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느와르 영화는 적지 않은 열성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이라 보긴 힘든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 액션영화와 선을 긋는다면 느와르에선 권선징악, 해피앤딩의 공식이 꼭 맞아들어가진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데 아직도 다수의 관객들에겐 이런 무겁고 찜찜한 결말이 썩 내키진 않나봅니다.
특별히 느와르 장르를 챙겨보는 건 아니지만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영웅본색을 꼽을 정도로 그것이 다소 과장된 영화적 설정이나 감정일지라도 '비장미'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선 이 영화의 스토리나 결말이 꽤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2% 부족하게 느껴진 건 유지태와 권상우였습니다.
두 사람의 연기에 대해선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권상우의 발음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전 권상우를 '뛰어난 연기자'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배우'라 불러주고 싶더군요. 권상우가 출연한 모든 장면장면에서 많은 노력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또 목소리가 좀 뜨고 발음이 불안하긴 해도 표정이나 눈빛연기는 참 괜찮더군요. 아참, 몸짱답게 액션연기도... 유지태 역시 성실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에게서는 여전히 '소년'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이 두 배우들에겐 찌들고 삶의 희망이나 행복이 남아있지 않은 형사나 3년이나 지방을 전전하다 복귀해서 일전을 준비하는 시퍼렇게 날선 검사의 이미지가 잘 대입이 안됩니다. 뭐 이건 이 두사람의 잘못은 아니지요. 암튼 그것때문인지 손병호 한사람의 카리스마에 눌리고 만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권상우 대신 김상경이었다면 좀 덜했을까요?
손병호, 이분 얘기 안할수가 없습니다. 정말 카리스마 대단하더군요. 파이란에서 처음 봤을 때 오싹할 만큼 잔인한 그 표정연기도 여전하지만(특히 강재한테 무릎까지 꿇어가며 도와달라고 하다가 강재가 망설이자 '니 책임도 있잖아?'라면서 표정 싹 바꿀때...) 여유롭게 짓는 웃음 뒤에 가득히 자리잡은 악마적인 이중성이야말로 악역연기의 진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이미지 탈피하려면 꽤나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포스의 악역이었습니다.
권상우와 유지태에게서 주윤발이나 적룡 레벨의 카리스마와 페이소스를 느낄 수 없었다는 게 이 잘 만든 느와르영화가 제 가슴에 결정적으로 한방을 남겨주지 못한 이유인 듯 합니다. 이 두 배우의 노력이나 자질은 인정하지만 비교 대상이 워낙... ㅜㅜ
P.S : 두 번째 봤을 때가 훨씬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