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법규의 입법취지나 의미가 불분명해서 논쟁하고 소송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도 의미가 뻔한 조문을 가지고 타툴 수밖에 없다면 더욱 그렇다.
이와 같은 폐해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것이 정보공개제도의 활성화 방안이고, 그 중 하나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9조의 특정화다. 이는 9조를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으로 구체화·세분화함을 의미한다. 9조의 특정화 작업은 그간 대법원의 판례를 참고, 이를 정보공개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좋은 결과를 개대할 수 있다.
예컨대 업무추진비는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공개토록 판결한 판례를 조문화시켜 정보공개법에 삽입하는 것이다. 개인식별정보도 어디서 어디까지가 개인의 비밀정보이고 비공개정보에 속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놓음으로써 정보공개 과정에 있을 수 있는 갈등을 줄여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동시에 비공개에 따른 행정심판·행정소송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심적 손실도 특정화 정도에 비례해 줄어 들 것이다.
현재 대법원은 개인의 경우 이름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는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법인의 경우 계좌번호가 비공개 정보에 해당되는 반면 상호나 사업자등록번호 등은 비공개 정보로 인정치 않고 있다.
또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경우 개인식별정보도 공개토록 판정한데 반해 직무와 무관할 경우 개인의 비공개 기준에 따르도록 판정한바 있다.(대법원 2001두724, 2003두8050, 2002두939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판결을 정보공개법에 반영하면 될 일이다.
정보공개법의 특정화와 병행 추진돼야 할 작업이 ‘처벌조항’의 삽입이다.
건축법을 지키지 않고 건축행위를 했을 경우 불법 건축행위로 해당관청에 처벌을 받듯이 정보공개법을 어긴 공공기관의 공무원은 이법에 의거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처벌조항에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야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비공개로 말미암아 소송이 제기됐을 때 일단 그 비용을 예산으로 사용하되 패소 시 사안에 따라 그 비용을 공무원에게 변상토록 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당한 공공기관의 비공개결정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처벌조항에 담지 말아야 것이 있다. 바로 주의 경고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런 류의 처벌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데다, 부당한 비공개에 따른 폐해가 너무 커 들어가선 안 되는 규정이다. 공개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감사원도 필요 없다. 국회의원과 기자를 절반으로 줄여도 무방하다. 그들의 일 절반은 정보공개가 감당해 낼 수 있다.
공개는 정화의 지름길이다. 공개를 까다롭게 하고, 그 범위를 축소하는 행위, 구석에 문을 달아 은폐하는 행위는 정보화시대의 역적행위다. 뒤로 정보공개는 막고, 앞으로 청렴도(부패인식지수·CPI)를 높힌답시고 청렴위원회나 감사원 등의 기관을 설치·보강하는 것은 저급한 코미디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