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고… 잠자고… 콘서트가고… 솔로들의 크리스마
신미화
|2006.12.24 00:30
조회 57 |추천 0
술마시고… 잠자고… 콘서트가고… 솔로들의 크리스마스
그래도 ‘러브액츄얼리’ 를꿈꾼다
◆크리스마스는 솔로 수난일?찬기운이 조금씩 대지를 덮으면 옆구리가 허전한 솔로들이 하나 둘 ‘입대 행렬’에 합류한다.
부대 이름은 ‘솔로부대’. 홀로 된 연차에 따라 쫄병부터 고참까지 계급도 정해진다. 전국 방방곡곡, 연령대도 넓은 솔로부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계절은 겨울,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날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I wish a merry christmas~’ 노래 부르긴 쉽다. 하지만 이 캐롤송을 듣는 사람이 모두 마음 편할 수는 없는 노릇. 모두가 바라는 건 ‘메리 크리스마스’지만 솔로들에겐 그럴 수 없다.
언제부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는 날인 크리스마스가 ‘연인 천국, 솔로 지옥’이 돼 버렸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든 연인이든 사랑을 나누고픈 기운이 충만한 날. 그래서 솔로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쉬어도 마음이 지치고, 자도 몸이 피곤한 날. 길면 길수록 괴롭고, 어서 지나가면 좋겠다 싶은 드문 휴일이다.
매년 이맘 때쯤 꼭 나오는 ‘크리스마스에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연예인’ 설문조사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 이효리, 이나영, 김태희, 그리고 비, 송일국, 다니엘 헤니으로 이어진 리스트의 이름들은 멀고도 먼 상대. 그래서 더 현실감은 없어지고, 그들을 얼굴을 떠올리며 서로의 어깨를 감싼 채 길을 걷는 연인들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그래서 솔로들은 겨울로 들어설 무렵부다 초조해진다. 무역회사를 다니는 박수진씨(29) 역시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지난 겨울엔 남자친구가 있던 그는 올해 초 그와 헤어지고 나서 상실감이 더 크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소개팅도 몇번 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상대를 못 만났어요. 그런데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혼자 보낼 생각을 하니 11월부터 불안해지더라고요. 12월 들면서 조급한 마음이 극에 달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안절부절 못하게 됐어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직 별다른 계획을 짜지도 못했어요.”솔로가 맞닥뜨린 다양한 상황만큼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도 각양각색.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솔로들의 자세를 유형별로 알아본다.
그러나 솔로라고 춥기만 하란 법은 없다. 의지가 있다면 솔로라도 얼마든지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솔로들의 자세
▶술로 자학형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저물어 가는 오늘도 난 술이야’ 바이브의 노래 ‘술이야’라는 가사처럼 크리스마스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절망에 빠지는 솔로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것은 술을 마시고 외로움을 잊는 것. 인터넷 게시판에도 혼자임을 한탄하는 솔로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술먹고 잔다’는 것을 꼽는다.
처음엔 나타나지 않는 인연에 대한 원망으로 술잔을 기울인다. 하지만 점차 연애를 하지 못 하는 이유를 주변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기 시작하면서 자기 연민과 자신에 대한 미움으로 커져간다. 자학형은 주로 ‘역시 난 안돼’라는 절망에 빠진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게다가 술은 망각의 기능이 있어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게 해주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는 것은 아니다. 술을 먹고 난 후 찌는 것은 살이요, 남는 것은 속 쓰림뿐. 말 그대로 ‘자학’에 그친다.
▶커플 증오형
자신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다정한 연인들을 보면 미워지는 것이 솔로들의 심리. 괜한 피해의식에 삐딱한 눈으로 커플을 보기 일쑤다. 몇 해전부터 이맘 때면 반드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눈물겨운 ‘솔로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기도’ 내용도 이런 유형의 솔로들로부터 탄생했다.
‘춥게 하소서, 너무 추워 세상의 모든 닭살 커플들이 밖에 절대 싸돌아다니지 못하게/ 지하철, 버스,택시 다 파업하게 하소서, 오고 가지도 못하게/ 그래도 싸돌아 다니는 커플이 있을지 모르니 만나면 사소한 걸로 싸우게 하소서, 집에 어서 들어가게’ 등으로 이어지는 ‘솔로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기도’ 중 일부는 이미 인터넷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구문들이다.
