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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과학;; 어린애같은 꿈이 어른인 현재를 규정해버린 서정무비

조희진 |2007.01.09 02:01
조회 23 |추천 0

지방에는 정말 개봉하지 않는 건가, 마음을 졸이면서 개봉관 확인을 하다 결국 보고야 말았다.

 

소년의 티를 못 벗어 여신의 사랑을 듬뿍 받던 그리스 미소년같았지만

각 영화에서 한껏 관능미를 뽐냈던 아름다운 가엘은

어느덧 미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유독 그의 천진함과 엉뚱함이 두드러져 되려 어린애로 돌아가버렸다.

평소에도 상상의 힘을 충분히 믿어왔던 그여서인지

이번 역할은 확실히 그 말고 다른 배우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주인공은 감독의 캐릭터였지만

감독과 가엘이 친한 것으로도 가엘의 평소 생각이 얼마나 캐릭터에 반영되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수면의 과학>은 뭔가 정밀하고 메카닉한 제목과는 다르게

우리에게 은밀하게 또는 공공연히 내재되어 있는 유아성과 이상성을 '수면(=꿈)'이라는 매개를 통해

아주 정서적이고 컬러풀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스토리를 구성하는 작품이 적은 수는 아니지만

이 작품은 미스테리와 스릴러, 추리라는 장르가 아니라 서정 코미디(?)에서 이러한 플롯을 풀어가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영화에서 꿈과 현실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인간의 진심이 어떻게 전달되고 또는 어떻게 왜곡되는가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니까.

 

기발하고 창의적인 스테판(가엘)은  6살 이후로 꿈과 현실을 종종 뒤섞어 살아 가고 있다.

그 원인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약 1/3, 예민한 감수성이 약 1/3, 기민한 천재성이 약 1/3 쯤으로 추측된다.

이런 스테판이 획일적인 일을 강요하는 회사에 다니게 되고

이웃집 스테파니에게 자신도 어떻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꿈은 점점 현실을 잠식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에 점점 깊이 빠져 꿈을 통해 왜곡된 현실을 현실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스테판은

의사소통이 부재한 채 왜곡된 생각으로 타자(他者)을 평가하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해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은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러다가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기피한 채 현실 도피를 해버리는,

누구나가 무의식 중에 품고 있는 자아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현실에서 꿈으로 진입하기 전에, 또는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기 전에 스테판이 스스로의 일상을 중계하는 스튜디오는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마치 우리들의 일상을 라이브 쇼로 보는 듯 하다.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프로이트의 이론대로 에고(ego)를 이드(id)가 곱씹는 판국처럼

옛 기억이 반추되어 현실에 영향을 주고 결국 기억인지 현실인지 구별 못 하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런지.

 

어찌보면 무거울 수도 있는 이러한 스토리라인을 이 작품은 유머러스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게이인지 레즈인지 알 수 없는 팀 메이트, 생각없는 사장, 너무 특이하고도 색정광인 직장 상사,

중간중간 엉뚱하게 튀어나오는 성적(性的) 농담을 제외하고라도

이 영화에서는 기발한 웃음과 유쾌한 두뇌 작용을 유발하는 요소가 많다.

원색적인 물감의 움직임, 동화같은 페이퍼애니메, 퀼트로 만든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소품들, 비현실적인 풍경들은

단지 스테판의 꿈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스테판은 스스로를 발명가라고 칭한다.

옆집 스테파니도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스테판이 스테파니의 호감을 사기위해 매일같이 들고 오는 발명품도

색감이 강조된 어린아이들의 발명품 같이 예쁘고 그 생각이 기발하다.

(1초 타임머신이라니, 스킨쉽을 유도하는 그 타임머신에 난 기절할 뻔했다)

이 영화는 이처럼 오감을 즐겁게하는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초반에는 마냥 신비로운 분위기로 관객들을 조근조근 웃기다가

결국은 하고 싶은 말을 역시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풀어낸다.

현실에서는 전혀 효력을 지니지 못하는 아름다지만 약해빠진 소품들과 자신의 허세를

그는 꿈에서나마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달콤한 꿈을 그는 빠져나올 수 없다.

작은 소품 속에서 아둥바둥하고 있는 스테판은

꼭 무의식에서마저도 옴짝달싹 못하고 현재의 상황에 집착하고 묶일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슬프기까지 했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유아성과도 직결된다.

작은 꿈 하나를 이루는 데에 현실은 지독하리만큼 인색해서

그 꿈이 인간에게 들어설 여지를 남겨주질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나약한 인간의 꿈속에서의 변명일지도 모른다.

솜으로 만든 름이 뜬 셀로판지 바다에서

흰 나무를 심고 유유히 항해하고 있는 흰 헝겊 배를

인형으로 만든 포니에 올라타고

그녀와 함께.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스테판.

결국 영화에서 꿈과 현실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사실은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는 그가 원한 것을 얻고 있었는데

서툴게도 그것을 알아채기에는 그가 너무 순수하다.

 

여담으로,

영화는 나름대로 좋은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볼 게 없어서 대충 찍어 보는 게 일반 극장을 찾는 관객 40%의 분위기라면

이 곳은 역시 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온 사람들뿐이니까.

단,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중반에 코 골고 잔 것 빼고는 나름대로 완벽한 분위기였다-_-

아무리 지루하고 무성의한 영화라도 그 영화의 팬들만 모여 관람을 하면

그 영화는 희대의 거작으로 변모해버리는 법인데,

이 영화는 그 자체의 작품성도 매우 높을 뿐더러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만 모여 봤으니

분위기가 오죽 좋겠는가.

가엘의 몸짓 하나에, 대사 하나에 모두들 적극적인 반응!

아, 정말 이런 영화를 얼마만에 봤는지 대감동.

 

스토리도 연기도 좋지만 뭐, 영화에 대해서 그다지 많이 알지는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가엘의 아름답고 귀여운 모습을 잔뜩 볼 수 있어서 아주 만족했다.

29이나 먹은 녀석이 정장에 털실로 짠 귀를 덮는 비니를 쓰고 등장했을 때부터 귀여워귀여워 연발이었는데,

그 모자를 벗자마자 개구장이처럼 삐죽삐죽 삐친 머리카락이라니!

자기 발명품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개구진 눈빛,

어린애처럼 삐졌을 때의 앙 다문 입술,

시종일관 쥐었다폈다하는 끝이 야무지고 하얀 손,

미끈한 코,

어슬렁거리는 걸음.

아아, 나의 가엘!!!!←

무엇보다 가장 큰 전리품이라 할만한 장면은

1) 고양이 귀를 삐죽 세운 고양이 옷을 입은 가엘!!!!!!!!!!!!!!!!!!

2) 나름의 누드씬!!!!!!!!!!!!!!!(은근히 그 부분도 보였다-_-♡)

3) 상처받고 침대에서 훌쩍이는, 모성본능 자극 절정 가엘!!!!!!!!!!!!!!!!!!!!!

헉헉...이러다 일내겠다, 정말.

결국은 가엘 찬양으로 리뷰를 맺는구만.

너무 다다다닥 자판을 쳐서 손가락이 아프다...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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