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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Carnival - 11.마지막 카니발

차영민 |2007.01.02 04:08
조회 2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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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저기 다프네가 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밤에 잠도 안온다.

 

이런걸 두고 아마 상사병이라고 하는 걸테지. 피식, 웃고 만다.

 

그러나 대책은 없다. 일개 시민인 내가 어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정신없이 일을 하면 잠시 잊혀지기는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다.

 

하루 일이 끝나면 여지없이 다시 나타나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사실, 괴롭히는 것은 아니지. 그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딱히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뻔한 논리야 알고 있었지만

 

이건 도무지 희망조차 품을 수 없는 구조가 아닌가. 빌어먹을.

 

 

 

영주의 압박과 착취는 심해져 갔다. 요 며칠은 사람도 때렸다 한다.

 

소문으로는 다프네가 없어졌다고도 하지만 근거는 없다.

 

이 좁은 땅에서도 안보이는걸 보면 나오지는 않은 듯 하다.

 

이제 카니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내일이 축제 개막일이다.

 

축제는 축제인데 정작 우리는 즐겁지가 않으니 미칠 지경이다.

 

축제때만이라도 영주가 한숨 놓게 해줘야 할텐데..

 

다프네는 구경이라도 나오긴 하려나 모르겠다. 못나오겠지?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강변따라 석양을 보며 느긋하게 걷고있는데

 

저 구석에 알렉산더 아저씨가 보인다. 사람들이랑 같이 있네.

 

 

 "아저씨! 안녕하세요! 거기서 뭐하시는거에요?"

 

 "아, 토마스! 오랜만이구나! 일은 다 끝났나보지?"

 

 "예에 뭐 그렇죠, 근데 아직 일하시는건가요? 도와드릴까요?"

 

 "아니다, 어두워지려는데 우리도 슬슬 가야지. 조심히 가거라!"

 

 "그럼 먼저 가볼게요. 적당히 하시고 들어가세요!"

 

 

아저씨는 참 열심이시다. 영주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그러니 시민대장의 자격이 있지. 역시 큰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

 

그런데 같이 있던 사람들은 동네에서 힘꽤나 쓰는 젊은이들인데.

 

무거운것도 없어 보이던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길가에 널려있는 다프네의 환상들과

 

실없는 농담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앞에 도착했고 피곤했는지

 

저녁을 먹고 씻은 나는 금새 잠이 들어버렸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다프네가 있다.

 

다가가서 손을 내민다. 다프네의 손은 가늘고 따뜻하다.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고 우리는 함께 춤을 춘다.

 

다프네는 언제 연습을 했는지 나와 대등하게 춤을 추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와 눈길에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만 같아서

 

차마 다프네와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그저 묵묵히 춤만 춘다.

 

마무리까지 하고 다프네와 마주보고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어디서 영주님이 나타나서 내 어깨를 툭툭 쳐준다.

 

그러더니 밝은 미소를 띠고 나를 껴안아 주며 "잘부탁하네."

 

이렇게 말을 건네는데 하늘을 날것같이 기분이 솟아올랐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리고 다프네를 쳐다보니까

 

다프네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한다. 다프네..

 

우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하려 하고 다프네는 눈을 감는다.

 

다프네의 입술에 내 입술이 닿는 찰나 얼굴이 번쩍했다.

 

 "으악!"

 

 "아니 이놈이 미쳤나! 어여 일어나서 축제분위기나 띄우러 가!"

 

어머니도 참, 아들이 뽀뽀좀 하려 한다고 때릴건 없잖아요!

 

아아 그나저나 다프네의 춤이 부쩍 늘었는데? 꿈에서긴 하지만..풋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길가로 나갔다. 해가 밝게 떠올랐다.

 

역시 축제날은 맑아야지. 사람들도 붐비고 모두가 밝은 표정이다.

 

오늘은 별일 없나보네 다행이다. 축제니까 한결 풀리겠지? 하는데

 

저 멀리서 사람들이 수군대며 피하기 시작해서 보니까 영주가

 

구경을 나와서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인사만 하고 다들 그쪽에서

 

멀리 떨어져 구경을 하러 가곤 했다. 영주는 무표정했다.

 

저럴수가! 춤을 그리 좋아하는 영주가 아직도 화가 났단 말인가..

 

다프네는 아직 감금중인것 같았다. 영주옆에는 병사들만 가득했다.

 

이래서야 축제 5일동안 내내 이러는거 아닌가 싶다. 하아..

 

우리 축제의 꽃은 마지막 날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 큰 무대에서

 

다같이 춤을 추는 것인데, 그때도 영주가 나타나 분위기가 이렇게

 

어두워지면 어쩌나 싶었다. 구경온 타지인들도 많은데.

 

이러다가 우리 고장의 명물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춤 좋아하는 영주가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 에이 설마..

 

찰나의 순간에 영주가 갑자기 외쳤다.

 

  "내년부터는 카니발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다들 표정이 굳었고 마침 주변에 있던 시민대장 아저씨는 말없이

 

사격놀이 총을 들고 표적을 쏘고 있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누군가 나서서 엎드려 빌었지만 병사들이 바로 잡아가버렸다.

 

그 아저씨는 카니발때 주로 장사해서 한해 먹고 사는 사람인데..

 

영주의 굳은 표정은 농담이 아니며 절대 변하지도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듯 해서 함부로 누가 나서지도 않았다.

 

하긴, 영주가 결정했다면 그런줄 알아야 하는 것이지 누가 미쳐서

 

대들다가 아까 아저씨처럼 잡혀갈 거란 말인가. 생계문제면 몰라도.

 

 

 

영주가 사라지고 여자들은 모여서 영주를 욕하기 바빴고

 

남자들은 다들 묵묵히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다들 눈빛이 평소보다 난폭했고 그에 비해 말은 전혀 없었기에

 

왠지 무서운 느낌을 받은 나는 친하던 아저씨들에게 조차 말붙일

 

엄두가 나질 않아 일찍 집으로 오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집에 들어오신 어머니는 영주욕을 한바가지로 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듣기 싫어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영주는 단단히 결심한 것 같으니 아마 변하지는 않을테고..

 

아저씨들은 왜그리 성난 표정인거지? 그렇다고 딱히 말도 없고..

 

무슨 일이 또 있었던건 아니겠지..누가 잡혀갔나..

 

하도 생각을 많이 했더니 머리가 아파져서 복잡한거 다 두고

 

다프네 환영이랑 대화나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어두운 마지막의 카니발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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