2004년 12월 발매된 상상밴드의 ‘솔로 크리스마스’도 이맘 때면 다시 많은 개인 블로그에서 동시에 울려퍼진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꾸리꾸리한 코/ 나 지금 열 받았어 모든 것이 삐딱하지’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는 ‘안개낀 성탄절날 엿 같은 기분에/ 악담을 쳐 부었지 폭설이여 내려라’로 이어져 솔로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시간 때우기형
솔로들에겐 25일이 휴일인 것조차 반갑지 않다. 더구나 올해 크리스마스는 월요일로 토, 일,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커플들에겐 닳을까 아까운 시간이지만 솔로들에겐 써도 써도 끝이 없는 야속한 시간일 뿐.
그래서 솔로들에게 공공연히 전해져 내려오는 ‘크리스마스 나는 법’에서는 22일과 23일 밤을 꼬박 새울 것을 당부한다. 충혈된 눈으로 24일을 맞이해 하루를 버틴 다음 그날 밤 가장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25일을 하루종일 고요히 잠들 수 있다는 것. 그러면 ‘상쾌한 마음’으로 26일 밝아오는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슬픈 비법이다.
내년을 위한 체력을 비축했다고 위안해보지만 지나고 나면 눈꺼풀만 무거울 뿐, 허무만 주위를 맴돈다.
◆솔로들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솔로는 언제든 애인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반면 커플은 언제든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기 마련. 솔로라도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소극적으로 움츠러들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하루라도 더 빨리 솔로를 탈출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자학이나 남의 탓을 하는 것보다 생산적이다.
▶친구만 있으면
회사원 류주형씨(27)는 “솔로인 친구들끼리 모여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불러모아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동병상련’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넓고 퇴짜맞은 이야기를 해도 부끄럽지 않아 마음이 편안하다.
하지만 솔로인 친구들끼리만 모임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류씨는 “특히 솔로들이라도 크리스마스 이브는 ‘혹시나’하는 기대로 비워두기 때문에 모이는 날을 잡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또 “작년에 ‘내년엔 꼭 커플로 보내자’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줬던 친구들을 올해 다시 만날 때는 조금 우울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 맞는 친구들로 인적 구성만 잘 짠다면 솔로들끼리 모여서 화기애애한 자리를 만들 수 있다.
▶혼자서도 잘 놀아
“이승철 콘서트를 2장 예매해뒀어요. 누구랑 가냐고요? 지금도 찾고 있어요.” SK커뮤니케이션스 조세원 과장(26)은 공연 전날까지 ‘구인 ing’다. 하지만 25일까지 혼자라도 거릴 것은 없다. 만약 콘서트를 함께 갈 사람을 끝내 구하지 못한다면 연휴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 때문에 미뤄왔던 ‘프리즌 브레이크’(미국 인기 드라마)를 몰아서 볼 계획이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취직 준비에 한창인 김소연씨(26)는 한 달 전부터 뮤지컬 ‘헤드윅’ 공연 표를 한 장만 구입해뒀다. 크리스마스에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크리스마스 공연표가 동났지만 두 장은 구하기 어려워도 한 장은 구하기 쉬웠다”며 “솔로지만 ‘헤드윅’처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연은 혼자 가도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주어진 시간. 미리 계획을 짜서 나만의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커플로 전환
위기는 곧 기회. 크리스마스를 커플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이도 있다.
악세서리 디자이너 이기쁨씨(26)는 “강남 모처에서 있을 파티에 갈 예정”이라며 “솔로라고 해서 우울하게 집에서 보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 자리에 솔로인 남성들도 초청받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번 파티를 기대하고 있다.
어차피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 만큼 얼마든지 신선한 변신도 가능하다. 솔로라고 체념하고 낙담하며 방에서 뒹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말 것이라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태도를 낳는다. 솔로라도 좋다는 배짱으로 파티 자리를 스스로 즐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운 크리스마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