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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이 키운 외과의사 1

김영준 |2007.01.10 11:02
조회 53 |추천 0


외과의사(surgeon)를 기피하는 의대생들 덕분에 현장에서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의사들이 다들 돈 되는 성형외과나 상대적으로 편한 내과나 안과 등으로 몰린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에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체계에 허점이 있다면서 의료부문의 전면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백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외과의사는 의사 축에도 끼지 못했다는 걸 알고들 있으신가?

 

지금도 외과의들 사이에서 재봉틀, 미싱사라고 자조 섞인 소리로 푸념하는 경우는 있어도 외과의가 없으면 수술을 못한다는 것,

응급환자나 외상에 있어서는 외과의가 꼭 필요하다는 건 다들 알것이다.

특히 신경외과 같은 경우는 고도의 정밀함을 요한다는 정도는 일반인들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런 외과의가 옛날엔 의사 축에도 끼지못해 대학에서 학과 자체가 퇴출당했고, 그도 모자라 이발사와 경쟁을 해야 했다는 기막힌 이야기… 대접 못받던 외과가 ‘치질’ 덕분에 인정을 받게 되었고, 오늘날의 일반외과 GS는 Great surgeon가 된 사연!

과연 치질이 외과의사들을 ‘의사’로 대접받게 만든 사연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시작된다!

 

때는 13세기 중엽 유럽 최고의 의과대학인 파리대학에서 외과 과정수업이 완전히 폐지되게 된다.

이유인 즉, 의사들이 하기엔 너무 천박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상처를 꼬메고, 고름짜는 일은 이발사들로도 충분하다는 논리였다.이 당시엔 이발사들이 일정부분 의료행위를 했었다

대신 의사들은 고귀한 의료행위인 사혈(피를 뽑는 행위)과 관장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당시의 의료상식이란 것이 병에 걸리면 몸속에 있는 나쁜 피를 뽑거나, 관장을 통해 나쁜 기운을 없애면 병도 낫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의료현장에서 활약하는 의사의 수는 외과의 보다 내과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슬슬 수를 늘려가고 있는 외과의들에 대한 내과의의 태클이 바로 외과과목의 폐쇄였던 것이다.

파리대학에서 외과과목을 정규과정에서 제외시키자, 유럽의 다른 의과대학에서도 덩달아 외과과목을 폐지하게 된다. 그러자, 유럽에 퍼져있던 외과의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다.

파리, 에딘버러, 안트워프, 런던 등지에서 개업했던 외과의들이 저마다 대학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학생들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시대의 대세는 내과였다.

“역시 의학의 꽃은 내과 아니겠어? 인턴 끝내고 내과로 가자고!”

이 당시 의대에서는 교육을 마치면 당연히 내과로 가는 것이 정상적인 코스라고 생각하게 된다. 점점 외과의의 설 곳이 줄어드는 상황. 그러나, 단결한 외과의들의 힘은 대단했다.

뭔가 다른 권위가 필요했기에 내과과정을 기본으로 하되 세부외과부분은 따로 공부하게 하고, 수업도 원서로 하되 라틴어로 가르쳤다. 또한 따로 해부학도 가르쳤다. 수업시간에는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겉의를 입혔는데 두벌로 나누어 입혔다. 이때의 외과수업방식이 현재까지 내려오게 된 시발점이다.

이리하여 외과의들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가운을 입고 진료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때 수업시간에 입혔다는 것이 지금의 의사가운이며 그중 다른 한벌은 지금의 외과의사의 scrubs, 멸균수술복이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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