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열전 (6편 백수..신의 경지.ㅜ.ㅜ)
정의광
|2006.12.07 02:20
조회 90 |추천 1
10월 25일
강모군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녀석이 오늘 어디 같이 가잰다. 이 놈은 아
직 학생인데 지딴에는 낭만파라고 꼭 만나면 근사한 카페나 커피숍으로 날
데리고 간다. 밥이나 사 줄 것이지. 커피숍 같은 델 가면 음악을 들으며 커
피를 홀짝 홀짝 차분히 마신다. 지가 반도 마시기 전에 내가 다 마셔버리면,
커피는 음미하면서 마셔야 된다며 엄청 쪽을 주기도 한다. 이 녀석은 꼴에
차까지 있다.
오늘 날 태우고 야외로 갔다. 어디 군부대로 갔는데, 참 슬프다.
내 생전 처음으로 친구 애인 면회를 갔다. 내 주위에는 좀 색다른 놈이 많
은거 같다.
질질 짜면서. 잘 견디라며 그 녀석이 지 애인한테 뭐라 그랬다. 고무신 꺼
꾸로 신지 않고 나 올 때까지 일편단심 기다릴거라고 한다. 2001년 제대니까
나오면 29살이다. 딱 좋네. 2002년 월드컵은 같이 볼수 있겠구먼. 이 녀석한
테 돈모아 고무신이나 하나 사줘야 겠다.
야 이쁜 여군들이 많다. 나도 여군이랑 한번 사귀어 볼까? 근데 재들하고
싸우면 이길 수 없을 같다. 등판이 장난이 아니다. 난 지금 너무 체력적으로
약해 있다. 이길 자신이 없다.
그리고 딸딸이 거꾸로 안 신을 자신도 없다. 솔직히 집에서 급히 도망치다
보면 딸딸이를 자주 거꾸로 신는다.
집에 오면서 이 녀석이 계속 질질 짠다. 짜증이 난다. 하기야 방위 나온 놈
이니 이런 이별을 경험해 봤을 리 만무하다. 가만 나도 생각해보니 병장달아
본 기억이 없다. 그럼 나도?
10월30일
학교를 갔더니 무슨 축제라 그런다. 축제는 봄에 했잖아? 이건 동아리 주체
로 하는 거라고 한다. 아직 내가 이런 걸 모를리 없다. 그냥 해 본 소리다.
퀴즈 대회를 하는데 짜고 하는거 같다. 졸라 어려운 문제만 내는데 나온 놈
들이 잘도 맞춘다.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분명 짜고 하는게 틀림 없는 거
같다. 조금 있으니 마라톤 대회를 한다고 했다. 한번 가봤다. 신청자들이 생
각보다 적은가보다. 지금도 신청을 받으니 나가보라 그런다. 상품이 장난이
아니다. 출전비 5천원에 몇 십만원짜리 금상품이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유
통기한 지난 학생증을 꺼내보이며 나도 한번 뛰어보겠다고 했다. 츄리닝 녀
석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녀석이라면 분명히 나보다 뒤쳐질게 분명하니까.
야! 이학생증으로도 통하네!
하루 밥 값인데 좀 아깝긴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뛰었으니까 최소한 입상은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뛸 놈들을 보았다. 쿠 저기 떨어진 넌닝셔츠 입
은 놈 좀 봐. 저놈 아무래도 뛰다가 병원으로 실려갈 것 같다. 어라 여자도
있네. 가을이 되면서 가을을 탄 탓인지 동네를 자주 안 돌았다.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뛰는데는 왠만큼 자신이 있다.
