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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경과 최은경의 대단한 도전에 찬사를 보내며....

최용일 |2007.01.08 14:41
조회 210 |추천 0

이제 막 시작한 왕년의 쇼트트랙 여왕들의 색다른 도전이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팬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포츠를 승자만이 갈채와 환호를 받는 분야로 알고 있다. 유난히 2등조차 기억해주길 거부하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땅]인 한국 스포츠계에서, 그것도 세계대회보다 한국대표가 되기 어렵다는 몇몇 종목의 경우는 아예 2등은 대접조차 못 받는 게 현실이다. 그 대표적인 종목 중 하나가 빙상 여자 쇼트트랙 부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쇼트트랙 세계무대를 평정했던 쇼트트랙 여왕들인 전이경과 최은경이 쇼트트랙에서 은퇴한 뒤, 또 다른 동계 종목에 도전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게 했던 여자선수들이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그들은 초보자 딱지를 이제 겨우 뗐거나 초보자로서 출발선상에 서있을 뿐이다.

 

 


그렇게 제왕의 자리에서 초짜로 변신했는데, 그래서 아직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박수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면? 그걸 기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아니 그렇지 않다. 아마 그것은 스포츠가 분명 승자만을 기리고 대우하는 분야임에 틀림없으나, 또한 극적인 요소와 연출이 있을 경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흥행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의 색다른 도전이, 제왕의 자리를 박차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그들의 기행이 화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도전이 뿌려주는 황금돼지 해의 신선함은 사람들이게 새로운 희망의 찬가로 들릴 것이며, 그 찬가에 사람들이 박수로 화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이경. 한때 골프 선수로 데뷔해 주위를 놀라게 했던 전이경이 이번엔 아이스하키 선수로 변신했다. 그냥 아이스하키를 하는 게 아니라, 쇼트트랙이 아닌 전혀 다른 종목의 국가대표가 되어 11년 만에 당당히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녀가 소속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화제의 팀이다. 국내 유일의 여자아이스하키팀인 대표팀은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7전7패를 기록중이다. 총 117실점에 3득점의 초라한 성적이다. 한국은 99년 아시안게임 0-25, 2003년 아시안게임 0-20, 지난해 3월 아시안컵 0-12, 9월 친선교류전 0-8 등 지금까지 일본전에서 모두 영패를 당했다. 그러나 열정만은 어느 종목 선수 못지않다. “목표요. 일단 실점을 한자리수로 막는 거예요. 골도 넣었으면 좋겠구요.” 이달 말 장춘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의 소박한 목표다. 소박한 목표지만 선수들은 이를 위해 혼신을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좋아서 시작한’ 아이스하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21명의 선수 가운데 중학생 7명, 고등학생 3명이 있으니 절반 이상이 초중고 학생들이다. 20내지 25살이 대부분인 이웃나라 중국, 일본에 비하면 한참 어린 팀이지만 어린 선수들 틈에 30세 이상의 두 언니가 있고 쇼트트랙 스타 전이경(31)도 그 중 하나다. 맏언니인 주장 이경선(32세) 선수와 막내인 중학 신입생 고혜인(13세) 선수는 무려 19살 차이다.


그만큼 경력도 이채롭고 다양하다. 대전 배재대에서 강의를 하는 이윤영은 수업이 오후 5시에 끝나는 금요일이면 저녁 8시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택시와 KTX를 번갈아 타고 태릉선수촌으로 온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골리 신소정은 이번 아시안게임과 3월 세계선수권출전을 위해 ‘일단 대학진학 공부’라는 계획을 뒤로 미뤘다고 한다.


그 속에서 함께 구르고 뛰는 전이경 선수 역시 대단히 이채로운 경력과 열정을 소유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스틱을 잡은 지 8개월째인 전이경 선수는 31살로 국가대표팀의 두 번째 고참이다. 자기 분야에서도 할머니 급인 그녀가 전혀 다른 종목에서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대단히 이채로운 경력과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능숙한 방향전환을 하는 등 국가대표로서의 완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그녀는"태극마크 달았으니 열심히 해야지요."라는 한 마디 말로 각오를 대신한다.

 

 

여자 쇼트트랙의 또 다른 여왕인 최은경 선수는 전이경 선수보다는 다소 덜 생소한 분야인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깜짝 변신했다. 지난 3일 1주일만에 처음 정식 경기에 나선 그녀는 경기 초반 속도를 높인 게 오히려 독이 됐는지 7명 가운데 꼴찌로 경기를 끝냈다. "한번 해보니 재미있어요. 색다른 느낌이고.." 1주일의 훈련치곤 잘했다고 위안을 삼아 보지만 머쓱한 표정은 감출 수 없는 느낌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대회 1,500m 은메달과 3,000 계주 금메달을 딴 이후 '제2의 전이경'으로 불리며 각광받았던 최은경은 2003년 전주월드컵 3관왕에 이어 지난해 동계유니버시아드 5관왕으로 건재를 과시해 왔다. 그러나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간신히 계주 금메달 하나만을 획득한 뒤 사실상 은퇴를 한 그녀가 이번에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 언니를 따라 스케이트를 신은 뒤, 올해로 대표 경력 10년! '고교생3인방'을 이끄는 맏언니로서 힘든 훈련 틈틈이 후배들의 버팀목 역할까지 해왔던 그녀는 성실함과 강인한 승부근성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토리노에서 4년 만에 다시 금빛 영광을 일궈내기 까지 몇 년 간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과 구타 파문 등 온갖 악재를 뚫고 일어선 그녀는 토리노를 뒤로 한 채 일단 빙상계를 떠났었다. 고교생때 이미 전성기를 구가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세대교체를 해가는 한국 쇼트트랙계에서 더 이상 여왕자리에 앉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타고난 승부욕과 성실함이 자산인 그녀는 다시 초짜로 빙판에 돌아온 것이다. 비록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새로운 낯선 종목의 선수로서. 그가 다시 뛸 스피드 스케이팅은 쇼트트랙만큼 한국이 강국도 아니니 다소 쉽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어리지 않은 그녀의 나이에 새로운 시작이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이 쇼트트랙의 기술을 전수받아 세계 정상에 도전하고 있듯이 쇼트트랙의 기술을 스피드 스케이팅에 직접 접목시킴으로써 새로운 강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새로운 필살기를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 전파한 선구자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전이경, 최은경 두 여왕이 스스로의 찬란한 이력과 환호를 뒤로 한 채 초짜로서 다시 시작하는 대단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잘 나갈 때 떠나라는 말을 하면서 조기 은퇴를 부추기고, 1등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스포츠계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젓 먹던 힘까지 다 써보려는 두 철의 여인을 보면서, 아직 힘이 팔팔한데 다 써보지 않은 채 추한 모습 보이기 싫다면서 조기 은퇴하더니 세계 스포츠계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설쳐대던 어느 선수의 그 이후 오락가락하던 행보가 오버랩되고 있다. 이로써 두 선수가 다른 종목의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하며, 팬들에게도 1등만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경기장에서 쓰러져 갈 수 있는 용기있는 선배의 모습을 기억해주는 애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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