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잔인한 걸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러한 나에 대한 우스운 착각을 깨면서 아멜리 노통의 섬뜩함이 좋아졌다.
스티븐 킹에 따르면 호러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러하다.
이 사회에는 금기가 너무 많다. 살인하지 말라, 강간하지 말라 등등 그만큼 하고 싶으니까 막는 건데 이러한 욕구는 표출되지 못하고 이성의 검열을 거쳐 무의식에 잠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꿈이나 slip of tongue으로 변형되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킹은 이러한 무의식 속의 날뛰는 욕구를 배고픈 악어(hungry alligators)라 칭하는데, 호러라는 날고기를 던져줌으로써 이들은 잠잠해진다. 존 레논과 폴 맥카트니가 all you need is love라고 외칠 수 있는 것도 by keeping them fed 라고 비꼰 부분에서 잠깐 피식..ㅋㅋ
여튼 나의 뇌에도 날뛰는 배고픈 악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잔인함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동시에 난 이렇지는 않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도 얻게 되는 것 같다.
노통의 책을 읽고 난 반응은 뜨겁거나 혹은 차갑다는데 나는 적의 화장법을 계기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집요하고 충격적이고 역겨운 만큼, 앞서 서술한 이유에서 정화되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적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 디아더스(식스센스와 비교하는 人이 많은데 난 못 봤으므로)를 봤을 때의 멍한 충격을 느꼈고 오소소 돋는 소름과 함께, 나도 모르게 쌓고 있던 사고의 틀이 무자비하게 깨져버린데서 오는 통쾌함도 있다. 반전이 포인트이니만큼 알고 보면 재미 없으므로 여기까지 하겠다.
그러고보니 모든 사람들은 내부의 적을 숨기려고 몇센치 화장을 하고 다니며 애써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가까운 사람에게서 적의 모습을 본 목격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비판하거나 색안경 끼고 바라보지는 않는다. 사람은 다 똑같다. n'est-ce p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