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에서는 스물다섯 나이에 어울리는 풋풋함이 느껴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진중하고 어른스럽다. 그런 그가 2007년 새해를 영화 ‘허브’(11일 개봉)로 시작한다. 그가 연기한 7살 지능을 가진 20대 여인 상은을 보면 “정말 강혜정이 맞을까?”라는 의문을 갖게된다. 그만큼 또 한번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상은이라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던 게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며 어린 아이같은 밝은 미소를 지은 강혜정의 이야기를 들었다.
-표정이 밝습니다.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던데요.
정말요? 상투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허브’를 만나서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상은이라는 캐릭터가 사랑스럽잖아요. 촬영장에서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가 그 캐릭터의 영향을 받았어요. 천진난만하고 소박했습니다. 배종옥 선배님과는 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먹는 것 갖고 싸우기도 했어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스무살 때 독립해 활동하느라 한달에 한두번 정도 밖에 집에 가질 못했어요. 요즘은 대여섯번으로 늘었는데 부모님이 좋아하세요.
-정신지체아라는 캐릭터가 여배우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텐데. 전작과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물론 한번 했던 것을 또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영화에서 강혜정으로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과 ‘허브’의 상은은 완전히 달라요. 여일은 밝은 생각을 많이하고 긍정적인. 그야말로 해맑은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상은을 맡고는 뭇 남성의 로망이 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정말 다른 캐릭터였어요. 영화를 보시면 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출연작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나리오 선택 기준이 있나요?
캐릭터 이름과 영화 제목에 ‘확 가는’ 스타일이예요. 너무 단순한가? 기본적으로 시나리오가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짜임새와 전개를 살펴보긴 해요.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 ‘보이지 않는 물결’의 노이. ‘도마뱀’의 아리 모두 멋지지 않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은 이름과 제목들입니다. 아마 중간에 감독님이 바꾼다고 했으면 절대로 안된다고 고집부렸을 거예요.
-드라마 ‘은실이’ 이후에는 영화에만 출연해서 아역배우라는 이미지도 있는 것같습니다.
아역배우 출신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연기자의 성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어른들 중에는 종종 “저 아이가 많이 컸구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제 경우는 처음부터 나이에 대한 경계가 워낙 없었습니다. 별로 신경쓰는 부분이 아니에요. 그 사이 젖살도 많이 빠지고 키도 자랐으니까요.(웃음) 그동안 작품을 통해 많이 여성스러워지려 했어요. 만족합니다.
-TV에서는 통 볼 수가 없습니다.
어느 한 분야만을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한계를 일부러 정해놓지도 않았고요. 아직은 계획이 없는 것 뿐 드라마에 출연을 안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오락프로그램에는 출연하기 힘들 것같아요. 무대공포증이 있거든요. 사람들 많은 곳에 있으면 숨이 막히고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영화를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한없이 자유로운 느낌이라는 겁니다. 정말 신기하죠? 천상 배우로 살아야 하나봐요.
-최근 성형논란도 있었고. 남자친구(배우 조승우)에 대한 말도 많았습니다.
(교정)치료를 목적으로 한 게 그렇게 큰 관심을 끌 줄 몰랐습니다. 인터넷 댓글도 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즐겁게 살았어요. ‘허브’의 상은이를 보면 그런 생각들이 없어질 겁니다. 남자친구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서 노코멘트입니다. 그냥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3월부터 멜로 영화 ‘세탁소’ 촬영에 들어갑니다. 마음의 상처를 도벽으로 달래는 여죄수로 나오죠. 탈옥 후 숨어든 세탁소의 주인과 사랑하는 역할입니다. 연기 외에도 사진. 글 . 그림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게 바로 연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마 평생 연기를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