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나 사랑에 관한 것에 대해서 주관적 가치관이 생기기 시작한 십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항상 사랑에 관해 세워놓은 이상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그 이상이라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은 늘 똑같이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결과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랑하는 동안 지닌 나의 인내, 이해, 배려 등이 무책임한 내 열정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인 듯 하다. 난 사랑의 정의, 사랑의 본질 이런 것들이 인간으로서 가능한 최고 단계의 고귀함, 순결함 따위를 지닌 무엇이니까 상대에게 그러한 감동을 간절히 기대했으며 우리 사랑은 내가 세운 그 기준을 꼭 충족시켜야 한다고 고집스럽게 단언했다.
하지만 그토록 내가 믿고 바라고 요구했던 것에 대한 나의 노력과 희생은 과연 무엇이었냐는 것이다. 나는 얼마만큼 그녀에게 내 진실된 마음을 아름답고 진중하게 감동있게 보여주려 애썼는가.
관계가 끝나고 나면 나는 어두운 방 구석에 쳐박혀 하늘이 무너진다고 울고 있었지만 그 감정은 근원은 도대체 무엇인가. 스스로 가여워지려는 자아에의 변형된 동정인가? 내 의도대로 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철부지 투정인가? 모르겠다.
그래,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이별 후, 거짓된 거품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기에 내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했던 그 아픔까지 감내해야 했던 그녀를 향한 마지막 진심에게 만큼은 가슴이 에리도록 미안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