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에게 순결을 바친 여자는 그 남자에게 매우 집착하기
시작한다. 평소에 늘 꿈꾸어 오던 사랑의 대상이 육체관계 이후
오직 그 남자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여자는 남자와 관계를 가진 후에는 그토록 금기시하고 부끄러워
하던 평소의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게 뭐가 어때서?' 하고
수치심을 정당화하게 될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그와 가졌던
감미로웠던 행위에 대한 세밀한 상황을 떠올리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이런 현상이 없다.
그리고 여자는 이제 애인이 자신에게 애걸하고 도전해 올 목표가
없어졌으며, 자기 또한 그 남자에게 뻗뻗이 굴거나 ㄱ절할 일이
없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혹시 애인의 정복자
리스트에 다른 여자의 으름이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한다.
바로 이떄 여자의 두 번째 결정작용이 일어난다.
이 결정작용은 의혹을 동반하고 오기 때문에 몹시 격렬하다. 이때
여자의 심리 상태는 마치 여왕에서 시녀로 퇴락한 느낌이다. 그런
느낌은 육체적 쾌락이 주는 만족감에 의해 다소 상쇄될수 있지만,
초기에는 남자와의 성관계에서 큰 육체적 쾌락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반대급부로 신경 작용은 더욱 치열한 편이다.
그때 여자는 간단히 손만 놀리면 되는 자수 따위의 무미건조한
일에 빠진 채 애인을 상상하지만 남자들은 기병대를 거느리고 평원
을 달리면서 서투른 상상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두 번째 결정
작용은 여자 쪽이 훨씬 빠르고 강하다.
여자는 연애를 할 때 자신의 자존심이나 명예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훨씬 심하지만, 남자는 최소한 일에 몰두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여자는 이성적이기보다 훨씬 감성적이다. 여자는 그다지 이성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에서 주로 생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자는 본능적으로 늘 감동을 원하고 있다.
- from 스탕달 연애론 에세이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