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오른손의 색을 그려낸다. 아마, 19년동안 이렇게 그려왔으리라. 아직까지 내가 왼손이 아닌 손을 사용한다 해서 이렇다할 힘든점이 없으므로, 손 가는대로 살아왔으리라. 그래서 역시나 오늘도 오른손으로 색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10분전 어느순간부터, 오른손에 대한 회의가 느껴진다.‘내가 왜 오른손을 사용하고 있을까..’라는 간단한 생각과 함께. 인터넷에 무턱대고 주소창에 오른손이라고 써본다. 역시나, 돌아오는건 인터넷의 하얀 냉기일뿐 얻어내는 것은 없었다. 문득 친구하나가 떠오른다. 그녀석은 왼손을 사용하는 친구인데, 나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머릿속에 목 이상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 녀석과는 같은 테이블에 있는 게 불편하다.
왼손잡이는 어느 시점부터 오른손잡이들의 조용한 목표물이 되고 있다. 그 친구처럼 밥먹을때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혹은 기타 의외의 이유만으로. 그들은 언제나처럼 음식점에 들어가면 테이블 왼쪽 구석 조그마한 자리에 앉히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원하게 술을 한잔 하려 해도 멋지게 건배하기 쉬운 위치가 아니다.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렇게 술한잔이 두잔되고 세잔되고 떡이 되어서 아무도 반기지 않는 집에 들어가 자려 누웠다가, 갑자기 물에서 H2O를 갈망하기에 부엌에 가서 하얀 냉장고를 열고 파랗게 차가운 물통을 꺼내려 하면 왼손으로 문을 열고 힘없는 오른손으로 물통을 꺼내드니, 이건 완전히 냉장고에게 까지도 소외당한 기분이 아닌가.
불편하다고 싫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의 왼손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그림으로 그리며 살아왔으리라. 그동안 빨간 정이 들었을 왼손을 차마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오른손을 버릴 수 없듯이.
오른손은 오른손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일단 술한잔 할때 구석에 앉지 않을 수 있으며-이건 왼손잡이가 같이 있을때의 이야기다-, 또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오른손잡이기에 그 나름대로의 편리한 디자인을 누릴 수 있다. 왼손잡이의 나름대로의 장점도 물론 있다. 그건, 다수가 오른손잡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왼손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스포츠가 중요한 것이 아닌, 모든 스포츠에서 왼손잡이라 하면 동등한 실력의 선수보다 조금 더 높은 고지에 설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기타의 세계에서도 왼손은 금기시 되어왔다. 왜냐면 모든사람이 오른손으로 기타를 치는걸, 뭐 딱히 왼손용 기타를 또 만들 필요가 있을까? 요즘은 소수의 고객을 위해 커스텀들이 제작되어진다. 문득 지미 핸드릭스라는 사람이 떠오른다. 왼손잡이이면서도 불합리한 오른손잡이 기타를 거꾸로 들고 친 아티스트. 그도 처음엔 다른 왼손잡이처럼 불평했으리라. 그치만 열정 앞에 놓여진 장애물은 그를 더욱 열정속으로 이끌어 왔으리라.
세상은 언제나 획일된 상태를 꿈꾼다. 양팔저울의 평행을 암묵적으로 무시하고, 까치에 기댄 안테나처럼 한방향을 고집하는 세상. 그렇기 때문에 왼손잡이가 불편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오른손잡이들 속에서 왼손잡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개성인이 되어가는 세상. 죽어서까지 왼손잡이 생활이 한이 되어 귀신이 되는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세상에게 작은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천재는 왼손잡이란 루머가 세상을 감싸돈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이다. 비율적으로 따졌을때 왼손이 천재가 많은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치만 이러한 루머는, 그동안 세상이 왼손을 소외시키고 나서, 눈가리고 아웅한일일지도 모른다. 특별이 누가 그러하라 지시하지 않았으리라. 마치 똑같은 난(卵)이라 할지라도 계란 100판에 오리알 한개가 있다고 치면, 오리알 하나가 바보가 되는 이치와도 같은, 군중심리속 종족합리화 일지도 모른다. -물론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다른 종족이라는것은 아니다-
특이하게 ‘나는 왼손잡이다’라는 사실을 죄인처럼 꼭 머릿속에 떠올리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 아직까지 버려지지 못한 고정관념에 의해서 피해를 받으며 살아가고 나서 나중에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심정을 호소할 수 없지 않는가.
내년이면 나도 벌써 20대의 나이에 진입하게 된다. 그렇다. 아저씨가 되는거지. 나는 앞으로도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어느정도 왼손잡이와도 몇 번 술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리라. 아무도 모르게 소외받는 그들에게 우리모두 마음을 열어주자. 그렇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따뜻한 세상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