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유명 사립학교 중 하나인 델리 초등학교 3학년 교실. 교사가 12단을 외워보라고 하자, 학생들이 큰소리로 말한다. “twelve ones are twelve(12×1=12), twelve twos are twenty-four(12×2=24).” 아만 버마 등 3학년 학생 3명이 앞에 나왔다. 이들은 14단과 15단을 술술 외웠다. “fifteen nines are one hundred thirty-five(15×9=135), fifteen tens are one hundred fifty(15×10=150).” 이 학교 쇼바 바네르지 교장은 “3학년은 대체로 12~15단까지 외우지만 그 이상은 학생들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인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곱셈 19단은 없다. 교과서엔 우리처럼 구구단까지 나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최소한 12단에서부터 19단까지 외운다. 학교에 따라 구구단 이상을 가르치기도 하나, 학교에서 안 가르칠 땐 부모가 집에서 외우도록 시킨다. 인도에서 19단 외우기는 가정학습의 주 메뉴인 것이다. 델리 시내의 한 서점에 가봤다. 한쪽에는 ‘Table Book’이라고 쓰인 책자들이 놓여 있다. 주로 곱셈 등 수(number)와 관련한 책자들이다. 2단에서부터 20단(20×20=400)까지의 곱셈 내용이 적혀 있다. 24단까지(24×20=480) 나와 있는 책자도 있었다. 서점 주인 샤일렌드라 쿠마르씨는 “주로 초등학교 1, 2, 3학년 학부모들이 사러 온다”고 했다. 교육열이 한국 못지않은 인도 학부모들이 외우도록 시키는 것이다. 공립 초등학교 3학년 수티(8)는 “엄마가 책자를 사 와 7살 때부터 외우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15단까지 외울 수 있지만 5학년 때까지는 20단까지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19단은 초등학생들만 외우는 것이 아니다. 중·고교생은 물론 대학생, 40대, 50대 등 기성세대도 외우고 있었다. 델리 남쪽의 켄드리야 공립초등학교 V 세티 교장은 “학교 다닐 때는 23단까지도 외웠다”며 힌두어로 리듬에 따라 외워 보였다. 공대 출신의 프라딥 수브라마니암(35·LG전자 인도법인 연구개발 매니저)씨는 “초등학교 다닐 때 19단까지 외웠다”고 했다. 인도 전역의 시험을 관장하는 CBSE 아쇼크 강굴리 의장에게 “왜 초등학생들이 12~19단을 외우는가” 하고 물었다. CBSE (Central Board of Secondary Education)는 수능시험과 모의고사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를 합쳐 놓은 기관이다. 그는 “기계적 암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암기는 필요하고 특히 두 자릿수 곱셈을 외워두면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논리(mental logic)가 좋아진다”고 했다. 그러더니 빠른 속도로 16단을 외워 보였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그는 19단의 19×16을 예로 들며, “19×10을 하고 19×6을 해서 더하면 되는 식으로 두 자릿수 곱셈을 알면 20단 이상의 계산도 빠르게 할 수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