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생활고에… 불확실한 미래
활동재개를 준비하던 가수가 지난 21일 집에서 목을 매 숨지는 등 최근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2000년대들어 해마다 1만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고, 2005년한국인 사망원인에서도 자살이 4위를 차지하는 등 자살은 이미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자살이 늘어나는 원인을 정신적 성장이 경제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살 실태 = 지난 21일 오후 1시쯤 인천 서구 마전동 Y아파트에서 가수 유니(여·26)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외할머니(71)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집안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니의 어머니 이모(49)씨는 경찰에서 “딸이 우울증 증세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유니 소속사 측은 “3집 발표를 앞둔 유니가 네티즌들의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L아파트에서 인기탤런트 오지호(31)씨의 연인이었던 임모(여·28)씨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생활고와 취업난 같은 사회적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19일 오후 7시50분쯤 서울 도봉구 다세대주택 옥탑방 화장실에서 대학생 한모(27)씨가 목을 매 숨졌다.
한씨 어머니(50)는 경찰에서 “다음달 졸업을 앞둔 아들이 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해왔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4시30분쯤에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월세 15만원짜리 쪽방에 살던 명모(78)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개월간 밀린 월세 60만원을 내지 못해서였다.
특히 최근에는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시쯤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신세를 비관하던 K(64)씨가 부인과 함께 농약을 마시고 동반자살을 기도해 부인이 숨졌다. 17일에는 인천 서구 왕길동에서 정부 보조금만으로 살아가는 형편을 비관한 조모(여·72) 할머니가 외손자 김모(16)군에게 독극물을 먹이고, 자기도 함께 자살하려고 독극물을 마셨으나 다행히 둘 다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간 자살자 수는 지난 2000년 1만1794명에서 2002년 1만3055명, 2005년 1만4011명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자살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지난 2005년 한국인 사망원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구 10만명당 약 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자살증가 원인과 대책 = 전문가들은 자살이 늘어나는 원인을 인간관계와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른 우울증 등에서 찾고, 전문가의 상담과 진료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언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와 자식관계도 신뢰가 아닌 계산관계가 되는 등 사회가 변화했다”며 “모든 관계를 개인이 통제해야 하는데, 통제력을 유지하는 게 만만치 않다. 우울증의 공통적 증상이 바로 통제력 상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어려서부터 혼자 설 수 있게 하는 학교교육이 필요하다”며 “자녀를 적게 낳다 보니 부모가 대신 해주려고 하는데, 이로 인해 어려서부터 통제력 상실이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김찬형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서적 성장이 미흡하다”며 “생명경시, 무기력 풍조가 커지면서 자살률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누구나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홍보하고 유명인에게는 개인 상담가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이홍식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은 “자살 증가 원인은 정신건강에 대한 시스템이 매우 열악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또 자살환자의 50~70%가 경제문제, 가정문제 등 생활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과 관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동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 사회의 여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는데,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경우 30%에 불과하다”며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