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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찬물에도 순서가 있는건데....

최용일 |2006.12.05 15:49
조회 58 |추천 1
 

국민연금 개혁안에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나왔다(사실 개혁이라 말하기도 뭐하지만 이름이라는 게 지은 대로 불러주는 것이 예의라니 개혁이라 해두자). 이번 개혁안은 행정자치부가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만들기 위해 구성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확정되어 4일 행자부에 제출된 것이다. 행자부는 위원회의 개혁안을 관계 부처 협의, 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에 정부 안을 확정할 계획이며, 정부 안이 확정되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서 관련법을 고치게 된다고 한다.


위원회의 공무원연금법 개혁시안에 따르면 신규 공무원의 연금보험료와 수령액을 소득 수준별로 국민연금 가입자와 같게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법 개정과 함께 정부는 미국의 공무원 대상 저축플랜(TSP.Thrift Savings Plan)과 비슷한 노후자금 마련 제도를 검토 중이다. 이 제도는 법 개정후 채용되는 공무원의 연금을 줄이는 대신 새로 도입하게 될 퇴직연금제의 형태로서 공무원과 정부가 각각 절반씩 낸 자금을 채권 등에 투자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제도이며, 기업연금제와 유사한 방식이다.


시안은 또한 현재 연금에 가입 중인 공무원에 대해서 연금보험료는 그대로 둔 채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을 줄이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 개정 이전에 공무원연금에 가입한 사람의 연금은 현재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의 76%인 연금 지급액이 단계적으로 50%까지 내려가지만  평균소득의 17%인 보험료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현재 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22만여 명)의 연금액은 줄어들지 않는다.


위원회의 개혁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올해 8,450억원, 2030년엔 18조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공무원연금 적자폭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현행 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안과 ▶신규 공무원을 국민연금에 가입시켜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없애는 방안을 복수 안으로 제시했다. 또 교원연금 및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다른 특수직역연금도 공무원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개혁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개혁이 강행된 배경에는 적자재정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적자가 예상되니 더 내고 덜 받으라는 어거지 논리가 타당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보험을 없애라고 당사자들이 말해도 사회보장을 위한 국민개보험제 논리로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정부의 어려움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연금제보다 더 근본적이고 시급한 개혁이 필요한 것이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제인 것 같다. 이번 공무원연금제의 개혁에도 국민연금제의 개혁에서와 같은 논리가 지배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함을 금할 길이 없다. 본인이나 기업이 연금재원을 전적으로 조달하는 국민연금과는 달리 공무원, 교원, 군인들에 대한 특수직역연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시 말하면 국민이 그 적자를 안고 갈 수 밖에 없음에도 수십년간 국민연금에 대해 적용한 그런 논리를 적용해오지 않았다는 점이 국민들을 납득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더 문제가 많고 자신들만의 피해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특수직역연금의 개혁은 외면한 채 국민연금 개정안만 통과시키는 정부와 국회를 지켜보는 눈이 고왔겠는가?


공무원 등 특수직역은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보수수준이 민간에 비해 낮기 때문에 연금으로 보전해 준다고도 한다. 이들의 사용자는 정부이기 때문에 기업이 국민연금료 일부를 보전해주듯 정부가 연금을 보전해준다고도 한다. 다 옳은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공무원 등 해당 특수직역은 그 살벌한 IMF이후의 구조조정이라는 살풍경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민간부문보다 훨씬 긴 정년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철밥통이라는 이유로 지금 어느 대기업보다도 가고 싶어 하는 최고 직장이 된지 오래다. 근무조건이 제일 좋고 보수현실화를 거쳐 이미 민간부문에 근접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공무원 등 공직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무서워서 개혁을 못했다고 변명할 것인가? 공직자는 무섭고 민은 졸로 보인다는 말인가? 그동안 참고 살았으니 계속 찌부러져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면 관은 권력에 취하고 민은 술에 취하는 수천년의 관행을 계속하자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나왔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다른 특수직역연금의 개혁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꾸준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나 국회나 국민연금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앞서 특수직역연금개혁안을 먼저 확정해야 할 것이다. 고통은 나눠야 하는 것이 틀림없지만 가진 자가 지도층이 먼저 당하면서 나누자고 하는 것이 천하의 이치인 것이다. 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굳이 논할 것도 없이 [형님 먼저!]라고 해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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