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제까지 mp3논란에 대해서
길게 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까지 수많은 분들이 수많은 시간
충분히 논의해온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앨범을 내고 이제는 지금의 상황과 나 사이에
적나라한 연관이 생기니
한 번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D를 구매하지 않고
불법 mp3다운을 옹호하는 분들의 입장을 표명한 글에서
자주 발견되는 문장은 이것입니다.
‘돈 주고 살만한 음악이 아니다.
음악의 수준이 낮으므로 mp3를 다운받아서 듣는다’
저도 이제까지 그 분들은 그렇게 느끼기에
그리 행동하시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에게 연락이 왔는데
제 앨범이 공유사이트에 올라왔다는 얘기였습니다.
검색해보니 이미 제 앨범은 mp3로 인코딩 되어
여러 곳에 업로드 되어 있고
mp3 공유카페에서는
[지은의 어떤어떤 노래를 올려주세요],
혹은 [지은 1집을 올려주세요]
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그런데….
‘지은의 어떤 노래 참 좋더라구요. 올려주세요’
는 좀 이상하지 않은지.
참 좋다고 생각했다면 왜 구입하지 않고
불법으로 다운받으려 하는지.
그럼 저들이 이제까지 펼쳐 온 논리와 맞지 않는데 이상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낸 저의 1집은
제가 2년간 정성스럽게 만든 노래들을
정성스럽게 편곡하고, 또 긴 시간 동안 녹음하고
녹음비가 없어서,
평소에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던 분들에게 모금을 받아서
더 나은 사운드를 내려고 미국측 스튜디오와 수십번 메일을 주고 받고
정확하게 184일 동안을 그 앨범 하나에만 매달려서 낸
시간과 돈과 모든 것을 투자 한 저의 자랑스러운 앨범입니다.
(어느 가수가 안 그러겠습니까만은,)
마치 당신이 열심히 6개월 일했는데
회사가 월급을 안 준다면, 이상하지 않은가요?
음악도 직업입니다. 노래방에서 스트레스 풀려고 노래 부르는 것과
제가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전혀 별도의 행위입니다.
당신이 직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같은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어떤 분들은 예술가들은 돈에 초연해야 한다라는 논리를 펼치시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돈만을 벌자고 어떤 작품을 만든다면 물론 안 될 일이지만
(사실 그러면 티가 확 납니다. 비전문가들이 더 잘 알아채지요.
한국 가요가 외면 받게 된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정성껏 만들어서
그게 운이 좋게도 주위의 호응까지 따라준다면
돈이 따라와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이 아닐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등가교환은 ‘돈’으로 이루어집니다.
누군가가 나의 음악을 좋다고 느껴서 소유하기로 하였다면
그 형태가 CD이든 mp3이든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과 노력과 사비를 털어서 앨범을 만든
저에게 그 대가가 돌아와야 하지요.
나는 당신에게 ‘들어서 좋은’ 쾌락을 선사 했는데
왜 당신은 나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나요?
1집을 낸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저는 2집을 어떻게 만들까 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잠이 오지 않습니다.
세상에 무료 스튜디오, 무료 악기, 무료 세션이 있어서
앨범을 공짜로 만들 수 있다면 제 고민도 사라지겠지만
1집보다 훨씬 발전 한 2집을 만들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가 갖춰야 할 악기를 생각해보니
대략 350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왔습니다.
(녹음비를 생각하면 몇천만원의 견적이 나오죠. 하하)
그리고 제 결론은 이상하게도 ‘번역을 더 열심히 하자’였습니다
(저는 생계를 위해 번역을 합니다)
제 앨범 수록곡 중 하나는 오늘 싸이월드 가요 차트에서 38위에 올랐습니다.
그럼 저는 아마도 ‘프로’겠네요.
그런데 프로인 제가
다음 앨범을 위해 악기를 구입하려면
그 수단으로 번역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싸이월드에서 음원은 곡 당 도토리 5개에 판매되지요.
500원입니다. 저한테는 30%가 와요. 150원.
그것도 제 경우에는 제가 전부 기획, 제작하고
전부 곡을 썼기 때문에 150원이 전부 오는 것이지
만약 다른 어떤 회사와 계약한 경우라면
저한테 오는 돈은 훨씬 아주 훨씬 더 적을꺼예요.
