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남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로망'에 관계된 물건, 혹은 대상이
존재한다. 예를 든다면 실총에 가까운 묵직한 '모형 권총', 실검에
가까운 또 묵직한 '모형 장검' , 묵직한 엔진음의 바이크, 여성의
멋진 몸매같은 날렵한 '스포츠카', 더 이상 컴퓨터가 느림보가
아니게 해주는 고성능 고사양의 부품들, 심지어 여왕이나 공주 같은
'고귀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물론 대부분
의 '우리'는 드라마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진 않는다.)
과도하게 짙은 '핑크 빛' 꿈을 지닌 사람도 있다.
이러한 남성들의 연인, 친구,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까지 대부분
갈망을 이해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애야? 자기는 저
흉측한 물건 살 돈은 있는데 나한테 꽃다발 사줄 돈은 없는거지?'
'40대가 오토바이를 왜 사! 아직도 당신이 젊은 줄 알아?' , '내가
좋아? 스포츠카가 좋아?' , '애야, 날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도대체 왜그러니? 결혼이 그렇게도 싫으니?' 란 참 대답하기 어렵고
결코 납득이 안 되는 질문들을 쏟아내는 여인네들에게 남성은
얼굴만 붉히며 머리를 북북 긁은 뿐이다. 그러다가 비듬 떨어진다고
또 혼나고....
그렇기에 아이들 선물을 빙자해 내가 가지고 싶은 거 사는 건 어찌
보면 애교에 가깝다. 또 잘 통한다. 하지만 이것도 내 아이가,
조카가, 동생이 여자일 경우 아주 난감하다. 그럴때는 어쩔 수 없이
그 '로망'을 사서 들고 오다가 전기계량기, 수도계량기 함속에
숨겨 놓는다. 이도 저도 아니면 놀이터에 땅 파고 숨겨 놓는
수 밖에....
부디 여성 동지들이 이것만 알아주길 바란다. 그때 당신들에게
보였던 우리들의 열정은 이 '로망'과 일맥상통하는, 무모하며
앞뒤 안 가리는 극히 비이성적인 것이었다. 그러니 한심하다고
우릴 몰아세우지 말아 달라. 이건 우리들의 천성이며 우리들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전날 20만 원짜리 모형 증기기관차 세트를 사와
생후 6개월 된 딸이 공학도로서 자질이 보인다고
능청을 떨다 아침도 못 얻어먹고 새벽같이 출근해야했던
한 남자의 슬프고도 처절한 술주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