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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들

박상범 |2007.02.12 20:45
조회 52 |추천 0

                                    Jessica et Fred

 

 

발렌타인데이가 있는 2월이라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두 편이 동시에 상영 중이다.

'사랑해, 파리', '파리의 연인들'.


일단 발렌타인데이 특수를 겨냥한 영화 배급사의 전략적 수입상영이라는 혐의가 씌워질만 하다.


'사랑해, 파리(Je t'aime, Paris)'는 파리 시(市)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영화이고 '파리의 연인들'은 원제부터 발렌타인데이 선물포장지 냄새가 난다. 이 영화의 원제는 'Fauteuils d'orchestre'. 오케스트라 좌석으로 또 다른 제목은 '몽테뉴 가(街)'다.


하지만 실제 파리가 어떻든 'Paris' 하면 으레 자동반사적으로 연상되는 시각 이미지-에펠탑, 샹젤리제, 일루미나레-에 설레는 동경심은 어쩔 수 없다.


주말 데이트를 앞둔 연인들의 클리쉐한 선택이었을까?

일요일 아침 조조로 '파리의 연인들'을 봤다.


 

영화 '파리의 연인들'은 프렌치 시트콤 코미디다. 하지만 아무리 코미디라고 해도 프랑스식 유머가 이국의 관객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마치 감독이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를 의도하기라도 한듯 관객의 웃음은 그들의 입가로 부터 소격된다.

 

영화는 파리의 연인이 부르는 연가(戀歌)도 찬가(讚歌)도 아니다. 오히려 제목과는 달리, 파리의 낭만적인 연인 보단 광채를 잃고 스러져 가는 인생의 퇴로에 직면한 인물들을 전면부에 배치하고 있다.

 

주인공인 제시카(세실 드 프랑스)와 대학 교수 프레드(크리스토퍼 톰슨)는 파리의 명품거리인 몽테뉴 가를 배경으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멋진 연인이지만, 영화는 이들보단 오히려 주변의 조연들-사실 이 영화의 등장인물 모두가 조연이지만-프레드의 아버지인 예술품 수집상 자크, 드라마에서는 명성을 떨쳤지만 정작 본인은 '노 개런티'라도 영화에 캐스팅되고 싶어 안절부절하는 카트린느, 6개월간의 스케줄이 이미 빡빡이 채워진 피아니스트 장 프랑소와, 그리고 제시카의 할머니에 더 많은 러닝타임을 할애한다.


제시카 프레드 연인을 제외하곤 이들 모두 인생의 퇴로에 섰거나, 살아온 인생을 상념에 젖어 회고하거나, 또는 현재까지의 삶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외치며 또 다른 삶의 분수령을 맞이하는 이들이다.


영화는 파리의 화려한 이미지가 아닌 조연들을 위한 몹시도 사려깊은 각본과 동정(compassion)을 유발하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빛난다.


파리를 떠올릴 때 부지불식간에 뇌간을 압도하는 에펠탑이나 샹젤리제 같은 스테레오타입에 말려드는 실수를 영화는 범하지 않는다.


영화의 중반 이후, 최초의 혐의와 '낚임'에 대한 불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종반으로 흐를 수록 '휴머니티 향연'과 '삶의 긍정'을 연주하는 영화의 매력에 이끌렸다.


(제목에서 만큼은)초콜릿 향기 풀풀나는 이 영화, 베어 물고 나니 씁씁한 맛도 느껴지고, 정말 진부한 표현으로 '달콤쌉싸름한 초콜릿'같은 영화다.


p.s. 프레드役의 크리스토퍼 톰슨은 각본에 참여했고 감독 다니엘 톰슨과는 부자지간이다. 영화에서 프레드는 아버지의 젊은 연인과 시계열 상의 삼각관계다. 실제 체험일까? 그렇다면 영화에서 그려진 데로 그들은 정말 훌륭한 화해를 한 모양이다. 그리고 같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참 멋진 '승화'가 아닐 수 없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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