그런데 곡이 엄청나게 팔려서 1000분이 제 곡을 한번씩 사셨다고 해도
15만원입니다.
저는 소속 회사가 없어요. 소시민이라 큰 자본도 없고요.
고로 홍보는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티비 라디오 포탈사이트 어디에도 제 음악은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공유사이트에서 제 mp3를 다운 받는 분들이 원망스럽네요.
혹시나 CD는 불편해서 전혀 이용하지 않는 분들이라
편리한 mp3를 찾으시는 걸까? 하는 생각에
제가 직접 mp3를 추출해서
사운드니에바(제가 만든 레이블입니다. www.soundnieva.com)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아이팟으로 음악 많이 듣는걸요. Mp3의 편리성에는 적극 공감합니다.
그런데 단 한 분만 구입하셨어요. (게다가 그 분은 이미 CD를 가지고 계신 분)
공유프로그램에 제 앨범 수는 더 늘어났고요.
Mp3가 그 어떤 제재 없이 세상에 퍼질 때
사람들은 희귀한 음악을 구할 수 있다는 점과 또 그 간편함에
Mp3사용에 빠른 속도로 적응 해 갔습니다.
그래서 ‘CD는 이제 한 물 간 미디어,
아직도 씨디 사라고 하는 음악인들은 시대에 덜 떨어진 사람들’로
취급 받는 세상입니다만
CD라는 수익 창출모델이 사라지고, 그걸 대신하는 수익 모델이 없는데
그럼 음악인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나요.
위에 말씀 드렸듯이, 한 곡 150원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mp3다운의 경우 음악인이 가져가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그 가격이 높게 책정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통사측이 가져가는 건 350원인데,
Mp3의 가격이 처음부터 천원이라면 350원을 빼고도 650원이 남잖아요.
그런데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널린 한국에서
사람들이 천원을 낼리게 없기에, 저렇게 가격을 책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몰이 창법과 아이돌이 이렇게 가요계를 점령하게 된 이유는
현재 가요계의 돈을 쫒는 습성이 극한에 달해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풍요로우면 대형 마트나 구멍가게나 다 그럭저럭 헤쳐나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시장이 풍요롭지 못하면 구멍가게는 망하거든요.
가요계에 여유가 있으면 약간 실험적 음악이라던가,
대박은 못 치겠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이라던가
그런 음악에 투자할 여유가 생기는데
지금 가요계는 한 치의 여유도 없으니까, 그럴 수가 없어요.
예전에는 조금 좋다 싶으면 앨범을 사서 소중하게 들어주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분들이 전부 어디 가셨는지 정말 좋은 음악이 한국에 없어서인지
음반 판매고는 바닥을 기는데,
정말 좋은 음악이 한국에 없어서라면
‘이 노래 참 좋아요. Mp3 업로드 해주세요’ 라는 말이 없어야 하지 않나요.
저는 그런 분들께
‘제 음악을 좋다고 느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야 하나요.
물론 영화를 7천원에 보는 것은 괜찮은데
씨디를 만원에 사는 건 어딘가 아깝게 느끼게 만든
음악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현재의 가요계에
큰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로 가다가는 여러분은 팝만 들어야 할지도 몰라요.
음악 듣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전국민이 취미란에 음악감상이라고 적는 나라잖아요.
진심을 담아서 정성스럽게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원하신다면
그 음악인에게 대가를 지불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음악을 구매해주신 모든 분들께는
다시 한 번 큰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ps. 흠....광고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제가 제 얘기를 쓴 이유는
'체험담'이 가장 설득력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에
제가 이렇게 해봤더니 저렇더라. 라고 쓴거예요.
그냥 보통 입장에서 mp3얘기는 차고 넘치 잖아요.
또 사실 이 글을 읽고 와 얘 노래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는 힘들잖아요 하하하..
(곡 스타일에 대해 설명을 한 것도 아니고...-안 그래도 일부러 그런 얘기는 뺐어요)
그냥 한 번쯤 '아 얘네 입장은 이렇구나.'하고 생각해주시길 바란거지
이런 그다지 뽀대나지(?) 않는 방법으로 광고라 -_-; 글쎄요;
여튼 모든 분들 긴 시간 내서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공감해주신 분들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