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리뷰를 쓰다가 갑자기 '설레다'라는 단어가 헷갈려서 사전을 찾았던 적이 있다. '설레이다'인지 '설레다'인지... 모 회사의 빙과 이름을 떠올리자면 '설레이다'가 맞을 것 같은데 사전엔 '설레다'가 표준어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까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 책 를 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표준어는 '설레다'이고 그 명사형은 '설렘'이 맞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설레이다-설레임'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이란다. 그러니 우리가 잘 먹는 모 회사의 빙과 이름은 '설렘'으로 고쳐야 맞는 표현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엔 이렇듯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틀리거나 잘못 알고 있는 한국어 용례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잘못 쓰이고 있거나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단어들에 대해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 "엄마, 10시쯤 집에 갈께요."했을 때 엄마의 대답은?
당연히 '안 돼'입니다. 왜냐고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대답이 틀렸으니까요. '갈께요'는 '갈게요'로 고쳐야 합니다. '-ㄹ' 뒤에 쓰이는 예사소리가 된소리(ㄲ,ㄸ,ㅃ,ㅆ,ㅉ)로 발음되더라도 쓸 때에는 예사소리로 써야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틀리는 부분이죠.(예: 쓸께요. 읽을께요. 할께요. 먹을께요... → 쓸게요. 읽을게요. 할게요. 먹을게요...)
* '계발啓發'과 '개발開發'
'계발'은 정신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고 '개발'은 물질적 측면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성, 창의력, 재능, 상상력, 소질 등은 계발하는 것이고 금강산, 국토종합, 경제, 기술 등은 개발하는 것이지요.
* 그녀는 교수가 됬다.(?)
'됬다'라는 표현은 없죠. '되었다' 혹은 '됐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되어'가 줄어들어 '돼'가 되는 것이죠. 당연히 "돼었다'라는 표현도 없겠죠. '안 되요' 역시 틀린 표현입니다. '안 되어요' 혹은 '안 돼요'가 맞습니다.
* 그건 제가 않먹었는데요.
'안먹을 수'는 있지만' 않먹을 수'는 없지요.
'안-'은 '아니-'의 줄임말이고 '않-'은 '아니하-'의 줄임말입니다.
'먹지 않다'는 '먹지 아니하다', '안먹다'는 '아니 먹다'로 풀어 쓸 수 있습니다. 헷갈릴 경우 '아니-' 혹은 '아니하-'를 넣어 풀어 썼을 때 말이 되면 맞는 표현입니다.
* 가던지 말던지 네 맘대로 해라.
가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갈 때 가더라도 제대로 알고 가시길... 이 경우 가고 안가고를 선택하는 것이기에 '던지'가 아닌 '든지'를 써야 합니다. '던지'는 과거를 나타잽니다. 예를 들어,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던지 날아가는 줄 알았다니까."에서는 바람 불던 과거를 나타내기에 '던지'가 맞습니다. '든지'는 선택이고 '던지'는 과거를 나타냅니다.
* 김떡순 삼천원...(김밥+떡볶기+순대= 삼천원)?
이런 분식집엔 절대 들어가지 마시길... 왜냐고? 떡볶이가 틀렸으니까! 떡볶기는 절대로 맛없다. 떡볶이(떡+볶다+이)가 맛있지...
* 쟁이/장이
전문적인 기술을 나타낼 때는 '장이'가 맞고 그렇지 않을 때는 '쟁이'가 맞습니다. 미장이, 땜장이, 간판장이 등은 아무나 못하죠? 하지만 겁쟁이, 거짓말쟁이, 욕심쟁이, 고집쟁이, 무식쟁이는 굳이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지요. 물론 안 하는게 더 좋겠지만...^^
* 점심으로 짜장면을 드셨다구요?
에이, 아니겠지요. 자장면이겠지요. 외래어를 표기할 땐 된소리(ㄲ,ㄸ,ㅃㅆ,ㅉ)가 아닌 예사소리로 표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소 맛없게 들릴지라도 '자장면'이라고 해야 합니다. 피시방, 서비스 센터도 그렇고요. 피씨방, 써비쓰 쎈터라고 하지 마세요.
* "오늘이 몇 월 몇 일이냐"고 물으신다면 절대 안 가르쳐 드리죠.
하지만 "오늘이 몇 월 며칠이냐"고 다시 물으신다면 그 땐 친절하게 가르쳐 드리죠" 많이들 '몇 일'이 맞을거라 생각하지만 '며칠'이 맞습니다.
* "넌 맨날 놀기면 하면 되겠니? 책 좀 읽어라." 했을 때 아이들이 책 읽을까요? 절대 안 읽죠? 왜냐하면 '맨날'이 틀렸거든요. '만날'이 맞습니다. '만날'은 한자 '만萬'과 '날'이 합쳐진 것이거든요.
* 전 그 식당에서 절대로 찌게는 안 먹습니다. 찌게가 뭡니까, 찌게가? '찌개'가 맞지요. '찌다'에 '-개'를 붙여 명사를 만든 겁니다. 이런 경우론 덮다-덮개, 가리다-가리개, 막다-마개, 지우다-지우개, 베다-베개 등이 있습니다.
* 자고 일어나니 싸이월드가 또 바꼈더라...
요즘 싸이월드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건 사실이지만 우린 이렇게 쓰면 안 되지요. '바뀌다'에 '이'나 '었'이 들어가 '바뀌었다'가 맞지요.
*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있다가 만나야 할지, 이따가 만나야 할지 그것 참 난감하네...
'조금 지난 후에'라는 의미일 땐 '이따가'가 맞습니다. "이따가 거기서 보자"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밥을 먹다가 신문을 보다"라고 할 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밥을 먹고 있다가..."가 맞습니다.
