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앙과 신화를 통해 미화되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태몽 풀이를 통해 잉태 여부, 태아의 성별, 장래의 운명 등을 점쳐왔다. 이런 태몽의 풍속은 주로 민간신앙으로 전해지는 치성(신이나 부처에게 정성을 들임)이나 굿 따위의 무속적인 것, 주술적인 것 또는 점 등의 형태로 계승되었다. 의 가락국기, 죽지랑, 원효불기, 의 김유신조, 의 정몽주, 이이, 서경덕 편 등을 보면 역사 속 영웅들이 한결같이 범상치 않은 태몽을 통해 그 탄생이 예견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에는 인조와 숙종을 비롯한 왕 7명의 태몽이 하나의 관례처럼 실려 있다.
사실 태몽에 대한 믿음은 서방세계라고 해서 다르진 않다. 대표적인 예가 석가모니와 예수의 태몽이다. 불경에 따르면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 부인은 흰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는 태몽을 꾸고 석가모니를 잉태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성경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후에 그녀의 남편이 될 요셉의 꿈을 꾸었는데,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예수의 잉태를 알려주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태몽은 이런 역사적인 기록들에도 불구하고 미신적인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태몽은 단지 '예기불안' 등 임신에 따른 엄마와 가족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문화권 내에서는 샤머니즘적 신앙과 결탁되면서 미화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옛 기록들 역시 영웅을 미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연 인간의 '꿈'에는 예지력이 있을까?
꿈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부정하는 것은 꿈의 '예지적 기능'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꿈의 내용은 개인이 끊임없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대상이나 아직 충족되지 않은 강한 욕구, 불안 등의 심리 상태, 신체적인 건강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잠자는 동안 잠자리에서 오는 물리적인 외부 자극들도 부수적으로 꿈의 생성에 참가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낮잠 자는 동안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천둥소리는 꿈속에서 전쟁의 한복판으로 인도하고, 가족들의 출입으로 인해 생긴 문소리는 강도가 침입하는 꿈을 꾸게 될 수 있다. 또한 몸이 아프면 학대받거나 몸에 상처를 입는 꿈을 꾸기도 하고, 비스듬히 자다가 발이 침대 밖으로 나가면 무서운 절벽 끝에 선 꿈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꿈을 해석할 때에는 자신이 처한 외부적 환경과 성장 배경, 심리 상태, 갈등 요소 등 다면적 요소들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태몽에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다. 동서심리상담연구소 백현정 태교상담실장은 "잠자는 동안 모든 사람은 꿈을 꾸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기억합니다. 특히 사람들은 강렬하고 생생한 꿈을 좀더 특별하게 기억하는데, 이러한 꿈을 임신 전이나 임신 중의 기간과 맞물려 꾸었을 경우 그것을 태몽으로 간주하게 되지요. 결국 태몽은 많은 꿈 중에서 임신부에 의해 선택적으로 지각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임신 중에는 엄마 아빠를 비롯한 가족들의 모든 관심이 태아에게 집중돼 있고, 또한 아기의 외모, 건강, 미래 등에 대한 어떤 소망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이것이 특별히 태몽으로 인식되어 나타나기 쉽다. 가령 색이 아주 곱고 잘 익은 큰 복숭아를 손에 들고 있는 꿈을 꿨다면 이는 건강하고 소망스런 태아를 갖고자 하는 소망의 상징이고, 인기 연예인이 등장했다면 연예인처럼 인기나 영향력을 가지게 될 아기가 태어났으면 하는 강렬한 소망이 구현된 것이다.
태몽의 진정한 예지력은 '태교'에 있다
그렇다면 태몽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태몽의 예지력이 근거가 없다거나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사실 태몽이 비과학적이라고 단언해도 오랫동안 하나의 '문화'로 전승되어 온 믿음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도 없다. 다만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가급적 좋은 의미를 부여했던 그간의 풍습에 비춰볼 때, 태몽은 태교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실 우리의 조상들조차 태몽을 무조건 신봉했던 것은 아니다. 불길한 태몽을 꾸면 아이를 더욱 정성스럽게 키우고, 길한 태몽을 꾸면 아이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살려주려고 노력했다. 다소 미신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해도 대개는 일상생활에서 삼가고 준비하는 의례로 삼아 지혜롭게 처신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태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비하게 해주는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태몽은 엄마와 태아의 건강과 심리 상태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에 대한 자신의 소망과 욕구를 잘 드러내주는 지표로 받아들일 때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떤 꿈을 꾸었든 태몽을 통해 엄마와 태아 그리고 주변 환경을 돌아봄으로써 보다 좋은 내용의 태교와 양육을 할 수 있다면 태몽은 그야말로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예지자'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I.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