설레는 맘으로 출발을 했다. 갈길이 멀다. 처음부터 빨리 뛰면 안된다. 보
조를 맞추자. 학교를 벗어나 도심으로 들어섰다. 뛰면서 이렇게 덜 쪽팔려
본 것도 참 오랜만이다. 여유를 보이며 손도 흔들어 주었다.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까 본 여학생이 나를 앞질러 간다. 앞질러 가라 언젠가
내가 널 다시 앞 질러 주지 뭐. 넌닝셔츠 녀석은 보이지도 않는다. 헤, 좀
힘들긴 했다. 그래도 중간 중간 포기하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상품이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는거 같아 뿌듯하다. 내 뛰는 속도는 아직 변함이 없다. 그
래도 하나 둘씩 따라잡기 시작했다. 제법 멀리까지 왔다. 조금있으면 반환점
이다. 이쯤에서 포기하는 놈들 돌아갈 차비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같
이 뛰는 놈들이 줄어든다. 걷는놈들도 자꾸 생기고.
어라! 아까 그 여학생이 벌써 반환점을 돌아 오고 있다. 신기한 듯이 그녈
쳐다 보았다. 혹시 저년 장거리 육상선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니면 공대5층을 주로 이용하는 공순이던가. 목표가 생겼다. 저 여학생을
따라 잡는거. 반환점을 돌아 다시 학교로 향하고 있다. 숨이 가프고 다리에
힘이 풀려간다. 동네 안 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니면 영양부족일까? 주
위에는 그래도 나를 앞 질러 가는 사람이 없다. 뛰는 모습이 이상한 듯 이제
쳐다보는 사람들이 생긴다. 손이나 흔들어 줄까? 쓸데없이 체력을 낭비하지
말자. 그 여학생을 따라 잡겠다는 생각은 포기했다.
야, 이제 학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학교로 들어섰다. 박수 쳐주는 놈들이
생긴다. 여학생들도 손을 흔들어 준다. 힘이 생겼다. 그래서 속도를 높혔다.
2명을 따라 잡았다. 결승점을 통과했다. 완주를 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청년
의 기상을 보여준 한판 레이스였다. 뿌듯했다. 23등. 입상은 못했다. 하지만
우쒸! 넌닝셔츠가 벌써 들어와 있었다. 저녀석은 아예 첨부터 내 앞에 있었
나 보다. 아까 그 여학생도 완주를 했나보다. 한참 뒤 이제야 천천히 걸어서
들어오는 놈들이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다. 근데 나보다 무려 몇십분이나 늦
게 들어온 놈인데 관계자 놈들이 달려든다. 왜 그려? 알고 봤더니 49등짜리
놈이다. 그리고 또 알고 봤더니 올해가 학교개교 49주년이고 그 해 개교년
수와 같은 등수에게는 금반지를 준다고 그런다. 쌔가빠지게 뛰어 완주했다고
꼴랑 수건하나 받고, 누구는 천천히 걸어 들어와 재수좋게 금반지를 받고.
인생의 힘겨움과 인생사가 결코 평등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은
냉혹하다. 그리고 서글프다. 배도 고프고.
요즘 자주 학교를 간다. 그러나 당분간 못 가겠다. 오늘 체력을 너무 소진
했다. 앞으로 며칠간 집에서 푹자고 눈치 볼 것 없이 영양되는 것은 훔쳐먹
어야 겠다.
오늘 밤에 코도 안팠는데 코피가 터졌다. 아까운 내피. 내일은 일찍 일어나
아침이란 밥을 꼭 얻어먹어야 겠다.
11월 22일.
오늘은 누가봐도 별 미친놈들 다 보겠네,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이상한
짓을 했다. 미디어 매체가 사람을 배려놓는다고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다.
어제 황수관박사의 뭐 호기심천국에서 세상엔 참 희한한 것에도 궁금증을
가지는 이상한 사람도 있다는 걸 느꼈다.
'자동차도 바나나껍질에 미끄러지나?' 미친놈. 물어 본 녀석 분명 백수일거
다.
그걸 추리닝 녀석이 본 모양이다. 전화가 왔었다. 요즘 녀석이 자기 피시에
스로는 전화를 하지는 않는다.
"야. 나도 황수관뭐에 궁금한 거 물어 볼 것이 생겼다."
"뭔가? 혹시 어떡하면 니 피시에스를 잘 자랑할까? 그딴것은 아니겠지?"
"나를 그런 수준으로 보지말라."
