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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은 놈과 때리신 분(?)

최영호 |2007.01.19 15:20
조회 6,634 |추천 16

 

맞은 놈과 때리신 분(?)


변호사는 형사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하는 사건이 대부분이지만

변호사 생활도 몇 년 하다보니

가끔 피해자나 고소인을 대리하여 상대방을 엄벌하여 달라는 사건을 맡는 경우도 있다.


허지만, 사람을 구속한다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을 말살시키는 또하나의 가혹행위이인지라 검찰이나 법원에서 웬만한 경우라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어 의뢰인의 한(?)을 풀어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상대방을 구속하여야 자신의 피해를 배상받고, 감정상의 보복감을 충족시킬 수 있으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해자를 구속시켜달라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그가 원하는 “무슨 수”란 있을 수가 없다.


최근 들어 판사나 검사 한 두 사람이 구속되면서 우리 사법부와 검찰이 전부 부패한 것처럼 호도하고 특히 얼마전 자신에게 패소판결을 한 재판장에게 석궁을 쏜 전직교수가 마치 사법부의 부패가 극에 달하였고 자신이 로빈훗이나 된 것처럼 주장하여 인터넷에서 그 이름이 회자되고 있지만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웃기는 말씀이다.


우리 조국이 금권만능주의 등 자본주의의 온갖 폐단과 극단적 이기주의와 같은 개인주의의 병폐 속에서 그나마 지금 상황을 유지하게 하여 온 데는 우리 젊은 판사와 검사들의 정의감과 명예를 지키려는 정열과 의지가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필자는 단언하고 싶다.


허지만, 솔직히 고소대리를 하면서 뭔가 좀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여러분이 길을 가다가 어떤 술 취한 사람과 어깨를 부딪친 것이 시비가 되어 그 사람에게서 아무런 잘못도 없이 두들겨 맞아 이빨이 부러지거나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고 하자.


골프장에서 앞서 가던 팀과 시비가 되어 골프채로 머리를 맞아 머리가 터졌다고 하자.


또 신호를 따라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들이받아 뇌출혈 등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하자.


 범죄피해자보호법 상 피해자는 수사담당자와 상담하거나 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진술하고, 가해자에 대한 수사결과, 공판기일, 재판결과, 형집행 및 보호관찰 집행 상황 등 형사절차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경찰에서는 고소인이나 피해자에게 “사고사실확인서”라는 이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사건발생의 일시, 장소와 피해상황을 기재한 서면을 교부할 뿐 가해자에 대하여는 성명만 알 수 있을 뿐 주거지나 전화번호 등도 알려주지 않는다.


소위 보복행위를 염려해서라고는 하지만 위 법에도 가해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알려주는 행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가해자로부터 명함이나 연락처를 받아놓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디에 살고, 뭐하는 사람인지, 전화번호도 모르게 되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 법은 형사절차에 관련한 정보라도 가해자의 명예, 사생활,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여 죄를 지은 놈보다 피해를 입은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경우를 염려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는 검찰에서도 겨우 공소제기·불기소·기소중지·참고인 중지·이송 등 처분 결과 만을 알 수 있고,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었는지 가해자는 어떤 내용으로 수사를 받았는지, 목격자나 참고인은 어떤 내용으로 진술하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수사단계에서만 그럴까?


 가해자가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피해자는 공판기일, 공소제기된 법원, 판결주문, 선고일자, 재판의 확정 및 상소여부 등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증인이 나와서 어떤 내용으로 증언을 하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가해자 즉 죄를 지은 사람은 변호인을 선임하건 하지 않건 재판기록을 모두 열람하고 복사할 수 있지만, 두들겨 맞아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재판기록을 읽어보거나 복사할 수 없다.


 피해자가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하여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도 사건기록을 읽어볼 수 있을 뿐(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0조), 복사할 권리는 없는데 요것도 재판장이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정말 이상한 제도 아닌가?


두들겨 맞은 놈은 비잉신이고

두들겨 패신 분이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피해자는 검사가 국가의 이름으로 피해자를 대신하여 권리를 행사하여 주니까?

글쎄, 그러나 검사가 피해자를 위하여 기록을 복사해주고 재판결과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을까?


군사정권하에서 억울하게 형을 받은 사람이 많아서인가

우리는 그동안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인권보호에만 치중하여 오다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변호사?

변호사가 무슨 뽕빼는 재주가 있냐?


 기록을 보아야 억울함을 호소하고 상대방이 어떤 거짓말을 하였는지 목격자가 어떻게 진술하고 어떤 증거가 제츨되었는지 알 수가 있지.....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하여 형사기록을 검증하거나 문서송부촉탁을 하면 되겠지만

그시간에 벌써 형사사건은 끝나버릴 수도 있으니....


억울하다고

기가 막힌다고


가해자 놈을 어떻게든 구속시켜달라는 의뢰인의 부탁을 받으면

능력없는(?) 변호사, 참으로 난감한 경우가 많다.


지금 상태에서는 확실히

맞은 사람은 “놈”이고

팬 사람은 “분”이다.

(‘07. 1. 19.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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