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과 보리차를 준비했습니다
아이를 깨워 못먹겠다는 아침을
딱 두 숟가락 먹이고는
고사장으로 보냈습니다
엄마보다 더 불안해하는 녀석앞에서
차마 내가 가지는 불안은 내색도 할수 없었지요
2.
12시42분....
망설이던 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시험 어떠니?? 하고 묻고 싶었으나.
너무 두려워서 차마 묻지 못하고
'민지야~ 점심 먹었니??'
이 말만 물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들리는 소리는 내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고통이었지요
아무말도 없이 그저 울기만 하는 녀석에게
'괜찮아 괜찮아..민지야..엄마는 괜찮으니..
울지말고 어서 점심먹어...괜찮아...'
이 말밖에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3.
6시 10분이 지나고
고사장을 빠져 나오는 수험생들은 너나없이
마중나온 엄마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무거운 고삼의 짐을 벗어버리는 날
우리의 이쁜 자식들은
고삼의 형벌보다 더 잔인한 세상에게 뼈져린 상처를 받았습니다
4.
흔히 말하는
불행한 83년생..열린교육 1세대가 껴안은 고통
이xx씨의 실패된 교육프로그램 피해자.
...
나름대로 뜨거운 조국애로 살았다고 자부했습니다
이땅을 멸시하며 보따리 싸서 떠난 이민자들을
나름대로 비판하면서..
그.러.나
여건이 허락된다면 이 땅을 떠나고 싶습니다
아직도 우리에겐 이 끔찍한 수능의 늪을 지나야할 아이가
둘이나 더 있으니 말입니다
5.
수능을 마친 딸아..정말 미안하구나
널 위해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엄마가 원망스러워.
얼마나 애쓰며 고생했는지..
이땅의 고삼들이 다 그랬을거야..
심지어는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변비로 시력까지 잃었던 너를 안고 울면서 응급실까지 갔었던..
그러한 생각조차 되살리기 싫은 고삼이 어제로써 끝났건만
잔인한 세상은 이렇듯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하고.
오늘 아침..
일산의 어느 고교에서는 여학생이 자살을 했다는구나..
그 부모의 안타까움이 얼마나 클까.
딸아..힘을 내라
어제 네가 치룬 수능은 네가 살아야 할 긴 인생의 끝이 아니란다
이제 시작인거야..많은 길이 있으며.
다양한 선택의 길도 네 앞에 열려있지
엄마는 네가 수능결과로 인해 나쁜 생각 하지않고..
하루밤 실컷 울다가..기운 추스려 준것에 너무 감사하단다.
이제 우는것은 엄마가 할테니..
넌 이쁜 네 나이답게 밝고 명랑하게..
정말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를 보내기를 바랄뿐이단다.
네가 지니고 있는 많은 잠재력들
이제부터 끄집어내어
그동안 학업으로 인해 하지못했던 일들
하나씩 해보길 바란단다.
엄마는 항상 네편이란걸 잊지 않았으면 해.
여전히 너는 아빠와 엄마에게 귀한 큰딸이며
동생들이 사랑하는 언니며 누나란걸..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네요..
역시 우리네 어머님의 사랑은 받아도 받아도 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