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이해준
류덕환, 백윤식, 문세윤, 이상아, 김윤석, 김용훈, 이언
지난 초가을 어느 일요일, 새벽 첫차를 타고 인천에 갔다온 후 아슬아슬하게 조조로 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여인 중 마침 시간이 맞았던 영화가 '천하장사 마돈나' 였다. 배경이 인천이라던가,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라던가, 누가 나온다던가 하는 정보가 거의 없이 보게 된것.
그래서인지 반가운 배우들이 많이 보였다. '장진'사단의 거의 막내이지 싶은 류덕환. 동막골에서의 순수한 북한군인역할보다 앞서 단편영화에서 나이키가 좋아 신발에 나이키를 그리고 다니던 사춘기 소년역할이 기억에 남았던 배우. 이렇게 살이 쪘나 싶었는데, 영화를 위해 찌운거란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다시 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염은 왠지 안어울렸는데) 이제는 코메디 배우가 너무 잘어울리는 백윤식씨. 시종 변비때문에 화장실장면이 많았다. 하하. 푸근한 푸우를 닮은 생각보다 아주 어린 개그맨 문세윤. 류덕환과 춤추는 모습이 생각난다. 소시적 하이틴 스타 이상아도 어머니역할로 컴백하고. 타짜의 아귀 김윤석씨도 아들과의 갈등을 잘 보여줬다. 랩하는 것보단 길에서 인터뷰 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봤던 수퍼사이즈 김용훈. 까지도 반가웠다. 또, 일본어 선생으로 나오는 SMAP의 쿠사나기 츠요시. 정말 놀라버린 출연이었다.
아마도 새벽에 인천앞바다를 보고 오는 길인데 영화의 배경이 인천이고 방금 내가 지났던 길이 나오고 가끔씩 머리를 식히러 가는 곳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오돈그, 므서은 끄믈 끄어끄나~
"
남자의 몸으로 사는 여자 오동구(류덕환)는 성전환 수술을 하기 위해 씨름부에 든다. 상금이 마침 수술비랑 딱 맞는다. 수술 후에 일어선생님에게 고백을 하려는 계획이다. 속은 여자인 소년의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었다. 선생님의 말한마디에 두근두근 한다던지, 여자옷을 입고 "나 장만옥 같아."라고 한다던지, 샅바를 잘못 빨아서 보라색 샅바가 나왔을 때는 신선한 기운마저 들었다. 보라색은 왠지 분홍보다 더욱 여자와 어울리는 색깔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오동구와 같은 사람은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들도 사람이기에 떳떳히 살아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곳이 또한 사람이 사는 사회이다. 보편적이지 않으면 꺼리고 멀리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지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일반이 아닌 이반, 바이, 동성 혹은 양성의 사람들. 풀 수 없는 문제려나.
마돈나의 'Like a VIRGIN'은 오동구의 마음을 어느 노래보다 잘 표현해주는 곡이다. 그래서 슬프게 들리기조차 한다. 한 영화 시상식때 엄정화의 키에 맞춰 애절하게 불렀던 류덕환의 모습도 슬펐다.
인천... 내게 있어선 제2의 고향과도 같은 느낌이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다니던 의정부에서 인천까지의 긴 전철여행. 5년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그곳에 가면 마음이 안정된다. 그곳에 외할머니를 보내드리고 왔기 때문일까. 또, 갓 스무살이 되었을때 만난 애인과 갔던 자유공원도 풋풋하게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다.
지난 12월, 다시 인천을 찾았다. 점점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의 고향이었다. 문득 인천을 배경으로 했던 군대에서 휴가나와서 본 영화가 생각난다. '파이란(Failan : 白蘭) - 2001'과 '고양이를 부탁해(Take care of my cat) - 2001' 두 작품 모두 괜찮았다. 인천이라는 점이 분명 괜찮음에 힘을 더해 주었다. 적어도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