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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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모리스 센닥의 [괴물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입니다. 시공주니어라는 출판사에서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시공주니어는 꽤 유명한 어린이 그림책들을 수입해서 번역, 출판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는 출판사입니다. 이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들을 보면, 단행본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됩니다. 굳이 책을 프뢰벨같은 회사에서 전집으로 잔뜩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전집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
모리스 센닥은 그림책 분야의 노벨상쯤 되는 칼데콧 메달을 여러개 보유한 스타 작가입니다. 이 사람의 그림은 섬세하면서, 어른까지 사로잡는 탁월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어른이기 때문에, 어른의 눈에 유치해 보이는 그림책은 대개의 경우 실패하고 맙니다. 이 책은 어른에게도 어필할만한 그림, 그리고 아이에게 강한 호소력을 갖는 괴물 이야기를 잘 결합시킨 수작입니다. 센닥은 이 그림책으로 칼데콧 메달을 수상했습니다.
흔히 미운 네살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운 짓을 하는 시기가 왔을 때, 아이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는 것이라고들 하지요. 이 책은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의 경계선을 탐색하다 부모와 충돌하게 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엄마와 싸우고, 그러다 방에서 Time-out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아이는 엄마가 왜 자신에게 그렇게 엄한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자칫 잘못하면 자기를 따뜻하게 감싸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원망만 커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은 그런 아이의 심리적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아이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마법의 세계, 그 안에서 아이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초월적인 권능을 경험합니다. 괴물을 꼼짝 못하게 하고, 그들의 왕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가 돌아가게 되는 곳은, 사랑하는 부모가 있고 따뜻한 저녁밥이 있는 집입니다. 그 저녁밥을 먹으며, 아이는 엄한 부모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 그리고 그런 부모에게서 보살핌을 받고 간섭을 받는 일이,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하고 즐거워하는 것 보다 더 값진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국 이 책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림을 통해 웅변합니다. 그것은 밉다는 말, 싫다는 말을 달고 사는 미운 네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싸준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떼를 쓰고 징징거리는 아이에게 섣불리 매를 들지는 않았는지, 소리를 지르거나 협박을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끔 만드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시공주니어에서는 이 책 말고도 센닥의 [In The Night Kitchen]이라는 책도 번역해서 내놓고 있습니다만, 그 책은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원서가 영어 리듬과 운율의 문제에 지나치게 천착하고 있는 탓에, 깔끔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그 리듬의 즐거움이 그다지 강하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마 영어를 좀 아는 아이가 그 책을 원서로 엄마와 함께 읽는다면, 재미있게 즐길수 있긴 하겠지만요.
다음 페이퍼에서는 다시 국내 서적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