* 눈을 새초롬하게 내리깐 그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이런 이런, 그녀를 맘에 두신 모양인데 어쩌죠? 그녀는 결코 '새초롬하지' 않은데... 그녀는 새초롬한게 아니라 '새치름합니다'. 얌전한 체하는 기색을 꾸미거나 시치미를 떼는 천연덕스런 태도는 '새치름하다'가 맞습니다.
*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가 웬지 칼국수가 먹고 싶네.
비 올 땐 칼국수 같은 면이 좋긴 한데 그래도 칼국수가 먹고 싶은 이유는 제대로 알고 드심이 어떨는지... 여기서는 '왜인지' 이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므로 '왠지'가 맞습니다. '웬지'의 '웬'은 명사 앞에서 뒤의 명사를 꾸며 줍니다. "웬 일이니?", "웬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처럼요.
* 후덥지근한 여름 날에는 으례 시원한 맥주 생각이 절로 난다.
한참 더울 때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하하하. 하지만 후덥지근한 날에 마시는 맥주는 왠지 김빠진 맛이 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으레 느끼는 거지만 맥주는 모름지기 후텁지근할 때 마셔야 제 맛이거든요. '언제나 혹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당연히' 라는 의미는 '으레'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 정답이 뭔지 모를 때 '헷갈리다'가 맞는 것인지 '헛갈리다'가 맞는 것인지 모르시겠다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둘 다 맞으니까요.^^
* 유리 탁자에 접시를 떨어뜨리셨다구요? 그래서 접시를 깨트리셨군요. 괜찮아요. 안 다쳤으면 된 거지요. 가끔은 접시도 떨어뜨리고, 깨뜨릴 수도 있는 거지요. 떨어뜨려도 되고 깨뜨려도 된답니다. 둘 다 맞으니까요^^
* 너와 나는 생각이 틀리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정말이지 틀렸다는 것 알고 계시죠? 이 경우엔 너와 내가 생각이 같지 않음을 얘기하는 것이므로 '너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도 헷갈리신다고요? 그럼 반대말을 한 번 생각해 볼까요? 틀리다-맞다. 다르다-같다. 너와 나는 생각이 맞지 않다... 좀 이상하죠? 혼동이 될 때엔 반대말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 정답은 **입니다. 잘 맞추셨습니다.
간혹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회자들 있지요? 이런 사람들 국어 공부 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답을 맞게 하거나 목표에 맞게 할 경우엔 '맞히다'가 맞습니다. 화살을 과녁에 맞히다. 문제의 정답을 맞히다. 눈이나 비를 맞히다. 침을 맞히다. 바람을 맞히다 등등. 하지만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게 하거나 마주 대는 경우 혹은 미리 부탁하여 만들게 하거나 사기로 약속하는 경우 등은 '맞추다'가 맞습니다. 박자를 맞추다. 입을 맞추다. 보조를 맞추다. 양복을 맞추다. 비위를 맞추다 등. 이건 어떨까요? 시험을 보고 나서 정답을 제대로 맞혔는지 시험지를 맞추어 보는 경우요..^^
* 낳다/낫다/낮다
낳다 - 아이를 낳다. 새끼를 낳다. 기적같은 결과를 낳다. 그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연주가이다.
낫다 - 병이 다 낫다. 끓여 먹는 것이 더 낫다. 이것보다 저것이 더 나아 보인다(낳아x).
낮다 - 높다의 반대. 산이 낮다. 계급이 낮다. 질이 낮다. 목소리가 낮다 등
* 김선생님은 국어를 가르키신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국어를 가르칠 수는 있어도 가르킬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국어를 가리킬 수도 없구요. 지식 따위를 일깨워 알게 하거나 교육하는 것은 '가르치다'가 맞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다 등과 같이 뭔가를 말이나 표정, 동작 따위로 집어 이르거나 알리는 경우 혹은 방향이나 시각 따위를 나타낼 경우엔 '가리키다'가 맞습니다. 가르키다. 가리치다 라는 말 역시 없습니다.
* 어제 나는 편지를 붙이러 우체국에 갔었다.
편지가 어디에 달라 붙었나요? 편지를 보낼 때는 '부치다'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 편지나 소포를 부치다. 그 외에 이 일은 나에겐 힘에 부치는 일이다(힘이나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 더워서 부채를 부쳤다. 논 열 마지기를 부치다(논밭을 다루어 농사를 짓다). 비가 올 때 부쳐 먹는 빈대떡은 일품이다.등이 있지요.
이와 비슷한 소리로 달라 붙게 만든다는 의미의 '붙이다'가 있죠. 벽지를 붙이다. 흥정을 붙이다. 재미를 붙이다. 조건을 붙이다. 강아지에게 바둑이라는 이름을 붙이다 등등. 전 며칠 전에 봉투에 우표를 붙여 편지를 부쳤답니다.
각종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이 보편화 되면서 이런 저런 글을 인터넷 상에 올리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맞춤법에 맞는 정확한 글을 올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국적 불명의 이상한 단어들이나 맞춤법에 어긋나는 단어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비슷비슷한 단어들 때문에 헷갈려 하며 사전을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비문법적이고 비표준어적인 표현들이 개성있고 특이한 경우로 이상하게 인식되는 경향마저 생겨 우리말 훼손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는 사실이다. 글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표현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은어나 속어같은 비표준어적인 표현들이 자주 쓰인다면 그 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글은 곧 글쓴이 자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가 바른 글, 바른 국어를 사용할 때 우리 글의 우수성이 그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유용하다. 분량도 적은데다 어렵지 않은 미덕까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희자 지음. 인문/국어학. 237쪽. 커뮤니케이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