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2일자 신문 1면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이 "한미FTA가 부동산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며 발표한 결과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이다.
부동산 투기와 수도권-지방 불균형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문제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까스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마당에 한미 FTA를 하면 무력화된다니. 만약 한겨레 보도를 본 독자나, 인터넷에 유포된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이라면 이와 같이 적지 않은 혼란에 휩싸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범국본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국내 부동산 정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독소조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한 범국본 등의 주장을 한겨레 보도내용을 인용해 전달하고, 이에 대한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의 설명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토지수용 때 한국은 현금 대신 채권으로도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미국은 현금보상만 인정하고 있어 채권보상만 하면 미국 투자자들에게 제소 대상이 된다.
토지 등을 수용할 때 완전히 실현가능하고 자유롭게 양도가 가능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협정만의 유일한 조항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체결한 모든 FTA와 투자보장협정에 포함돼 있는 조항으로, 국제 표준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법령에서 현금으로 보상된 자금이 부동산투기에 쓰이는 부작용 등을 막고자 채권 보상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원칙적으로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일부 세제 혜택을 조건으로 채권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지 현금 지급을 강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협정상 ‘완전히 실현가능하고 자유로이 양도 가능한 보상’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만 부재지주의 토지에 한해 일정 금액 이상을 채권보상토록 의무화한 규정이 있으나, 법인은 부재지주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동 조항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
토지수용의 보상액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이 다른 것도 큰 문제다. 우리는 ‘개발계획 발표 전’이 기준인데, 미국은 ‘토지 수용일 직전’을 기준으로 삼는다. 두 시점 사이에는 대략 6개월~3년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그 사이에 땅값이 몇 배 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FTA상 토지수용에 대한 보상은 ‘수용이 일어나기 직전의 가치’를 보상하나, ‘그러한 의도된 수용이 사전에 알려짐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치의 변동을 반영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어 범국민운동본부의 발표와는 달리 토지 수용 발표 계획 후의 가격 상승을 보상하지 않는 것은 협정상 위반이 되지 않는다. 현재 한미 FTA 협정문도 이와 동일이다.
따라서 보상액 산정 기준을 ‘토지 수용일 직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이 오른 땅값을 보상하기 위해 국가 재정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법적 개념인 ‘간접수용’이 채택될 경우, 투기과열지구의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개발이익에 대한 공적 환수정책들이 간접수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현재 한미 간에는 정당한 복지목적을 위한 비차별적인 규제정책은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간접수용 부속서를 채택하는 것에 합의했다. 따라서 안정적인 가격으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목적의 (외국인)비차별적인 부동산 정책은 이에 해당해 간접수용으로 간주되지 않게 된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이 정당한 복지목적을 위한 비차별적인 규제정책이라는 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협정문에 명시하는 것을 미측과 협의 중이다.
정부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을 간접수용 구성요소에서 제외시켜, 제소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가격안정 이외에 나머지 부동산 관련 정책은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투자협정의 부속서에 부동산가격 안정화정책을 명기한다고 해서 이것만 간접수용 구성요소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미 양측이 ‘정당한 복지목적을 위한 비차별적인 규제정책’은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이의 예시로서 현재 미측이 제시하고 있는 보건, 환경, 안전 등 이외에 우리측이 제시한 부동산가격 안정화정책을 명기한다는 것이다. 부속서에 명기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정책들은 모두 간접수용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즉 범국본의 주장과 달리 ‘용도 제한이나 지구 지정’ 등은 환경이나 보건정책과 무관해 제소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복지목적을 위한 비차별적 규제정책으로서 간접수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참고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취하고 있는 용도 제한이나 지구 지정 정책은 원천적으로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와의 FTA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측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