"그럼 뭔가?"
"응. 자네한테서 힌트를 얻었다네."
"빨리 말해라."
"내가 집에 내려가면 고무신을 신고 다니지 않냐? 졸 헐랭하거든. 뛰는데
좀 불편해. 그래서 궁금한게 생겼지. 과연 딸딸이 신고 달리는게 빠를까? 헐
랭한 고무신 신고 달리는게 빠를까?"
"^^;;"
"왜 말이 없는가?"
"채택 되겠다!"
밖에는 눈발이 조금씩 흩날리고 날씨도 꽤 추웠지만 학교 대운동장으로 갔
다.. 뭘 하려고요?
신청에 앞서 과연 타당한 질문이 될까, 시험하기 위해서다.
나는 내 딸딸이를 신었다. 발이 졸라 시리다. 내가 녀석보다 달리기를 잘하
기 때문에 엄마 딸딸이도 하나 품에 숨겼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녀석과
같이 추리닝도 입었다. 내 추리닝을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추리닝은 울작은 누나께서 이제는 내 배만해진 우리집 개가 유독 내 추리
닝을 좋아한다고 장난감으로 줘 버렸었다. 그래서 잘 들어가지도 않는 작은
누나 추리닝을 훔쳐 입었다. 발목이 훤히 보이는 짧은 추리닝에 딸딸이를 신
고, 춥기 때문에 쌔무 무스탕(애 혹시 시장에서 떨이로 파는 그런걸로 오인
할 우려가 있는데, 한때 잘 나갔을때 백 몇십만원 주고 산 것임을 밝히는 바
이다.)을 걸치고 나갔다.
녀석이 운동장안에서 팔딱 팔딱 뛰고 있었다. 눈발이 조금 흩날리는 일요일
오후의 대운동장은 참으로 썰렁했다. 녀석은 역시 사계절용 추리닝에 어디서
구했는지 자기발보다 조금 큰 헐랭한 흰고무신을 신고, 녀석도 위에는 무스
탕을 입고 있었다. 얼마전 자기네 소 한마리가 저 걸 사느라 도살장으로 끌
려갔었다.
"야! 왜 무스탕에는 가슴에 작은 호주머니가 없냐?" 훗. 무스탕이랑 피시에
스를 같이 자랑하고 싶은가 보다.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녀석이 날 보고 웃을 정도니 내 모습도 가히 제정신
인 놈들은 슬슬 피해갈 차림이란게 느껴진다. 쪽팔렸다. '녀석아 침이나 닦
아라.'
추운관계로 무스탕을 입은채 달려 보기로 했다. 운동장 트랙에 섰다. 처음
엔 내가 딸딸이를 신었다. 엄마의 딸딸이를 신었다. 난 내 딸딸이를 신으면
존나게 빠르다.
그래서 엄마의 딸딸이를 신는 것이다. 잘 안들어 간다. 하지만 팥쥐가 유리
구두 신을 때 주던 힘으로 겨우 신었다.
출발선에 섰다. 나보다 다리길이가 많이 짧은 녀석의 모습이 가소롭다. 녀
석이 씩 웃더니 그냥 뛰어버린다. 얼라리요?. "야이. 개라슥아. 반칙!" 그러
며 쫓아갔다. 힘이 든다.
발을 거의 땅에서 뛰우지 않고 쭈욱 달려나가는 녀석의 뒷모습이 한마디로
코메디다.
엉댕이를 씰룩 씰룩~ 저렇게 빠를수가! 젖먹던 힘까지 내서 달렸다.
'피이잉~!' 좇됐다. 엄마의 딸딸이 한짝이 등이 터져 주검되어 저 멀리 날
라갔다.
"야. 타임!" 뒤도 안 돌아보고 횅하니 님은 엉댕이를 씰룩거리며, 손바닥을
날름거리며 그렇게 가 버렸다. 발바닥이 졸라 아팠다. 맨발로 결승점을 통과
했다. 녀석은 먼저 들어와 휘파람을 불고 있다. 딸딸이의 처참한 패배였다.
