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등교길에서도... 학교에서도... 하교길에서도...
태권브이와 마징가Z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하는 논란은 답도 없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마징가를 편드는 녀석들은 마징가는 태권브이에게 질래야 질 수 없는 이유를 열변을 다해 쏟아내고,
태권브이를 편드는 녀석들은 태권브이가 마징가를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에 질새라 대꾸했다.
마징가Z... 태권브이 이전에 이미 로봇 무림계의 중원을 제패한 명실상부한 대표적인 로봇지존이 아니었던가!
비록 넘어설 수 없는 강적을 만나 그레이트마징가에게 지존의 자리를 내줄때까지도 그의 아성은 탄탄했다.
(물론, 마징가Z가 대한민국의 신체건강한 청년'쇠돌이'가 움직이는 우리의 로봇이 아니라, 일본의 로보트 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때의 그 좌절감이란...)
어느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기 태권도로 무장한 태권브이가 등장한 이후 로봇무림은 군웅할거의 시대가 도래했다.
마징가형제의 굳건한 아성을 무너뜨리고 드디어 태권브이가 지존의 자리를 위협하여, 마침내 속편들까지 내세우며 극장가에서 중원을 제패하고 만 것이다.
그 이후 철없는 호사가들의 이슈는 마징가와 태권브이가 정면승부를 한다면, 누가 진정한 지존인가?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난 마징가도 좋아하고 태권브이도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마징가도 좋아하고 태권브이도 좋아한다.
내가 느끼는 마징가와 태권브이는 조금 달랐다.
마징가를 보다보면, 선과 악의 경계가 너무나 명확했다.
그리고, 항상 권선징악의 완벽한 마무리가 명쾌했다.
마징가의 악당들은 원래부터가 악당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지점인지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저 지구를 정복하고자 하는 악의 마음으로 똘똘뭉친 헬박사일당과 고공대공의 기계수 무리들은 끊임없이 광자력연구소를 무너뜨리기 위해 침공해온다.
그럴때마다 마징가는 씩씩하게 출동하여, 처음엔 맨주먹으로 맞서 싸우다 고생고생 끝에 루스트하리케인이나, 브레스파이어, 로켓트펀치, 드릴미사일 같은 초필살기로 그들을 제압한다.
이에 비해, 태권브이의 악당은 원래부터 악당은 아니었다.
천재적인 물리학자 카프박사는 자신의 신체적인 열등감을 이기지 못하고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과대망상을 갖게 되고 빚나간 욕망이 말콤일당과 손을 잡으면서 상상치 못한 대재앙을 초래한다.
그리고,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악당에의해 만들어진 인조인간'메리'가 훈이와 사랑에 빠지면서, 인간이 되고 싶어하고 결국은 정의의 편으로 돌아와 장열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와서 보니, 이것은 마치 '성악설'과 '성선설'의 대립과도 같은 구도이다.
물론, 김청기 감독 본인도 시인한 부분이지만, 태권브이의 컨셉은 마징가에서 힌트를 얻었다.
전체적인 모델링도 누가봐도 닮아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김청기 감독은 이 로봇을 그대로 세상에 내보내지 않았다.
고뇌의바다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광화문을 지키는 이순신장군의 동상을 보고, 태권브이의 디자인을 완성한다.
입술을 굳게다물고 투구를 쓰고 강인하게 내려다보는 장군의 모습을 태권브이에 옮기는 작업이 완성되었다.
태권브이는 수퍼로봇이라면 하나둘쯤 가지고 있는 초필살기가 없다.
오로지 태권도로 치고받고 싸운다. 훈이와 일심동체가 되어 무술을 펼치는 아이템은 이전까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로보트상 이었다.
그래서, 마징가를 응원하는 녀석들은 필살기가 없는 태권브이는 초필살기로 무장한 마징가에게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있었다.
하지만 태권브이가 누구인가?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은가!
마징가는 잘알다시피 제트 스크랜더와 결합을 해야만 하늘을 날 수 있다.
스크랜더와 합체하기전에 스크랜더를 박살내면, 육상에서만 대적해야 하는 마징가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태권브이파들의 그나마 논리적인 반박이 또 있었다.
그 시절을 지나왔던 사람들에게 아마도 이런 추억 한번 쯤은 다들 가지고 있으리라...
태권브이는 마징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우리가 태권브이를 영원한 우리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은 너무나 결벽주의를 향해 오늘을 살아가는 각박한 인심이 만들어 낸것이 아닐까...
일본이 자랑하는 아톰...데츠카오사무도 시인했다. 미키마우스를 본따 만든것이라고...
하지만, 아톰은 미국의 하늘을 날고 있다.
태권브이의 부활을 두고 시대착오적인 과대망상이 불러낸 의미없는 일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진정한 우리의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진정 우리가 영웅으로 기억 하는 이 시대의 공통된 자화상은 무엇이 있느냐고...
어려운 시절 생각만 해도 든든한 친구이자, 미래의 꿈이자, 영원한 로망은 과연 무엇이 있느냐고...
'영웅'의 대물림은 가능할까?
우리의 전설은 과연 30년이란 벽을 넘어 아버지와 아들에게 같은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외래 문화에 길들여져 분별력과 면역력조차 약해진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가 그리움에 치를 떨다, 불면의 밤끝에 천국에서 불러온 '태권V' 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우리의 이기심이 현실의 힘든것을 잠시 잊고자, 조용히 편히잠들어 있던, 태권브이의 망령을 불러내었는지...
아니면 우리의 전설인 '태권브이'가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지...
1월 18일 !! 베일이 벗겨진다...
30년전 가난한 마을의 한 작은아이의 영웅이자... 꿈, 그 자체였던 태권브이여... 부디 당당하게 멋지게 신나게 오늘을 사는 아이들에게도 영웅이 되어 주소서...
고맙습니다... 다시 돌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내 믿음에 대답을 해주어서...
"진실로 그리워 하면, 반드시 언젠가 만날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새,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