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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바라본 간호사와 조무사의 차이 (펌)

김영진 |2006.12.21 01:25
조회 1,202 |추천 35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입니다.
최근에는 작은 협력 중소병원에 파견 나가서 그 병원의 실상도 보았습니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혹은 개인병원)에서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이후 조무사)의 차이는 좀 다르더군요.

1. 종합병원(대학병원)
간호사의 역할과 조무사의 역할이 완전히 다릅니다.

간호사는 비교적(? 이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전문성이 있습니다.
환자 및 환자의 질병에 대한 향후 치료 계획이나 이전 치료 과정을 상세히 알고, 이에 맞춰 환자를 간호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시킵니다. 단순히 물품을 챙기는 것 외에도 개별적인 간호 활동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의사를 도와 일하기도 합니다. 주사를 놓기도 하고 시간에 맞춰 환자에게 약물을 투약시키기도 하며, 각 약물에 대한 복용 및 주사시의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환자에게 교육하기도 하죠. 또한 각 환자에게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이나 치료의 과정을 챠트에 기록해 놓아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치료를 직접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치료과정에 대한 폭넓은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업무입니다.

조무사는 거의(? 이 표현도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검사한 검체를 병리과로 내려주거나 혈액을 받아오거나,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중앙공급실에서 가져 오거나, 내리거나 합니다. 약간의 교육만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하는 것처럼 학원에서 몇달간의 교육만 받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종합병원에서도, 외래에서는 간호사와 조무사의 업무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환자를 예약시간에 맞춰 배정하고, 예약환자의 챠트를 찾아서 미리 준비하고, 진료하는 의사의 필요에 따라 치료를 돕기도 합니다.(외래 특성상 많은 환자가 붐비고 장소가 협소한 외래에서는 큰 치료를 하기는 힘듭니다. 단순한 상처 소독-드레싱이나, 붕대를 감거나 수술한 실밥을 푸는 정도의 단순 치료)

결론적으로 종합병원에서는 외래와 같이 특수한 경우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 간호사와 조무사의 업무가 확연히 구분되어 있고, 각 직종에 맞는 수준의 업무 분담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무사가 단지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간호사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좀 어패가 있어 보입니다.


2. 중소병원(준종합병원), 개인의원
여기서는 간호사와 조무사의 업무가 혼재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중소병원 간호사의 업무가 종합병원 간호사 업무보다 편해서이거나, 중소병원 조무사가 종합병원 조무사보다 똑똑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업무가 혼재 되어서는 안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간호사의 업무를 조무사가 대신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모든 간호사의 업무를 다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단순 업무라고 보이는 것들을 대신합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주사를 맞거나(엉덩이에 근육주사를 맞는일), 링거를 맞는 일(수액을 정맥주사로 맞는 일), 또는 팔뚝에서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하는 일이 굉장히 전문적인 작업처럼 보이겠지만, 실상 의료의 현장에서 이러한 일들은 단순 업무의 전형적인 예가 됩니다. 해부학적인 구조를 아주 완벽하게 알고 있지 않아도, 대략적인 이해만 있다면, 충분히 경험을 통해서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심지어, 저는 군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응급처치요원"교육을 하는 중에 몇몇 지원자에게는 실제로 정맥 주사를 해보거나 혈액 채취를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의무병들보다 더 잘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즉, 간호사가 해야할 것처럼 보이는 일도 단순히 경험이 쌓이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조무사도 할 수 있고, 실제로 중소병원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중소병원에서도 간호사가 할 수 있고, 조무사가 못하는 일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환자의 질병에 맞는 향후 치료 계획과 맞물린 간호활동입니다.

문제는...
중소병원이나 개인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그런 전문적인 간호활동을 할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고, 병원에서는 병원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간호사를 뽑지 않고, 조무사에게 간호사의 단순 업무 중 일부를 배워 직접 하도록 묵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 종합병원과 개인 중소병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건데,
간호사와 조무사의 업무는 확연히 다르며,
조무사가 간호사 업무를 대신하는 현 중소병원의 실태는 다소 불합리한 의료현실이 낳은 기형적인 간호형태라고 생각됩니다.


4. 조무사가 간호사 시험을 보게 된다는 것은...
누가 무엇을 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는 식의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얼마나 "전문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고 이를 인정해주는 사회풍토가 부족한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조무사 7년한 것 가지고는 간호사 시험 절대 못붙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7년간 조무사로 일한 후, 간호사 면허 시험의 중요한 문제 족보를 몇달 정도 학원에 다니면서 달달 외우고 공부하면 붙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었을 경우, 향후 간호의 질적 저하를 어떻게 감당해야할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다소 질이 떨어지는 간호를 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많이 있고, 이것은 간호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단순히 시험만 붙은 저질 간호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필요이상으로 증가된 간호대(간호전문대)의 수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의사"들에게도 존재합니다. 돌팔이 의사, 쓰레기 같은 의사들 많이 보시지 않았습니까..)
물론 간호사 시험이 문제 족보만 달달 외우면 붙을 수 있는 시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에 대한 시험 자격은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의사 면허 고시를 의대 졸업자로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가뜩이나 질이 저하되고 있는 간호 환경에, 조무사 경력만 있고, 전문 교육 없는 간호사가 양산된다면, 그 의료 시스템은 정말 가관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5. 법안을 상정하는 국회의원을 생각해보면,
의료 현실에 대한 깊은 관찰이나 사고가 없고,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고 배운 것이나 막연한 느낌으로만 비젼을 세우려 하므로 현실성이 떨어진 법안을 세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기득권에 대한 개혁"이라는 대명제 앞에 어떻게든 법안을 하나 만들어 올려서 이름을 남겨보고자 하는 얄팍한 정치 술수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간호사가 "기득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어패지만, 조무사 입장에서는 기득권일 수 있으니까요..)


6. 결론적으로, 간호 조무사 7년 경력자가 간호사 시험을 볼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은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개차반 같은 법안"이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차라리, 얼마 이상의 간호 조무사 경력자는 간호사의 업무 중 일부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훨씬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 각 계층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반드시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전문성도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을 감싸 안는 법안은 반드시 있어야 하겠지만, 사회적 약자와 전문적인 업무 분야를 혼동하는 법안은 매우 위험한 법이라 생각합니다. 법과 사회적 통념이, 무조건적으로 약자를 위해 모든 사회적 체계를 허무는 것은, 사회의 다양성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며, 법과 사회 모두가 전문적인 상대 분야를 인정해 주고 이것을 지켜주고자 하는 풍토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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