"하하. 내가 고향가면 별명이 제트고무신이야. 왜이래 이사람아."
숨이 차다. 좀 쉬었다. 꼴랑 백메타 달리고 이렇게 숨이 찰 줄은 몰랐다.
담배를 하나 물었다. 춥고 눈까지 오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관중석에 사
람이 몇명 모였다.
신발을 바꿔 신었다. 고무신이 좀 헐랭하다. 몸이 뜨거워져 무스탕을 벗었
다. 녀석이 내 딸딸이를 신었다. 녀석도 나를 보고는 무스탕을 벗어 버린다.
하지만 자기 피시에스 단말기는 추리닝 안 팬티속에다 끼워 넣었다. 뛰다가
전화 오면 받으려는 모양이다. 우끼더군요.
관중석에선 뭔가 기대하는 듯 모두 이쪽을 쳐다보았다.
출발선에 섰다. 아까 녀석이 써 먹던걸 시도 하려고 했다. 녀석을 쳐다 보
며 웃어 주다가 바로 뛰어버리는거. 하지만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앞으로 뛰
어나가는 녀석의 모습을 보았다. 우 씨바알, 또 반칙이여?
졸라리 쫓아 갔다. 참 낯설은 발의 감촉이 날 힘들게 한다. 울 엄마 딸딸이
보다 더 힘든 것 같다. 또 멀어지는 님의 모습을 보았다. 녀석 뒤를 쫓아 가
는데 고무신이 벗겨진다. 발걸음이 부자연 스럽다. 녀석이 점점 멀어진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달려가는 녀석의 모습에서 뭔가 휭하니 날라서 떨어진
다.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뛰다가 뒤돌아 서 버렸다. "우악! 씨뿌러얼~ 조
오때따."
얼마 안가 녀석을 재쳤다.
"야이. 타임~" 녀석의 외침이 물론 내귀에 들어올 리 없다. 이겼다. 난 황
영조처럼 한손을 흔들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관중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황
홀한 승리의 쾌감이다. 조금 뒤 플립이 떨어져 나간 피시에스를 들고 원통해
하며 녀석이 결승점으로 들어 왔다. 녀석의 모습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은
자의 슬픔 그 자체였다.
"꼬시게. 잘됐다."
오늘 실험에서는 두번다 고무신의 승리였다. 그리고 훌륭한 교훈을 얻었다.
절대 엄마 딸딸이를 신고 뛰지는 말라.
고무신도 잘만하면 육상화로 개발할 수 있다.
피시에스를 빤스에다 끼우고 심하게 달리면 좇된다.
집에 들어와서 누나의 추리닝 밑 가랑이가 찢어져 있는걸 발견했다. 복수했
다.
엄마의 등터진 딸딸이 한짝은 아무것도 모르며 내 갈기갈기 찢어진 추리닝
곁에서 헷바닥을 날름거리는 우리집 개새끼옆에 놓아두고 들어왔다.
진짜 딸딸이와 고무신을 신고 달리면 누가 빠를까? 응모를 한번 해볼까 생
각 중이다.
#사실일까? 상민에게 물어 봐.
며칠전이었다.
권모양이 영화를 보여달라고 전화가 온적이 있었다.
'이기 미쳤나? 감히 백수에게 영화를 보여달라고 하는 황당함을 보이다니...'
"보여줄께. 내가 예매하고 다시 전화하마. 에. 내가 피씨에스를 샀거든.
*******이야."
"능력돼?"
"우리아버지 통장에다 자동이체 시켰다. 푸하하. "
"들킬텐데..."
"배째라고 그래. 우리나라 휴대폰 가진 사람이 천만이다. 천만! 백수는 백
만이나 될래나? 힌트끝."
"힌트끝이라니?"
"백만이 많냐? 천만이 많냐?"
"천만."
"힌트끝."
"*** 되십니까?"
"그런디요."
"태광산업 원서 쓰신분 맞습니까?"
"맞는디요"
"태광산업 인사부인데요."
"호 혹시 합격했습니까?"
