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닷컴의 클럽 [환경테크(http://club.paran.com/u04)]에 0404님께서 올린 작품으로 해당 클럽의 Best 게시물로 선정되었는데,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같은 사진이길래 제가 퍼왔습니다. 여러 편의 좋은 작품 사진이 있는데, 한 편만 올리고 나머지는 링크시켰으니 찾아가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가끔 동양화를 보면서 이것도 일종의 풍경화인데 저 풍경이 세상이 어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진짜 실존하는 경치를 담아 약간의 가공만 거친 동양화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신선이 노니는 곳, 작가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곳인데다, 천편일률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동양화를 보면서 신선놀음하는 기분을 느끼지만 사실 그림의 사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저만은 아니겠지요? 저런 선계가 있기는 한가? 에이 말도 안돼! 게다가 그 천편일률적인 선경조차 수천년 이어진 모화사상에 물들어 대부분 중국식으로 그려진 것도 문제였을 겁니다. 그런 비판과 천편일률성에 대한 식상함이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고 현대인만의 생각도 아니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실학운동과 더불어 진경산수화가 등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도 그런 우리의 진경화풍과 같은 움직임이 우리보다 더 빠른 시기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음을 볼 때 뭔가 남에게 의존적인 사고와 정신에서 탈출하는 것은 개인이나 민족이나 국가에 있어서 성장과 함께 자연발생적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경산수화가 조금은 사실성을 좀 더 가미했고 그래서 한국적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포함한 동양화(한국화 포함)를 대할 때조차 우리는 상상과 허구로 가득찬 풍경화라는 점을 지나치게 폄하하였고 그것이 동양화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동양화 가격이 서양화에 비해 떨어지게 만든 이유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초보자인지라 이렇게 쉽게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작품가격은 선호도를 반영한다는 면에서 동양화 가격이 서양화에 비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그런 이유를 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저 자신을 돌아보고 진경산수화풍이 생긴 시기의 시대정신을 생각해보면서 앞에서 말한 제 짧은 생각에 큰 오류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작가적 상상력이 추상화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점도 찾으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상력이 더 발휘될수록 예찬하고 선호하지 않는지 하는 생각말입니다. 그렇다면 추상화에서는 어떤 상상력도 발휘할 수 있는데 왜 동양화에서는 그런 상상력을 부정하는지 하는 문제 말입니다. 동양화에 듣도 보지도 못한 선계가 나타날 때 갸우뚱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상상의 세계가 반드시 한국 고유의 것이어야 했는지, 그래서 반작용으로 진경산수화에 대한 운동이 나왔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림 아닌 분야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저는 SF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무협영화는 또 싫어합니다. 와이어줄에 매달려 하늘을 날고 손으로 폭풍을 일으키고 경공술을 써서 천리를 하루에 달리는 짱개식의 과장법으로 일관된, 그런 허구성이 싫다고 할까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SF영화는 무협영화보다 더 상상적이지 않나요?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가 어떤 동양영화보다 더 허구인데 왜 무협영화는 허구라서 싫어하고 서양의 SF영화는 좋아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치 서양화를 우대하면서 동양화를 경시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바로 SF와 무협영화에 대한 이중적 가치관이 아닐까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런 사고의 틀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서양에 대한, 서양의 과학에 대한 지나친 사대주의 근성은 동양의 근대화 산물일 것입니다. 동양에서 가장 근대화가 빠른 일본이 탈아입구론(脫亞入歐論)을 내세우며 마치 자신들은 아시아인이 아닌 듯 유세를 떨었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慕華思想을 慕歐思想으로 바꾼 것에 불과한 또 다른 사대주의는 아니었던가요? 우리도 그걸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요?
동양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하는 말을 굳이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풍경화와 추상화가 별개의 영역으로 발달한 서양화와는 달리 풍경화에도 추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담을 수 있었던, 크로스오버적인 철학이 담긴 것이 동양화였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한 폭의 그림같은 사진을 다시 봅니다. 분명 동양화처럼 찍은 사진입니다. 하지만 앞에서의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동양화를 사진으로 담은 것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동양화를 찍은 경우라도 사진이니 사실을 떠난 게 아니지요. 그 사진 속의 동양화는 앞에서 말한 풍경화로서의 사실성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을 담은 사진에는 어떤 상상적 가공의 세계가 담긴 것은 없지요?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포샵처리 한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추상화를 담은 사진과 동양화를 담은 사진이 서로 사실성에서 다른 바가 있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한 폭의 그림같은 사진을 놓고 쓸데없는 아마추어적 딴지걸기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