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대사직개방시대, 직업외교관이 설자리

신봉길 |2007.02.27 12:57
조회 91 |추천 0

90년대 미국에서 클린턴행정부가 출범한후 몬데일전부통령이 주일대사로 내정되었을때 일본의 언론들은 일본국민들의 자존심을 충족시켜준 인사였다고 평하면서 흥분하여 보도하였다.  미국정부가 몬데일같은 거물을 일본주재대사로 보내기로 한것은 그만큼 일본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면서 몬데일대사의 부임을 열렬히 환영하는 일본국민들의 인터뷰기사도 실었다.

 

 몬데일은 상원의원을 거쳐 카터대통령당시 부통령을 지냈으며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레이건대통령과 붙어 비록 낙선했으나 누구나 공인하는 미국의 거물원로 정치인이었다.그가 일본에서 근무한동안 어떤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는지는 모르겠다.그러나 그가 일본에 있는동안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거리였고 일본 언론으로부터 늘 스폿라이트를 받았던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몬데일부통령이외에도 상원원내총무를 지낸 마이크 맨스필드, 하원의장을 지낸 토머스폴리, 상원원내총무와 레이건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하워드 베이커등 정계의 거물출신들을 주일대사로 임명해왔다. 또 이들은 연령적으로도 모두 70대전후의 원로들이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상당수의 해외공관장들을 정치적으로 임명해온나라이다.  대사 총영사직의 거의 30% 가량을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지구상에서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할수있다. 존 F 케네디대통령의 부친 조셉케네디도 비지니스맨으로서 루즈벨트대통령에게 거액을 기부한것이 인연이되어 주영대사를 지냈었다. 소위 정치적임명케이스(political appointee)로 불리는 이들은 미국행정부가 바뀔때마다 대선에 공을 세운 인사들이나 대통령 부통령들이 챙겨주어야할 사람들로서 주로 큰 현안이 없는 서유럽과 카리브해등 지내기 좋은곳에 임명되는것이 관례였다.

 

부시대통령이 당선되었을때도 부시공화당진영에 거액 기부금을 낸 인사들이 다수 대사로 임명되었다. 이러한 인사에 대한 세간의 비판에 대해 당시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대사를 임명하고있다.각주재국들로서도 대통령과 교분이 두터운 인물이 대사로 오면 국익에 도움이 되기때문에 정치적대사직임명을 옹호하고있다`고 변호했다.

 

.미국이외의 거의 모든나라는 외교관의 최고위직인 대사나 총영사자리를 대부분 직업외교관으로 임명해왔다.근대외교의 발상지인 유럽국가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 중국도 해외공관장은 거의 예외없이 평생 외교관을 직업으로 택해온 소위 직업외교관들로 채워왔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한다.복잡다난한 세계속에서 외교관이라는 직업도 막중한 책임이 수반되는 전문직 기술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자기나라가 필요로하는 핵심정보를 수집 판단 보고하는 능력 , 주재국에서 유력한 인사들을 사귀고 인맥을 만들어가는능력, 전문적이고 복잡한 이슈를 가지고 주재국이나 국제기구에서 교섭하는 능력, 해외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능력,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잘 활동할수있도록 지원하는능력, 자택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엔터테인할수있는 능력  모두가 간단한게 아니다. 상당한 트레이닝과 경험을 필요로한다. 그래서 상관되는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사람이 아니면 실패할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가 가능한것은 공관이 상당한 인력을 가지고 대사없이도 기본적으로 돌아갈수있는 체제가 되어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실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지명된 대사후보자들이 국회의 인준절차를 거치는 상당한 기간동안 대사가 공석인채로 직업외교관출신의 대사대리체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실무적 일은 직업외교관들이 하고 대사는 좀더 높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자국을 대표하는 기능에 충실하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각종 현안들이 많은 경우는 미국도 직업외교관들을 대사로 파견한다. 최근 주한미국대사로 일한 허바드대사 , 힐대사( 현 동아태차관보)는 물론이고 버치바우현대사도 국무성에서 잔뼈가 굵은 직업외교관들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경우는 더욱 말할것도 없다.소위 4강국가(미일중러)들은 우리와 여러 현안들이 첩첩으로 쌓인 나라들이다. 부임해서 바로 현안을 태클할수있는 능력이 없으면 도저히 공관일을 수행할수가 없다. 그외의 공관들은 대부분이 직원 3-4명 규모의 미니공관들이다. 공관장인 대사나 총영사도 실무자와 같이 뛰지않으면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해 나갈수가 없다.대사가 젊잖게 국가를 대표하는 기능만 할수가 없다. 대사라는 자리가 부임해서 업무를 배운뒤 해도 될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그렇게보면 한국외교의 경우는 사실 정치적임명케이스가 발을 붙일 여지가 매우 작은 나라라고 할수있다.