"꼴등했습니다. 푸하하."
"너 죽을래.?"
"문열어 새꺄. 나 니 방문앞이여."
권모양 그녀에게 영화를 보여준다고 했으나 돈이 없었다. 수습을 할 길은
그래도 백수로 있으면서도 집에서 꿋꿋히 돈이 올라오는 추리닝 그녀석 밖에
는 없었다.
"머리감은지는?"
"4일."
"이빨닦은지는?"
"이틀전에...너는?"
"난 어제 아침에 닦았어 쨔샤."
그놈은 인간의 몰골이 아닌 모습으로 삼중 보온 내복의 발목이 반쯤은 삐져
나와 있는 노란 추리닝을 입고 언제쯤 자기 별나라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자
기를 데리러 올까? 이불을 베고 기다리고 있었다.
"춥냐?"
"우리 고향에선 이렇게 추운날이 없걸랑."
그의 별모습이 대충 그려진다.
"영화보러가자."
"드디어 미쳤군."
"권모양이 너하고 영화보고 싶다고 그러더라."
"나하고?"
"니가 영화보여주면 밥사겠다고 그러던디..."
"진짜로?"
'띠띠 뚜뚜 띠따뚜...'
"권양아. 세시까지 씨네하우스 앞으로 나와라."
"알았어."
그는 노란추리닝을 벗더니 살색의 내복위로 양복바지를 걸쳐 입었다.
"니가 왠일로?"
"여자 만나러 가는데..."
그는 거울을 한번 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내머리 괜찮냐? 감고 나갈까?"
"친구야.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데... 냄새가 쫌 난다."
"그럼 감고 나가지 뭐. 너도 빨래비누냄새 나 임마."
타이타닉이 연상되는 살갗을 애이는 찬물에 추리닝과 나는 머리를 감아야
했다.
"여기는 아니야. 추리닝 너는 살아야 해. 돈낼놈은 너 밖에 없어."
그놈은 머리를 감으며 부르를 떨더니 나에게 한마디 했다.
"그냥 나갈껄. 졸라리 찹네. 삼푸 쫌만 써 쨔샤. 올겨울은 버텨야돼."
"다 썼는데..."
난 구두를 신고 나갔었다. 어색하다. 아임에프를 이길 기막힌 상품을 생각
해 놓았는데 개발할 돈이 없어 접어두고 있다. 혹시 이걸 보는 사람중에 만
들 의사가 있다면 밥한그릇 사주고 아이디어를 사가기 바랍니다. 털딸딸이.
보온 딸딸이...
씨네하우스에 도착하니 권양이 먼저와 있었다. 그는 추리닝녀석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녀석은 정장차림으로 나왔었기 때문에...
권양은 쪼매 이쁘져 있었다. 그녀도 얼마 안있음 유부녀가 되겠지? 그럼 우
리곁에 여자는 씨가 마르는데... 누구하고 놀지? 추리닝도 그것을 인식했는
지 안말않고 표를 끊었다. 내것도 함께...
"아니 저놈은...?"
나보다도 훨씬 키가 크고 무식하게 생긴... 시컴고...
"쟈니 맥도웰이다." 추리닝녀석의 발음은 내가 상상한 이상으로 엉망이었다.
그와 나는 마주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싸인받자."
녀석이 영화포스터 붙혀놓은거를 아무 눈치없이 조금 훑어 보더니 볼펜을
꺼내 맥도웰에게로 다가 갔다. 그리고 맥도웰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냥 돌아
왔다.
"야. 왜 그냥 돌아와?"
"누군데?" 권양은 농구를 안좋아하나 보다. 맥도웰도 모르다니...
"아 새끼가. 옆에가 아저씨. 아자씨? 그랬는데 쳐다도 안보잖아..." 하기야
언제 니가 외국사람하고 말이나 한번 해 봤겠냐?
아무것도 모르는 권양을 꼬셨다. 사인받아오라고...
으잉. 그녀는 사인을 받아왔다. 뭐라고 몇마디 하는걸 보았다.
