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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날 - 권춘택 신부님과 가진 술자리

노원나눔의집 |2006.12.13 12:13
조회 32 |추천 0
 

네번째날 - 권춘택 신부님과 가진 술자리 | 양지마을 이야기

2006/12/05 23:55

http://wnetwork.hani.co.kr/anonymo/4109오늘은 나눔의 집 권춘택 신부님과 송제형 국장과 저녁 약속이 있는 날입니다. 회사 일 때문에 두 분을 8시에야 만났습니다. 당고개역 근처 고기집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갈비 2인분에 삼겹살 1인분, 소주 한병을 시켰습니다. 신장 투석을 일주일에 4번 하신다는 권신부님은 술을 거의 안하셔서, 송 국장과 저만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아파트 가격 폭등에 대해 이런 저런 말씀을 듣는데, 김현호 신부께서도 오셨습니다. 상계9동에서 빈민 활동을 하시는 분입니다.

많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다음은 몇가지 메모해둔 것들입니다.

“빈곤에 시달리는 인구는 600만명인데 정작 기초생활수급자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130만여명이다. 460여만명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데, 정부도 예산이 없다보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수급자들에게는 수급자인 상태로 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설프게 약간 버느니, 차라리 수급자로 남아서 의료와 교육 등에서 혜택을 받으면서 현금 지원 받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 동네 아이들은 이상할 정도로 실업계로 많이 간다. 인문계로 가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다”

“정부의 정책 목표가 빈곤층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인데, 이 부분도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 어떨까. 일단은 사람 노릇하려면 시장으로 들어오라는 얘긴데, 무작정 경쟁체제 속으로 사람들을 밀어넣는 것만이 답일까. 경쟁체제의 외곽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거나, 머무르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순수하게 도와줄 수는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서 임대아파트의 핵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빈곤에서 벗어나서 그 곳을 떠나게 하는 건데, 그 곳이 빈곤층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할 수는 없을까”

“영구임대주택이 부족해서, 주택공사에서 빌라 등을 매입해서 살게 해주는데, 집값도 잔뜩이나 비싸니 좋은 빌라는 나올 리가 없고, 아주 열악한 빌라만 나온다. 그나마 빈곤층이 혼자 들어가면, 주변의 이웃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빈곤 자체를 탈피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빈곤 자체를 인정할 수는 없을까. 빈곤층이 계속해서 수치심만을 느끼게 하는 문화가 아니라, 이제는 빈곤 자체를 적극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알콜 중독의 확률이 높은 것을 보고, 마치 게을러서 가난한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를 뒤집은 경우가 많다. 계층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박탈당한 사람들이 종종 술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두 분 신부님은 12시 전에 자리를 뜨셨고, 1시가 넘도록 송 국장과 술을 나눴습니다. 또 많은 얘기들이 오갔고, 그만큼 술잔도 오갔습니다. 참, 오랜만에 담배를 피웠습니다.

집에 가서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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