 

  정치적임명케이스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한국에도 있었다. 김대중정부시절 당시 집권당사무총장이 `4강대사는 정치인출신같은 거물을 임명하는게 좋다고본다`고 발언 논쟁이 된적이 있었다.당시 그인사는 정치적 임명케이스의 성공사례로 DJ정부 첫 주미대사인 이홍구대사와 김영삼정부당시의 황병태주중대사를 예로 들었다. 두사람은 정계에 몸담은 적이 있었으나 공직자로서도 명성을 날렸던 이미 준비된 인물들이었다.

 

 이들이 대사로서 출중한 역량을 보였던것은 예외적인 경우였다는게 타당할것이다. 80년대초 전두환정부의 출범시에도 군출신인사들을 포함 외부에서 대거  대사로 기용되었으나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많은 부분이 실패한 인사였다는게 후세의 평이었다.대부분의 경우 실무에서나 공관장악면에서 모두 성공하지 못했던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들어 한국에서 해외공관장자리의 상당부분을 외부에 개방해야한다는 이야기가 크게 이슈가 되고있다.일반공무원이나 기업인 학자등 능력있는 외부민간인들을 대거 공관장으로 영입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대사직을 상당부분 외부에 개방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왜 계속 나오고 있는가? 여기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그동안 외교부를 이끌어온 직업외교관자신들이 질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직업외교관자신들이 업무역량 언어역량 리더쉽 도덕성등에서 헛점을 보였기 때문이다.외무고시라는 기초소양테스트만 통과하면 고위외교관으로서 갖추어야할 리더쉽이나 전문성을 확인할 기회도 없이 일정 세월이 흐르면 공관장이 되고 별일 없으면 정년까지 버틸수있었던것이 사실이었다. 함량미달의 외교관들이 버젓이 대사 총영사라는 외교관의 최고자리를 차지하고 젊은 외교관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일이 없었는지 반성할 일이다.

 

 결론적으로 직업외교관이냐 민간인사의 기용이냐하는 문제는 후보자 개개인의 자질과 역량문제로 귀착된다고 하겠다. 2-30년을 외교일선에서 일하며 경험과 역량을 착실히 키워온 인재라면 민간에 밀릴 이유가 없을것이다.  한국외교를 이만큼 이끌어온것도 기본적으로 직업외교관들이다.

 

 외교부 창설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국외교를 이끌어온 기라성 같은 인재들, 최규하 김동조 김용식 같은 이미 타계한 원로들을 차치하고라도 노신영 박동진 이원경 공노명 유종하 홍순영 박수길같은 탁월한 외교관들이 직업외교관 출신들이었다.드디어 최근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배출해냈다.

 

  더군다나  지금 외교일선에서 북핵문제 FTA문제 탈북자문제등 전문적 이슈에 몸을 던져 밤을새며 일하고있는 젊은 외교관들을 보라 .그들은 이미 언어능력 전문성 일에대한 헌신등 모든면에서 민간부문인재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수있다. 직업외교관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