"뭐라 그랬는데 사인을 해줘?"
"하이. 볼펜하고 종이 주었더니 그냥 해주던데..."
"나중엔 뭐라고 그랬어?"
"땡큐..."
아 그러면 되는구나.
영화는 재미없었다. 비상계엄을 봤는데... 별루 재미없었다.
그녀가 누구한테 선물할게 있다면서 백화점에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근처에
가장 가까운 백화점은 갤러리아였다. 백화점에는 사람이 많았다. 물건도 많
았다. 하지만 그녀는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했다.
"명품관으로 가야겠다. 여기는 맘에 드는게 없어."
"밥은 언제 먹는데...?"
녀석은 이쁜 안내원을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밥 얘기였다.
명품관으로 갔다. 좀 꼴린다. 가격표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 백화점은 곧 망하겠다. 바로 옆의 백화점은 사람이 졸라 많았는데 여기
는 별로네. 어떻게 바로 옆에 백화점이 또 있나."
바보 같은 놈!
조르지오 알마니 매장으로 그녀는 들어갔다. 따라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
는 넥타이를 산다며 좀 골라 달라고 했는데... 매장안에는 홍리나하고 어떤
미스코리아하고 이상민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리나는 내가 좀 좋아하는 배
우다.(현대 농구선수 이상민이하고 산에서 떨어진 홍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
들이 계실텐데 그냥 이름만 같고 유사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
겠다. )
이상민이만 옷을 사고 둘은 그냥 옷을 골라주고 있었다. 둘이 사귀나? 리나
씨가 나이가 더 많을텐데... 나는 못들어갔는데 추리닝녀석은 전혀 부담없
이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매장앞 복도에서 멀쭘히 서 있을려니 쪽 팔렸다.
홍리나가 날 한번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것이다.
그녀가 나한테 관심이 있나? 푸헤헤. 스토커 아니에요.
양복한벌에 백팔십만원? 별로 안비싸네... 세일도 하네... 백삼십만원? 살
만하네... 돈 있으면 말이다. 여기서 파는 딸딸이는 좀 비싸겠다. 담에 성공
하면 하나 사야지...
넥타이 하나 고르는데 졸라 시간끄네... 추리닝녀석이 갑자기 나오더니 나
에게 물었다.
"저여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다."
"홍리나잖아. 넌 티비도 안보냐?"
"볼펜줘. 아까 종이도..."
"안돼 저 사람들 사생활 방해받는거 안 좋아해. 자 여자잖어. "
녀석은 옷을 고르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이상민이와 홍리나에
게로 짤래짤래 걸어갔다.
이상민이는 밝은 표정이었는데 홍리나는 좀 어색한 표정이었다. 이상민이가
볼펜을 잡고 사인을 해줄려고 했다. 옆에 서 있던 미스코리아는 히죽 웃었다.
"아저씨 말구요."
이상민이 졸라 무안했을것이다. 녀석은 결국 홍리나 싸인만 받아왔다.
그들은 웃으며 우릴 보고 매장을 나갔다. '미안합니다. 이놈은 지구인이 아
니에요.'
"저새끼는 뭔데 지가 싸인해 줄려고 했냐?"
"넌 이상민이도 모르냐? 맥도웰은 아는 녀석이..."
"난 나보다 못생긴 녀석은 잘 기억을 못하거든..."
"쿠쿠. 그럼 맥도웰은...?"
"그놈은 새까맣잖아."
그녀는 들어간지 20분이 지났겄만 나올생각을 안했다. 넥타이 하나 고르는
데 그정도면 옷사러 왔으면 하루죙일 걸리겠다. 내가 매장으로 들어갔을때
그녀는 이제사 골랐나 보다. 포장을 하고는 계산을 했다.
13만 4천원!
좀 비싸군...
"끄나풀 하나가 뭐 그리 비싸나?" 추리닝 녀석이 알리 없지. 그래 내 신세
진것도 많은데...
"야 **야. 내 책뜨면 하나 아니 한벌 맞추어주마."
(백수 열전은 이현철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