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책: 연탄길 2 에서 제가 읽구 감동 먹어서
여러분에게 권해 드리는것입니다.
이 글은 실화를 배경으로 만든거 예요.....
한낮에도 반짝이는 별빛
현희 씨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방안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 ~ 움마아~!"
다섯 살 된 영호는 "엄마"란 말을 잘 하지 못했다. 영호는 보통 아이들보다 지능이 많이 모자랐다.게다가 자폐 증세까지 있었다. 영호를 데리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이끼 낀 돌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현희 씨에겐 힘겨운 일이었다.
현희 씨는 영호가 자기 또래의 아이들처럼 감정 표현이라도 제대로 해주기를 바랬다.그런데 영호는 자기를 끔찍이 사랑해 주는 아빠에게도 애정표현을 하지 않았다. 아빠에게 가까이 가지도 않았고,아빠가 장난감로벗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어도 시큰둥 했다.
"당신, 우리 영호 때문에 많이 속상하죠? 회사 일도 힘든데...."
"영호 보느라고 당신이 늘 고생이지,뭐."
"다른 아이들처럼 아빠하고 목욕탕에도 가고, 공놀이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나 말야."
"그렇다고 영호 미워하면 안 돼요."
현희 씨는 눈가에 고이는 눈물을 꾹 참으며 말했다.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때 뿐이지 뭐. 너무 걱정 마. 병원에 다니고 있으니까 차차 나아지겠지."
남편은 슬프게 미소 지으며 현희 씨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출장 가 있는 동안 혼자 영호 보기 힘들 텐데, 친정에라도 가 있지 그래."
"우린 걱정말고 당신 식사나 거르지 마세요. 이번엔 열흘 동안이나 나가 있잖아요."
"알았어. 근데 우리 영호 선물로 뭘 사다 줄까?"
"선물 사다 줘봐야 한번 반기지도 않는 애한테 괜한 마음 쓰지 마세요. 아빠를 남 대하듯 하니 정말 큰일이에요"
현희 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아픔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되어 나올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열흘간의 출장을 떠났다. 그리고 그날 오후 현희 씨는 영호를 데리고 집에서 멀지 않은 시장에 갔다. 시장으로 가는데 눈발이 하나 둘 날리기 시작했다. 길가에 서 있는 은행나무의 앙상한 가지가 찬바람에 흔들렸다. 현희 씨는 생선 가게로 갔다. 그런데 현희 씨가 잠시 생선을 고르는 사이에 영호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날 따라 영호는 손목에 미아방지용 팔찌도 하고 잇지 않았다.현희 씨는 갑작스런 충격에 눈앞이 아득했다. 영호는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집 전화번호도 모르는 아이였다.현희 씨는 영호를 부르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온 시장을 뛰어 다녔다. 어둠이 내릴수록, 현희 씨의 마음은 다급해 졌다. 현희 씨는 시장 곳곳을 다니며 장사하는 사람에게 영호의 인상착의를 말하기에 바빳다.
"조금 전 시장 안에서 우리 아이를 잃어버렸거든요. 검정색 파카를 입은 다섯 살 짜리 아인데, 말도 잘 못하고 말할 때는 입이 옆으로 돌아가요...그리고 눈동자에 초점이 없구요. 그런 아이를 보시면 이리로 연락 좀 주세요. 부탁 드릴게요."
현희 씨는 가슴속 깊이 싸매두었던 영호의 아픈 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현희 씨는 시장을 나와 근방에 있는 여러 파출소마다 신고를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기 옆에 서 있었다. 극도의 불안감이 현희 씨 마음을 조여 왔다.
현희 씨는 마을을 가라 앉히고 나서 다시 시장으로 갔다. 거리엔 벌써 컴컴한 어둠이 내려 앉았다.시야를 가릴 만큼 굵은 눈발이 퍼부어대고 있었다. 그떄까지도 영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희 씨는 울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영호야! 영호야!"
흐느낌을 집어삼키듯 겨울바람 소리만 웅성거릴 뿐 , 아이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 아주머니 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은 밤 10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영호는 시장에서 아주 멀린 떨어진 곳까지 가 있었다. 친절한 아주머니 덕으로, 영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영호를 찾게 해준 것은 남편의 운전면허증 이었다.
남편의 운전면허증이 영호의 바지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다행히 면허증 뒷면에 분실을 대비해 남편이 집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다. 이 번호를 보고 전화를 한 것이다. 현희 씨가 영호를 데리러 갔을 때, 영호는 엄마를 보고도 새파랗게 언 손으로 과자만 먹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현희 씨는 멍하니 서 있는 영호를 끌어안았다.
"영호야! 잘못했어. 엄마가 잘못했어."
"현희 씨는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열흘이 지나갔다. 남편이 돌아오는 날 아침, 현희 씨는 영호에게 물었다.
"영호야, 아빠 보고 싶지 않니? 오랫동안 아빠 못 봤잖아."
"...."
영호는 무표정한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묻는 말의 의미조차 아이가 모르는 것 같아 현희 씨는 마음이 아팠다.
오후 늦게 초인종이 울렸다. 남편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남편은 여행가방을 들고 지친 얼굴로 현관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거실에 힘없이 앉아 있던 영호가 갑자기 현관 쪽으로 뛰쳐 나갔다. 그리고는 맨발로 달려가 아빠의 다리를 두 팔로 꼭 끌어 안았다.
영호는 아빠에게 매달려서 울고 있었다. 비록 말은 못했지만 영호는 매일 밤 아빠를 기다렸던 것이다. 현희 씨는 그때서야 영호가 왜 아빠의 운전면허증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는지를 알게 됐다. 아빠 얼굴이 있는 운전면허증을 보며, 영호는 매일 밤 아빠를 기다렸던 것이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아빠를 원망하듯 영호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남편의 눈에서도 굵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남편은 울고 있는 영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끌어 안았다.
"영호야! 울지 마. 아빠도 우리 영호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디 우리 영호 얼굴 좀 보자."
남편은 얼굴을 보려고 영호를 품에서 떼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영호는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된 채, 아빠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빠 이제 아무 데도 안갈게, 아빠는 다 알아. 말은 못하지만 우리 영호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남자라면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안으로 감출수 있어야 되는 거야"
남편은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 밤 , 영호는 아빠 손을 꼭 잡고 잠이 들었다. 현희 씨는 잠든 영호의 속눈썹에 피어있는 맑은 별빛을 보며 , 어쩌면 이 아이가 하늘 나라에서 소풍 온 아기 천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호야! 엄마,아빠의 사랑을 믿어. 사랑이 있는 한 우리에겐 언제나 희망이 있는 거야."
현희 씨는 잠든 영호의 손을 꼭 잡고 속삭이듯 말했다.
만날수 없어도 만나는 얼굴이 있다. 아름다운 것들마다 온통 그 얼굴이다. 눈물겨운 것들마다 온통 그 얼굴이다.
누구의 가슴에도 하나쯤은, 한낮에도 반짝이는 별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