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감동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같은 형식의 소설을 이번은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썼다는 데에 또다른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뭔가 제목부터 의미심장한게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사랑 후에 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름대로의 경험을 통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나이 어느덧 스물넷. 아직 부족하겠지만 다양한 사랑을 해봤다. 애틋한 첫사랑을 짝사랑으로 맞이하고 원치 않게도 삼각관계에 엮여 당시 좋아하던 사람과 사귈 수 없던 경험도, 사랑을 모르고 했던 사랑도, 사랑에 상처 받아보기도, 그래서 연인이 되기를 꺼려했던 시간도, 친구에서 연인 관계로 키워나가보고 싶었던 사랑도... 그러면서 생각해본 사랑 후에 오는 것은 후회로 되풀이되는 시간이 아닐까하며 이 소설의 결말로 나름대로 비극을 생각해 보았다.
소설은 여주인공 최홍이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빠져버렸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공지영이, 그리고 이유없이 사랑에 상처받은 준고가 최홍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츠지 히토나리가 전하고 있다. 첫사랑에 빠진 최홍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준고는 각자 나름대로 방식의 사랑을 시작한다. 처음은 한없이 로맨틱하고 정열적이었으며 방해받을 것이 없을 것만 같은 사랑이었으나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었기에 점점 균열이 보이고 극기야 최홍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7년 동안이나 헤어져 있다가 통역과 작가로 우연히 만나면서 잊을 수 없었던 지난날의 사랑의 감정이 다시 떠오르면서 전개된다.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최홍은 처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법한 영원한 사랑과 두 사람만 있으면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지만, 준고는 현실적으로 얽매여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사랑에의 타협을 통해 사랑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준고는 현실적 이유로, 그리고 그의 성격으로 인해 여자의 깊은 아픔, 즉 달려야만 했던 이유를 알지 못하고 둘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균열이 결국은 파국을 맞이하게 되고 말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결국 준고가 홍이의 아픔을 알아가면서 둘의 관계는 해피엔드로 이야기를 끝낸다.
나와 내 여자친구는 이 책을 같이 읽고 그리고 나서 우리는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어 서로의 마음을 편지로 담아보았다. 그리고 그 편지를 통해 나는 내가 하는 방식의 사랑에서 단점을 찾아냈고 그 단점이 준고와 너무 닮아있다는 데 놀랐다. 사실 나는 내가 외아들로 자라나고 과묵한 이유로 속얘기를 잘 안한다는 얘기를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다시금 그 얘기를 듣게 되면서 내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아직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 후에 오는 것은 후회라는 시간과 감정은 단지 과정이며, 이것의 결과물로 얻어지는 더 큰 사랑이 진정한 의미의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추신 > 이 책에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구문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 대목을 적는다.
-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2006.2.20 아홉, 열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