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랑 모란장에 갔다가 강아지 한마리를 샀다.
조금은 충동적으로 산 게 사실이었다-_ㅠ
강아지가 담긴 박스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는데, 뭔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거래는 끝났고, 앞으로 생각할
일은 완고하실 부모님과 할머니를 설득하는 일과 강아지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것 뿐이었다.
돈은 어쩌지? 사료는?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강아지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이었기에 거기에만 생각을
집중했다.
강아지를 구입한 곳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동물병원이 몇 개
있길래 불쑥 들어갔다.
돈은 0원... 문전박대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단 수의사 아저씨 얼굴을 한번 보고 씩 웃었다.
다행히 순하게 생기셨다-_ㅠ 난 최대한 살갑게 웃으며
"저어, 정말 죄송한데 제가 강아지를 샀거든요... 건강한지 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쪼금만..."
수의사 아저씨는 웃으면서 "그럼 정말 쪼~금만 봐드릴게요?"
라고 말하며 강아지 전용 테이블에 우리 강아지를 앉히고 스탠드
같은 것을 두두둥 하고 켰다.
그리고 발톱도 깎아주고(옆에 있던 간호사 언니랑 같이-_ㅠ)
강아지를 요모조모 살폈다.
건강하다고 했다-_ㅠ 아아... 정말 다행이었다.
이것저것 물어본 후에 지하철을 탔다.
동생과 난 꼼지락 거리는 강아지가 든 박스를 들고 덜덜덜 떨면서
지하철에 탄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우리만 보는 것 같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수서역에서 내려서 완전 조심스럽게 걸어서 버스까지 탄 후 우리
동네 상가에 도착했다.
동물병원에 들어갔다. 수의사 오빠가 참 잘생겼다-_ㅠ
그리고 아까 처음에 갔던 동물병원에서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역시 수의사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자신감있게 들어갔다.
거기선 회충약도 먹여주었다. 그리고 애견 부록책도 주었다-_ㅠ//
그리고 몇가지 조언도 해주었다.
이제 남은 건 부모님께 보이는 일! 할머니와... 그리고 고모가 아직
계실지도 모르고-_ㅠ
흐음-_ㅠ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겠지만, 가족별 반응은 이랬다.
할머니 -> 아이고! 난 모르겠다-_-!!! (강아지 별로 안 좋아하시는
우리 할머니-_ㅠ 강아지 사온지 5시간이 지나서야 얼굴을
봐주셨다;)
아빠 -> 헉! 얘네들이 일을 쳤구만... 아이구...
엄마 -> (현실적) 너희들, 이렇게 덜컥 사와서 어쩌자는거야?
그리고 서연이랑 너 학교가면 누가 키워? 그런 것은 생각해봤어?
하 참... 어쩐지 모란장 구경간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어!!!
하지만 우리 강아지가 재롱을 떨자 세분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럴 줄 알았어^______________^
이것저것 힘들었지만 대충 강아지가 살만한 구색을 갖추었다.
나름 깔끔하기로 유명한 나의 방은 강아지방으로 탈바꿈했다;
참, 강아지 이름은 한글로 '카즈' 이다.
순우리말로 강아지 이름을 지으려고 생각했지만 서연이가 이미
카즈라고 붙여서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애매했다-_ㅠ
그래서 '한글로' 라는 조건으로 카즈라고 부르기로 했다.
일본어나 영어가 아닌 한글로 '카즈' 니까 순우리말이나 우리말,
그리고 한글에 대한 나의 마음은 잘 녹아 들어갔다고 생각해야지.
어쨌든 우리 카즈는 재롱을 떨고 밥도 잘 먹고 변도 잘 보더니
쿨쿨 잠을 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아기 강아지는 하루에 17시간을 잔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정말 강아지 놀아주기는 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기에-_ㅠ 7시간 정도 놀아주면 되겠구나 싶어서 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ㅁ-ㆀ
근데 우리 카즈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내 방에
자기를 혼자 두면 자꾸 낑낑 짖는다.
그리고 나나 서연이가 방에 들어가면 좋아서 꼬리를 치고, 꼭
자리를 잡아도 내 다리 위나 서연이 다리 위에 자리를 잡는다-_ㅠ
귀여운 카즈... 자기를 버릴까봐라는 위기감 때문인가?
걱정마 카즈야, 네가 건강하게만 잘 자란다면 평생 너랑 함께 잘
지낼 거야. 건강하게만 커라^_^
참, 카즈는 여자고 아주 어린 애다.
처음엔 무척 조신해 보였으나 점점 우리집에 익숙해지면서 이가
가려운지 종이와 헝겊을 터프하게 깨물었다-_-;;;
참, 강아지 키우게 된 것을 가족이나 친척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아직 너무 조심스러워서.
[ 요점정리 ] 2007년 1/24, 카즈 우리집에 오다. 처음 강아지를
키우게 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