가야겠네’
대만전에 이어 지난 2일 일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자, 허탈감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비록 왕치엔밍(뉴욕 양키스)과 같은 일부 해외파가 빠졌지만 최강 전력을 갖춘 대만전과 사회인 중심으로 구성된 일본에게 잇달아 패하면서 사실상 아시안 게임 3연패가 불가능 해졌기 때문이다. 김재박 감독보다 금메달을 따내고 병역혜택(병역법 시행령 49조)을 받으려 했던 선수들의 얼굴에서 더욱 절망을 느낄 수가 있었다.
병역법 시행령 49조는 무엇인가?
이 규정은 올림픽(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1위) 입상자에 한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3년간 자기 분야(예술ㆍ체육 요원의 공익근무요원)에서 활동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제도다.
지난 2002년과 2006년에는 국방부, 병무청, 문화관광부, 국무조정실 등 관련 부처 차관회의에서 ‘월드컵에서 16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을 추가했고, WBC 4강 진출도 역시 병역법 49조에 포함되어 김선우와 최희섭 등 총 11명의 병역 미필자들에게 혜택을 주기도 했다.
당시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 WBC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여론과 형평성에 어긋남은 물론이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재빠른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등 한 동안 논란의 소지가 되기도 했다.
선수들 분위기, 금메달 < 병역혜택
선수들에게 군입대는 곧 ‘선수 생명 종결’로 이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2년의 공백 기간은 두려운 시간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 나서길 원하고, 뽑히고 나면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혜택을 받겠습니다’라는 정형화된 인터뷰를 한다. 특히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FA 제도와 해외진출이 가능한 프로 스포츠에서는 이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로인해 매번 병역혜택이 가능한 대회가 열릴 때마다 병역미필자를 우선 선발하자는 여론과 실력 중심의 선수 선발하자는 여론이 충돌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걸고 금메달을 따내 나라를 빛낸다는 생각 보다는 그것을 수단으로 삼아 병역혜택을 더욱 바라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AG 축구 대표팀에서도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병역혜택의 범위도 문제가 있다. 예선 1차전인 방글라데시전 승리(2 : 0) 후 엔트리에만 들어도 병역혜택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언론을 통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당황한 축구협회(이하 축.협)는 “단 1분이라도 뛰어야 병역혜택”이 주어진다는 병무청의 통보를 받고 나서야 겨우 정리 된 헤프닝이 발생했다.
아시안 게임 축구 대표팀은 아직 금메달을 따낸 것도 아닌데 섣부른 기사와 흔들리는 축.협의 모습으로 팀 분위기를 망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핌 베어백 감독 역시 전술적인 교체가 아닌 병역미필자 선수들을 위한 변화는 자칫 경기를 망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단기간 내 경기력 향상이 불가능한 스포츠에서 상금과 더불어 병역혜택이 선수들로 하여금 자극제 역할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그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분위기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타 국가들 역시 병역혜택을 ‘당근’으로 내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스포츠 자체로서가 아닌 수단으로서 변질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경기를 바라보는 일부 팬들 역시 병역혜택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금메달을 변색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의 메달 색이 있는 그대로의 색깔로 비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