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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cold Steve Austin

김현식 |2006.12.08 20:55
조회 41 |추천 0


이 세상에 가운뎃 손가락 하나로 수만의 관중을 열광시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내가 알기로 공공의 장소에서 그런 일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스톤콜드 스티브 어스틴뿐이다. Gimme a hell yeah!

 

고등학교 시절, 우연찮게 다시 보게된 WWF(現 WWE)는 낮설기만 했다. 김응룡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워리어도 없고 호건도 없고 브렛도 없었다. 그나마 낯익던 숀 마이클스는 악역으로 재수없게 놀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대머리의 한 남자가 가장 큰 환호를 받고 있었다. 그가 바로 스톤콜드였다.

 

실제 사생활에서 그가 어떻게 살았던 상관없이, 그의 캐릭터는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막 벗어난 한 청춘을 완전히 잠식해 버렸다. 그가 시원스레 스터너를 날리는 장면을 녹화해 놓고 몇 번을 돌려봤던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이해하기 위해 평생 듣지도 않던 영어를 얼마나 많이 반복해 들었던가. 그때 확실히 들을 수 있던 것은 Gimme A Hell Yeah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중에야 무슨 말인지 알게된 그의 클로징 멘트, And that's the bottomline Cause Stonecold Said So!는 가사도 모르고 팝송을 흥얼대는 초딩의 입속 메아리 마냥 늘 입에 붙어다녔다.

 

이 남자처럼 되고 싶었다. 적어도 WWF안에서 그는 뒈지게 쥐어터질지언정 절대 굽히지 않았다. 자신을 맘대로 컨트롤하려는 자신의 고용주(그의 표현대로라면 The World most Son-Of-A-Bitch on this planet!) 에게 눈 하나 깜박안하고 가운뎃 손가락을 쳐들고 스터너를 날려버렸다. 물론 각본이었겠지만 이 얼마나 시원한 사나이인가. 여러명의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다구리를 당할 찰나에 오뚜기처럼 일어나 스터너 연타를 날려주는 그 모습에 정말이지 오줌을 지릴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맥주 두 캔을 따서 목구녕에 숫제 부어버리는 그의 카리스마 덕에 애꿎은 티셔츠 여러벌 버리기도 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아이콘, 헐크호건의 간지러운 피니쉬 콤보인 빅풋과 레그드롭의 느낌은 루테즈 프레스와 스톤콜드 스터너의 카리스마에 철저히 눌려버렸다. 울림이 없는 껍데기는 가라. 스톤콜드 스터너는 real이다. 이건 그가 WWE에서 모습을 감춘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다. 자기보다 커다란 선수에게는 통하지도 않을 피니쉬를 가지고 거들먹거리는 선수들을 볼때마다 스톤콜드가 그리워진다. 스터너 앞에서는 빅쇼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캐릭터는 지금도 내 안 깊숙히 살아있다. 내가 주로 쓰는 영어 이름은 7년 째 Austin이다. 이상하게 영어로 말할 때면 목소리가 두 어톤 정도 낮아지고 말이 더욱 빨라지며 거칠어지는 것 또한 그의 영향이다. 일단 나를 억압하려드는 존재에게는 가운뎃 손가락을 쳐들고 싶은 충동질(물론 내 주변은 WWE가 아니기때문에 충동질로 끝난다.)을 느끼게 하는 것도 그의 영향이다. 굽히지 않고 기절할지언정 탭아웃하지 않는 그의 근성은 나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10대 후반에서부터 20대 초반까지의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스톤콜드다.

 

토익점수 발표 기다리면서 초조히 기다리다가 우연히 찾아본 그의 동영상에서 또 한 번 내 안의 스톤콜드가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아마 내가 프로페셔널한 세계에서 게속 살게된다면 스톤콜드의 그 근성과 악다구는 끝까지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And that's the bottomline cause stonecold said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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