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고구려 드라마가 인기이다.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대조영은 발해라고 한정시킬 수도 있지만...) 삼성경제연구소의 2006년 히트상품에는 고구려 드라마가 당당히 2위에 자리잡았다.
왜 고구려 드라마 인기인가?
고구려 드라마 열풍은 동아시아를 호령하던 강대국 고구려에 대한 향수를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당당하게 대항해야 한다는 사회심리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고, 삼국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세계와 경쟁하여 승리한 고구려인의 드높은 기상과 진취성을 실감나게 현재화함으로서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그리고 IT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유목민화 되고 있는 현대인,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고구려는 코드가 맞는다는 점도 열풍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고구려 중심주의와 신라 중심주의
한국사를 기술하는데 있어서,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중심국가를 어디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선 고구려를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입장에서는 단군조선 - 고구려 - 발해 - 고려 - 조선을 정통성 있는 국가로 보고 있다. 반면 신라를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입장에서는 위만조선 - 기자조선 - 마한 - 신라 - 고려 - 조선을 정통성 있는 국가로 보고 있다. (고구려 중심주의에서 기자, 위만은 배신자로 묘사된다. 반면 신라 중심주의에서는 성인으로 묘사된다.)
고려초까지는 고구려 중심의 역사기술이 주류였으나, 서경파와 개경파의 대립으로 양 측이 대립을 이루게 되었고, 묘청의 서경천도운동 이후 서경파가 몰락하고, 개경파의 실세였던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저술하고 그 이전의 사료들을 모두 없애면서 신라 중심사관은 주류로 떠오르게 되었다.
성리학이 통치철학으로 자리잡은 조선시대에는 사림의 등장과 훈구의 몰락과 동시에 고구려 중심 역사기술은 사라졌고, 특히 임진왜란으로 인해 사료손실로 삼국사기 이후 저술된 고구려 중심주의 역사서도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고구려 중심주의 역사기술은 개화기 이후 신채호 등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다만 현대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1945년 이후에 고구려 중심주의를 펼치는 학자들은 납북 내지 월북을 하여 북한의 사학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신라 중심주의와 진단학회 계열의 학자들은 월남을 하여 신라 중심주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양분된 구조는 고구려 중심주의의 결말에는 북한이 있도록, 신라중심 주의의 결말에는 대한민국이 있도록 만들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韓은 마한, 진한, 변한시대, 즉 삼한시대의 韓자를 그대로 씀으로서 간접적으로 국가 정통성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남한의 재야 사학자들은 고구려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중 일부는 북한이 정통성 있는 국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라중심의 역사기술에는 사대주의로 표현되는 유교적인 합리주의와 농경사회 안정이라는 주자 성리학적인 가치관이 중심이었다. 즉, 신라중심의 역사기술은 국제화되는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반면 고구려 중심의 역사기술은 국제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개방적이었고, 세계와 경쟁하던 진취성이 중심이었다. 국제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에는 고구려 중심사관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구려 이니셔티브는 어디에 활용될 것인가?
최근 10만원짜리 고액권 발행이 이슈가 되고 있다. 10만원짜리 고액권 인물로는 고구려의 위인이 선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당당히 세계와 맞짱을 떠서 이긴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국제화된 자본주의 시대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인물로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같은 위인이 10만원 화폐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내가 주장하는 인식을 함으로서 통일시대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 즉, 북한과 통일이 될 경우, 우리가 주도권, 정통성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고구려 이니셔티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만원짜리 고액권에는 고구려의 인물이 자리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