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내 안에 있다
고대 그리스 아폴로 신전의 기둥에는 "너 자신을 알라 GnothiSeauton!" 라는 신탁(神託, oracle : 신의 명령이나 계시)이 새겨져 있다.
오늘날 고대 그리스의 이교異敎 신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나 마법을 연상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신비주의Mysteries(그리스어로는 '미스테리아') 신앙은 대략 기원전 6세기부터 그리스도교가 번성할 때까지 약 6백년이상 동안 지중해를 풍미한 위대한 종교 사상이었다. 이교도를 의미하는 영어 pagan의 어원인 라틴어 paganus는 시골뜨기라는 경멸의 뜻으로 쓰여진 말이다. 이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교신앙은 그리스도교에 의해 심한 박해를 받고 사라져 버린 종교다. 철저하게 억압당하고 학살되었으며, 그 신전과 성소는 파괴되었고, 위대한 사상을 담은 책들은 불에 던져졌다고 한다.
최근 몇몇 고고학자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을 보면, 오늘날 서양 철학의 시조로 불리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심취하였던 이교의 미스테리아 신앙은 오늘날 세상에 알려진 서양 철학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수학자로 알려진 피타고라스도 사실은 미스테리아의 현자였으며, 이집트의 피라미드, 파르테논의 절묘한 건축물, 전설적인 조각가 피디아스(B.C. 약 500~432)의 작품들도 이교신앙에 의한 정신적 산물이라고 한다.
중세의 암흑기였던 17세기까지 마치 진리인 것처럼 행세하던 천동설이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에 이르러서야 지동설로 바뀌었지만, 당시의 미스테리아 현자들은 이미 지구가 둥글고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것을 알았고, 지구 둘레의 근사치까지 계산해냈다고 한다.
또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미스테리아 현자들이 추구한 영적 다이몬(Daimon : 고대 그리스어)은 후일 그리스도교에 의해 데몬(Demon, 악마)으로 변질되었지만, 여기에도 참으로 놀라운 진리가 들어 있다.
'너 자신을 알라!' 미스테리아 입문자가 찾는 그노시스(Gnosis : 영적인 지식 혹은 인식)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다.
자기 자신이란 무엇인가?
미스테리아 현자들은, 모든 인간에게는 죽어야 할 낮은 수준의 자아와 영원히 죽지 않는 높은 수준의 자아가 있다고 가르쳤다. 이 높은 수준의 불멸하는 자아를 다이몬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낮은 수준의 자기를 죽이고 불멸의 다이몬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이몬은 신성神性, 신과 동일한 존재라는 의미였는데, 점차 신과 인간 사이에 있는 존재 또는 수호천사, 수호령 등의 의미로 쓰였고, 나중에는 악령 또는 이교도의 신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예수 사후 그리스도교 초기에 주류를 이루던 영지(그노시스)주의가 문자주의에 의해 밀려나면서 영지주의자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됙, 그들의 신앙의 밑바탕이 되었던 이교 신앙에 대한 말살 운동이 펼쳐지게 되었던 것이다.
미스테리아 사상의 핵심에는 '모든 것이 하나다!'라는 깨달음이 놓여 있었고, 미스테리아는 각자의 내면에서 이 하나됨의 숭고한 체험이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로마의 역사가 살루스티우스는 이렇게 썼다. "모든 입문식(입교의 의식)은 우리가 그 미스테리아의 세계, 그리고 신과 하나됨을 목표로 한다."
고대 그리스의 이교 신앙이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낮은 수준의 자기를 죽이고 영적인 다이몬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바로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수를 부활이 있기 5백년 전에 이미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고대 국가에는 죽음과 부활에 관한 사상이 풍미하고 있었던 것이다.(실제로 십자가를 지고 이러한 의식을 치루는 광경의 고대유적들도 여럿 있다.)
역사에서 가정이란 무의미한 것이지만, 만일 그리스도교가 문자주의로 흐르지 않고, 미스테리아의 정신을 계승한 초기의 영지주의 신앙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아마도 세상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너 자신을 알라!'는 고대 그리스 신전의 신탁은, 거의 동시대에 출현한 석가모니의 '진리는 바로 네 안에 있다. 스스로를 깨쳐야 한다'는 가르침과 정확히 일치한다.
사람들은 진리를 밖에서 찾으려고만 한다. 성서나 불경을 붙잡고 거기에 진리가 있다고 믿으며 문자에 매달린다. 어디에 도인이나 영적 능력 가진 이가 나왔다 하면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다.
그러나 진리는 바로 내 안에 있다. 나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참나' 이것이 바로 진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