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스포츠센터 겸, 학예회 공연장인 청소년 수련관에 들렀다가
유치원에서 학예회하러 온 꼬마들과 마주쳤다.
(아가들의 피부상태로 보아, 그들, 아직 별로 걱정이 없어보였다.)
언제부터 생긴 전통인지는 몰라도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짝을 지어 손을 잡고, 그렇게 나란히 줄서서 행진하는 그들을.
아가들의 피부를 쓸어 훔치고 싶은 생각에 잠겨
그곳을 황급히 떠나려던 찰나,
훈남의 징조가 보이는 작은 남아 한 명이
코를 훌쩍이며, 짝꿍에게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 여긴, 내 축구장이야 ! 저번에 형아들이랑 여기서 축구했어.
그곳은 그냥 동네스포츠센터의 일층 로비였을 뿐이었는데.
그 '훈남의 징조'가 언제 인수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찌나 웃기던지 푸하하 웃어버렸다. 물론,
그 찰나에도 나는 '쪽' 팔릴 것을 생각하여 핸드폰을 급 꺼내들고 전화하는 척을 하며 웃었다.
-여긴, 내 축구장이야.-
손을 꽉 부여 잡힌 여아의 표정은 무덤덤해보였다.
2002년 경에 태어났음이 분명한 그녀는 벌써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그런 것임을. 아니,
인간이란 그런 것임을.
인간이란,
제 멋에 산다하는 인간들조차도 아니, 그들이 오히려 더욱 심하게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우쭐대고 싶어하고, 그 우쭐댐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 뻥조차 마다하지 않는, 온 동네 사람들이 드나드는 동네스포츠센터를 '나의 축구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임을.
2002년 경에 태어난 '훈남의 징조'뿐만이 아니란 1962년 경에 태어난 어느 잘난 영화감독 또한, '쿨'한 척 할 뿐 마찬가지라는 것을. 럭셔리한 잡지에 '행복해지고 싶으면 타인의 재능에 무관심하라' 라고 글을 쓰면서 사실은 그런 글을 씀으로써 타인의 재능에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시샘을 하고 괴로워하고 자책 하고 자괴감을 느끼고 어느날은 갑자기 죽어버리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고 주변의 위로를 하찮게 여기고, 반대로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는 외롭다고 발광을 하는 자기자신을 위로한다는 것을.
그러니까 인간은 누구나 다 그런 것임을.
결국은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죽어간다는 것을.
- 여긴, 내 축구장이야
이 한마디를 듣고 그녀는 깨달았던걸까?
난 스물다섯을 먹어서야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