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우리말을 쓰려 애쓴다는 느낌이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쏟아져 나오는
기가막힌 참신한 표현들에 푹 빠져버리는 것 같았다
비유도 참신하고 여류작가답게 문체가 곱다
네트워커 여성의 이야기인 '그림자'에서는
맨 앞 부분에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여자가
목소리로 자신을 알아보는 주인공에게 팔딱 뛰어오르는 부분을
버려진 강아지에 비유하는데
마음 한 구석 아리면서 와닿더라
여자는 막 버려진, 자기가 버려졌다는 걸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같아지 같다. 혼자 있는 걸 못 견뎌서, 그게 누구든 자기에게 손만 내밀면 핥는 강아지. 이런 여자는 상처받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낯선 강아지의 귀여움에 잠깐 홀린 것뿐이다.
거리의 먼지로 털빛이 꼬질꼬질해지고 눈빛마저 허기진 앙칼짐을 띨 때면 돌팔매질까지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 현대인들과 아일랜드인들을 같은 눈으로 본다
다수인 신교도에게 오랫동안 차별을 당해오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고향이나, 출신학교,
심지어 좋아하는 빛깔조차 묻지 않고
오직 날씨만을 화제로 삼는 사람들
작가는 이 섬과 같은 현대인들이 삶에 금을 긋고
또 그 금의 안과 밖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문밖에서'에서는 '우리'라는 집단 안에서
둥그렇게 금을 그어 놓고
지나친 이기심으로 보일만큼 금 밖의 사람들과는 다른
'우리'만의 무언가를 강요하는 모습이 나온다
학교라는 집단은 한 교실 안에서도 여러 집단이 생긴다
서로 금을 긋고 배타적인 행동을 한다
홀로 섰을 땐 감히 할 생각 조차 못하는 엄청난 행동도
함께일 땐 당당히 해낼 수 있는 알 수 없는 자신감
작중 인물 L은 그런 모습이 못마땅하다고 말한다
쉽게 휩쓸리기 쉬운 단체 속에서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더 큰 단합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개처럼 방어는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금긋기는 결코 섬을 잇는 다리가 되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