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의 절대 강자.......
메탈리카
메탈리카(Metallica)는 어른들이 IQ가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헤비메탈 밴드』라고 미국의 한 평론가는 말했다. 이 평론가처럼 헤비메탈에 대해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밴드가 바로 메탈리카다.
메탈리카는 80년대 최고의 메탈 밴드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으며, 심지어 헤비메탈과 동의어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메탈리카의 음악이 나긋나긋하고 부드럽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메탈리카는 1980년대 초반, 부드러운 멜로디를 내세웠던 라이트 메탈(lite metal)에 대항하여 메탈의 근본을 고수하며 혁신을 추구했던 스래시 메탈(thrash metal), 혹은 스피드 메탈(speed metal)의 대표자로서 출발했다. MTV의 시대로 지칭되는 1980년대, 모틀리 크루(M tley Cre), 본 조비(Bon Jovi), 래트 (Ratt) 포이즌(Poison) 등 라이트 메탈은 잘 손질된 예쁘장한 외양으로 MTV를 장식했다. 음악 또한 달콤한 멜로디가 부각된 소위 메탈 발라드였다.
라이트 메탈이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주류 헤비메탈이었다면, 스래시 메탈은 대학촌을 중심으로 한 언더그라운드 헤비메탈이었다. 스피드는 더욱 빨라져서 8비트는 16비트가 되었고, 기타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속주(速奏)를 내세웠으며, 드럼도 그에 맞춰 [투 베이스 드럼](베이스 드럼이 두 개 달려 두 발 모두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을 사용했다. 보컬은 한층 거친 음색을 선보였다.
그러나 음악적 발전은 단지 기교적인 것에 그치지 않았다. 메탈리카의 음악이 무조건 크고 빠른 사운드를 지향했던 것이 아니다.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메탈리카의 '꼭두각시의 지배자'(Master of Puppets)(1986)는 속도의 반전, 복잡한 기타 리프, 악기 간의 교대, 박자의 변칙적 변화 등 사운드의 흐름이 하나의 곡 안에서 엄격하게 통합된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스래시 메탈의 혁신은 음악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메탈리카, 앤스랙스(Anthrax) 등의 음악은 라이트 메탈과 달리 화려한 팝 스타를 지향하지 않았다. 화려한 의상 대신 청바지와 티셔츠 등 평범한 옷차림을 즐겼고, 언더그라운드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클럽 공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의 스래시 메탈은 사운드에 담으려고 한 메시지에서도 구별된다. 이전의 헤비메탈이 쾌락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제를 다룬데 반해 이들은 현실의 고통, 죽음, 소외감 등을 표현했다. 메탈리카의 ' 그리고 모두를 위한 정의를'(And Justice For All)(1988) 앨범에서처럼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1990년대 들어 메탈리카는 그 인기를 전세계로 확장하게 된다. 미국에서만 700만장을 팔아치우고 빌보드 앨범차트 마저 석권했던 메탈리카(1991)에서도 이들은 기타 리프와 리듬이 정교하게 얽힌 구조와 강렬한 카리스마적 사운드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지만 그 인기의 배경에는 앨범 하나(One)와, 여기에 수록된 '아무 것도 문제되지 않아'(Nothing Else Matters) 같은 발라드 곡의 역할이 컸다. 그래서 한 평론가는 '아무 것도 문제되지 않아'의 센티멘탈 한 분위기와 매끈매끈한 편곡에 대해 「엘리베이터 음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메탈 밴드에게 편안한 배경음악이라는 평가는 절대 칭찬이 아니다. 이전의 많은 팬도 메탈리카가 상업적인 태도로 전환했다고 실망했다.
이런 변화가 또 한번의 혁신인지 상업적인 굴복인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하나 지적할 것은 1990년대에 헤비메탈은 보다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갖가지 하위 장르로 격렬히 세포분열돼 가던 시점이었고, 이미 슈퍼밴드의 반열에 오른 메탈리카는 자신의 명성과 맞서 싸워가며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는 점이다. 음악적 변화에 대한 논쟁은 장전(Load)(1996), 재장전 (Reload)(1997) 앨범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 들은 메탈 뮤지션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긴 머리를 자르고 이른바 얼터너티브 록의 요소를 차용했다. 메탈리카가 가장 새롭고 혁신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기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탈리카는 주어진 음악 적 선택 안에서 최선을 다해왔고 여전히 훌륭한 헤비메탈 곡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메탈리카가 앨범마다 10만~20만장씩 소화해 주는 한국에 온다. 이 수치를 유지할 수 있는 외국 뮤지션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른하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메탈리카 음악으로 일상의 활력을 불어보는 것도 활력소가 아닐까?
음악평론가 민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