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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2006): 절제의 묘를 부리지못한 거대한 궁정비극

노광우 |2007.01.27 06:11
조회 46 |추천 0
왕가에서 벌어지는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가족간의 갈등을 다룬 궁정비극은 사극이라는 장르의 주요한 소재이다. 구체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은 달라도 어느나라든 왕조가 있었던 나라들은 왕위계승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은 있게 마련이고, 그 형제들중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가족구성원 사이에 편이 갈리게 마련이다. 비단 국가의 통치권은 아니더라도 세습과 상속할 대상이 있다면 평범한 가족 안에서도 그것을 둘러싸고 갈등은 벌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당사자들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 또는 공평하게 안배하느냐에 따라 후계질서가 평탄할 수도 있고, 폭력적일 수도 있다.

이런 왕가내부의 갈등은 그리이스의 , 독일의 와 같이 신화적인 요소가 가득찬 서사시의 형태로 전래되는 경우도 있고, 영국의 노르만 왕가의 헨리 2세와 그의 아들들인 리차드와 존을 다룬 영화 나 튜더왕가의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관계를 다룬 영화 , 그리고 역시 튜더왕가의 여왕 엘리자베스를 다룬 영화 , 기독교의 신구교도의 갈등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발로아 왕가 내의 형제간의 권력투쟁을 다룬 프랑스 영화 같은 작품들이 가족간의 갈등을 멜로드라마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서양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사극에서도 이방원이 왕자의 난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이야기나,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폐위하는 얘기들이 궁정사극의 단골 소재이다.

어느나라든 귀족사회와 왕가는 평범한 이들보다 부유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상을 보여주었고 또 그런 생활을 했던 이들을 그리는 작품이라 궁정사극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장대한 모습을 선보이게 마련이다. 장이모의 도 이런 궁정사극의 한 예일 뿐이다.

장이모가 지금까지 선보인 영화들을 곰곰히 살펴보면 그가 현대중국사회를 잘 그리지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들중에서 가장 현대에 가까운 영화들은 와 정도이고 나머지 , , 를 보면 전근대사회의 고루한 인습에 신음하면서도 그것을 견뎌내는 중국인민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그리고 있다. 대체로 그의 영화들은 현대중국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중국공산당이 집권하기 이전의 중국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현대를 그리는 작품인 도 도시의 문제보다는 향촌사회의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장이모는 을 계기로 과 에서 계속 홍콩의 무협영화의 관습을 곁들여서 중국의 과거사를 이야기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역사극과 무협환타지가 뒤섞인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때 이 두 장르와 장이모 특유의 색채감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걸작이 되기도 하고 과유불급의 우를 범한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는 과 을 집대성하려한다. 황실내의 권력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 진시황의 천하통일과 대비되는 세계를 그린다. 이 검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무협의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 황제의 도가 같음을 설파한다면 는 천하를 평정하는 황제의 도가 어떻게 훼절되고 그것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가를 다룬다. 이는 과 가 그리는 정권과 시대의 성격의 차이이기도 한데, 진의 천하통일이란 결국 분열된 중국을 통일하는 이야기이고 의 후당정권은 당왕조가 몰락한 다음에 다섯개 왕조가 교체되는 권력찬탈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속의 황제(저우룬파)도 결국 후량왕조의 공주(공리)와 결혼한 후에 권력을 찬탈하여 황위에 오른 인물이지 않은가.

이런 두 작품의 차이는 황실의 색채에서도 차이가 난다. 에서 진왕 정이 머무는 궁궐은 규모는 크지만 회색과 검은색이 주조를 이루어 비교적 차분하고 진중하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이는 진나라가 상대적으로 문화적으로 다른 6국에 비해 후진적이었고 남성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아울러 중국이 통일되기 이전의 건설기임을 보여준다. 한편, 는 붉은 색과 황금색이 주조를 이루는데 황금색은 황제의 색깔로 간주되었고 붉은 색은 장이모의 영화에서 주로 욕망이나 질투심같은 인간의 성격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다. 즉,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후에 권력이 화려함을 좇게 되고 그것은 그 화려함을 둘러싼 인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한편, 은 만당기의 비적과 토벌대의 암투를 비극적 로맨스로 다루는데, 여기서 장이모는 컴퓨터그래픽을 남용하고 결말을 모호하게 처리하여 영화가 용두사미가 되버리는데 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결말을 보여준다. 황실내의 권력암투라는 주제의 무거움 자체로도 영화가 버거울텐데 그것에 불필요하고 불완전한 컴퓨터그래픽을 첨가하여 영화를 버려놓는다. 특히 영화의 클라미맥스에서 보여주는 황궁 전투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의 차원에서는 불충분했고, 그 전투장면 자체는 굳이 그렇게까지 크게 할애할 정도로 비중이 큰 것은 아니었다. 즉, 붎필요한 장면을 어설픈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서 버려버린 경우이다.

그나마 이런 무절제한 남용과 용두사미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황후역을 맡은 여배우 공리이다. 위의 어설픈 컴퓨터그래픽보다 그녀의 배신감에 떠는 분노에 가득찬 이글거리는 눈빛이 훨씬 더 기억에 남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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