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
비 오시는 날, 뒷 골목 선술집에서 풍기는
불고기 냄새를 좋아한다.
새로운 양서 냄새,털 옷 냄새를 좋아한다.
커피 끓이는 냄새,라일락 냄새,국화,수선화,
소나무의 향기를 좋아한다.
봄 흙 냄새를 좋아한다.
나는 사과를 좋아하고..호도와 잣과 꿀을 좋아하고,
친구와 향기로운 차 마시기를 좋아한다.
군밤을 외투 호주머니에 넣고 길을 걸으면서 먹기를 좋아하고,
찰스 강변을 걸으면서 핡던 콘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나는 아홉평 건물에
땅이 오십평이나 되는 나의 집을 좋아한다.
재목은 쓰지 못하고 흙으로 진 집이지만..
내집이니까 좋아한다.
화초를 심을 뜰이 있고 집 내놓으라는
말을 아니 들을 터이니 좋다.
내 책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을 수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집에서 살면 집을 몰라서
놀러오지 못할 친구는 없을 것이다.
나는 삼일절이나 광복절 아침에는 실크 해트를 쓰고 모닝을
입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여름이면 베 고의 적삼을 입고 농립을 쓰고
짚신을 신고 산길을 가기 좋아한다.
나는 신발을 좋아한다.
태사신,이름 쓴 까만 운동화,깨끗하게 씻어 논 파란 고무신,
흙이 약간 묻은 탄탄히 삼은 짚신,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히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쟎게 늙어가고 싶다.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같이 걷고 싶다.
....피천득선생님의중 내가 좋아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