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에디터들에게 지구에 있는 단 한 명의 옷장을 열어볼 수 있다면 누구의 옷장이겠는가, 라고 물으면 선뜻 열어보고 싶다고 대답하는 여자가 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다. 바로 이 여자를 패션 아이콘으로 만든 ‘섹스 앤 더 시티’의 감독과 의상담당자가 최근 여자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한다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만들었다.
하이힐 위에서 절대로 내려오지 않을 것 같은 영화 속 여자들의 삶에 광채를 달아준 건 역시 발렌티노와 크리스찬 디올, 샤넬의 향연들이다. 도널드 트럼프(미국의 부동산 갑부)의 지갑이라도 털고 싶을 만큼 손끝이 짜릿한 이 물건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여자가 몇이나 될까.
그러니 남자들아, 애인과 이 영화 보지 마시라. 원래 이런 영화는 여자들만의 빅 매치다. 칼라거펠트나 마크제이콥스, 톰 포드가 벌이는 패션 프리미어리그 같은 것 말이다. 첼시와 아스날의 경기를 본다고 상상해봐라. 아무리 사랑한다 한들, 존 테리와 드록바의 눈부신 패스와 앙리의 골 결정력에 대해 깜깜한 여자친구와 무슨 얘길 하겠는가. 만고의 진리는 여기서도 통한다. 축구는 남자와, 쇼핑은 여자와!
삼순이 만큼 인기가 많아서인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나오고 나서 내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령 소설에 나오는 명품으로 가득 찬 옷장이 회사에 있는지. 기사 딸린 차량 서비스가 존재하는지. 패션지 에디터들은 전부 다 그렇게 키가 크거나 말랐거나 옷에 미쳐 있는지. 파티나 쇼가 그렇게 많은지. 더불어 연예인이나 스타일 좋은 남자들과의 로맨스가 옵션처럼 따라 붙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친절한 금자씨처럼 대답한다. 미국에 있다는 그 옷장이 한국엔 없다. 대신 에디터들의 책상 옆은 곧 반납해야 할 옷과 화장품 더미들로 늘 폭격 상태다. 전용차? 없다. 물론 택시를 타면 영수증을 첨부할 수 있지만, 택시만 타다간 관리팀에 제대로 찍힐거다. 빼빼 마른 에디터들? 내 경우 에디터를 하는 동안 마감 증후군으로 6㎏의 몸무게가 증가했고, 쌩얼 트렌드 때문이 아니라 바빠서 화장은 꿈도 못 꿨다. 그 사이 후배들은 ‘나의 스키니진 체험기’ 같은 걸 쓰면서 세상의 44사이즈들에 대한 애증의 기사를 써내고 있었다. 파티? 가려고만 들면 패리스 힐튼 뺨치는 파티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파티는 피곤한 업무의 연장으로 대개 광고주들의 파티라 불참하게 되면 광고주에게, 부장에게도 찍힌다. 스타일 좋은 남자? 괜찮은 남자는 유부남 아니면 게이더라. (이곳에선 여자뿐 아니라 잘 생긴 게이와도 경쟁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아 그래. 패션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프라다를 좋아하냐고? 오브 코오스. 물론이다! 근데 프라다보다는 프라다 스타일의 옷을 더 많이 사 입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니까 내 말은 뭐냐 하면, 진짜 만고의 진리란 수요 공급은 언제나 늘 불일치 하다는 거, 그거다, 그거. 사고 싶은 옷은 많다. 근데 돈은 늘 없다. 천하의 사라 제시카 파커도 옷장 앞에선 옷 없다고 툴툴댄다고 하니, 과연 신은 공평한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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