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가난한 민중의 마음을 대변한 격정과 애감의 노래
오렌지 빛 관능· 이글거리는 눈빛· 마지막 착지를 향해 철저하게 억제되는 격정의 순간들. 이들 모두 매혹적인 마법이 흐르는 탱고를 대표하는 이미지들이다. 라틴댄스를 대표하는 춤으로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는 탱고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재즈와 마찬가지로 근원과발생시기· 경위 등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탱고의 발생 시기는 대략 1880년경. 아르헨티나의 본격적인 이민정책으로 유럽에서 이민 온 이민자들이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민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항구와 인접한 보카 지역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 편이다.
보카 지역은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이민 온 저소득층 이탈리아계 주민들이 모여 사는 지저분한항구 도시로 보카 지역에서 탱고가 유래했음은 곧 사회에서 버림 받은 하층민의 삶 속에서 탱고가 탄생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달픈 일상에 지친 인간들의 고단함과 고독감을 달래 주던 음악 탱고· 정열· 낭만· 비애가 주된 테마로 연주상의 특색도 지극히 선율적인 것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탱고, 문화적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시학과 음악의 독창적 혼합물
탱고는 스페인 내지 유럽 계통의 무곡과 아프리카계 주민의 민속음악이 혼합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탱고의 기원은 19세기 전반 쿠바의 하바나 항구에서 유행한 우아하고 세련된 무곡 '하바네라(Habanera)' 이 하바네라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하바나를 오가는 뱃사람들에의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도 전해지게 되고 여기에 지방색즉 좀 더 빠른 템포와 아르헨티나 풍의 멜로디가 가미되며 '밀롱가(Milonga)'라는 무곡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밀롱가는 다시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민속음악인 타악기의 싱코페이션을 가진 '칸돔블레(Candomble)' 리듬의 영향을 받아탱고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때가 1875년경이라고 하니라틴댄스의 대명사 탱고의 역사도 어느덧 백 여년이 넘은것이다.
20세기 초 탱고는 악보와 탱고 연주자가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드디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맞게된다. 파트너와 온 몸이 밀착되어 서로의 호흡이나 체온을 강하게 느끼며 춤추는 정열과 관능의 음악 탱고는 파리를 기점으로 전 유럽을 열광의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었다. 유럽으로 건너 간 탱고는 또 한 번 변모의 계기를 맞게 되는데 바로빈민촌· 사창가의 음악이었던 탱고가 상류사회가 즐기는 무도장의 음악으로 격상되는 계기를 맞이 했던 것.
이러한 흐름은 역으로 아르헨티나의 탱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프랑스 이민 출신인 카를로스가르델의 '탱고 깐시온'에 의해 탱고는 모든 계층이 즐기는 대중음악으로 성장하게 된다. 1940년대에는 각 구역마다 10~15개에 이르는 아마추어 탱고 오케스트라들을 가질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했고 전문 탱고 오케스트라들은 변두리가 아닌 도심의 카바레와 나이트 클럽에서 연주했다. 여기에 50년대 LP 레코드의 발명과 스테레오의 등장은 오케스트라의 표준 편성 반도네온 1~2대· 바이올린 1~2대· 피아노· 베이스의 섹스텟에 비올라나 첼로가 추가되며 한층 넓이와 깊이가더한 음으로 고전 탱고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탱고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60~70년대 아르헨티나의 경제적 쇠퇴가 그 이유우수 오케스트라의 해산· 분열· 오케스트라의 표준 편성도 레코드 녹음이나 해외공연 등의 특별한 경우에만 연주되는스타일이 되었고 그 결과 오케스트라들이 아르헨티 나를 떠나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탱고의 침묵의 시대에 꺼져가는 탱고의 등불을 다시 살린 사람이 있으니 바로 이 시대 대표적 작곡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Piazzolla)'이다.
탱고하면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생각날 정도로 탱고란 음악 장르에 절대적 존재감을 입증시킨 주인공. 그는 탱고에 독창적 화음의 개념을 이끌어와 탱고에 새로운 차원을 제시했으며 탱고의 정수를 훼손 시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탱고를 창조한 시대가 낳은 대가였던 것이다. 피아졸라는 수많은 클래식 대가들의 공연 목록에 자신의 곡을 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던 것이다.
1980년대에 탱고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며 부흥의 기미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탱고의 날을 제정, 탱고 부흥에 앞장 섰으며 1987년에는 탱고의 명곡에 당시의 스텝을 가미한 '탱고아르헨티노(Tango Argentino)'의 성공적인 공연이 그 기세에 박차를 가했다. '탱고 아르헨티노'는 유럽에서 미국, 일본으로 탱고를 부활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한 때 발생지 보카에서조차 쇠퇴해 있던 그 음악이 90년대 들어 전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다시 한 번 부흥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